‘루이비통’ ‘샤넬’...있으면 경영능력도 OK?

희소가치 높은 명품 브랜드 경쟁력으로 인식
명품vs국내 브랜드 이중잣대 차별 논란 커져 

대형 백화점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 간에 입점 수수료를 놓고 이중 잣대를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들 명품 브랜드의 유치 경쟁에 오너 일가가 사활을 걸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세계 정용진, 정유경 남매를 비롯해 롯데의 장선윤 전 이사, 삼성의 이부진, 이서현 자매 등이 명품사업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재벌가 자녀들이다.

이들은 해당 브랜드 CEO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짓는가 하면, 입점부터 개장까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한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한다. 경쟁 백화점이나 호텔에 입점하지 않은 명품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 성공하느냐 여부가 때로 이들의 경영능력을 판단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루이비통, 샤넬 등 소위 ‘명품’ 브랜드들은 통상 백화점 입점 시 수수료를 거의 내지 않거나 한 자릿수 정도를 내는 특혜를 받는 데 비해 국내 브랜드들은 최고 40%대의 높은 수수료를 비롯해 판촉비 등의 각종 비용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브랜드들 사이에서는 대형 백화점들이 자신들의 실질적인 수입원은 찬밥 대우를 한 채 명품 모시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벌가 자녀들 중에 명품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재벌가 자녀들 명품 경쟁 끝이 없어

자신의 디자인 전공을 살려 조선호텔 객실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 작업을 주도, 조선호텔을 명품호텔로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는 정 상무는 호텔사업 외에도 신세계 명품관의 마케팅에 깊이 관여하면서 명품사업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007년 신세계 본점 명품관을 오픈할 당시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라이벌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명품관에도 입점하지 않았던 브랜드인 ‘에르메스’를 강북 백화점 최초로 입점시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정 상무는 영국 사라 퍼거슨 전 왕세자비 결혼 때 부케를 맡아 유명해진 명품 플라워 브랜드인 ‘제인 파커’를 아시아 최초로 들여와 조선호텔, 신세계백화점에 차례로 입점 시킨 바 있다.

정 상무만큼은 아니지만 그의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명품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 점에도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의 명품브랜드 매장을 입점시키는 데 큰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센터시팀 점 개장일 루이비통을 보유한 세계 최고 명품업체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직접 맞아 매장을 돌아보고 의견을 나누었는데, 이후 아르노 회장으로부터 규모나 시설 면에서 세계 명문 백화점과 쇼핑몰 줄 최고라는 얘기를 듣고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정 부회장은 앞서 2007년 신세계 본점 본관 오픈 당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을 묻는 질문에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3대 명품 브랜드를 나란히 유치하는데 성공했던 것을 꼽기도 했다. 

한편 정유경 상무와 종종 비교되며 명품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재벌가 자녀는 신격호 롯데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전 롯데쇼핑 상무.

 현재 장 전 상무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호텔롯데 고문 직함만을 유지한 채 두문불출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 상무와 함께 명품경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97년 호텔롯데 계장으로 입사해 2003년 롯데쇼핑 해외명품팀장, 2005년 롯데쇼핑 해외명품 부문장(이사)를 맡아온 장 전 상무는 특히 롯데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오픈하고 안착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하버드대학 심리학과를 나온 인재로 완벽한 영어구사와 비즈니스 매너로 구찌, 버버리 등 해외명품업체 CEO를 직접 만나 비즈니스를 성사시킨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자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역시도 명품사업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명품사업에 먼저 눈길을 돌린 사람은 언니인 이 전무. 이 전무는 지난 2007년 신라호텔의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하 아케이드에 베라 왕, 헤리 윈스톤, 쥬디스리버, 존롭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최고급 명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 시켜 주목을 받았다.

이 전무는 특히 명품관 아케이드 매장 배치부터 입점 시킬 브랜드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챙겼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신라면세점 인천공항 면세점에 프라다를 입점 시키고 루이비통 입점을 추진하는 등 명품 브랜드군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전무의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는 지난 해부터 명품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작년 3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명품 편집매장인 ‘10코르소코모’를 국내에 들여와 운영하고 있는 것. 단순한 쇼핑 매장의 형태가 아니라 패션, 미술, 디자인, 라이프 스타일에 걸쳐 멀티 기능을 갖춘 10코르소코모는 특히 도입부터 오픈까지 이 상무가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시킨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 상무는 개장 때부터 이틀에 한 번 꼴로 매장을 들르다시피 할 정도로 첫 품 편집매장에 애정을 쏟아 부었다.

그동안 이 상무는 명품사업 보다는 국내 브랜드를 키우는 데 주력해 왔었지만 이 편집매장의 오픈으로 명품 쪽에 본격적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재벌가 자녀들이 이처럼 명품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하다. 명품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경쟁사에는 입점하지 않은 명품 브랜드를 자사 백화점, 혹은 호텔, 면세점 등에 입점 시키게 되면 구매액이 많은 VIP손님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되고, 매출 또한 상승하게 된다는 것. 이미지가 업그레이드 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희소가치가 있는 명품브랜드를 유치하는데 성공하는지 여부가 때로 이들의 경영능력을 판단하는 요인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백화점들의 명품브랜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일부 백화점들의 경우 국내 브랜드에는 매출액의 30~40%를 수수료로 요구하면서도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아예 면제해주거나 한 자릿수대의 수수료만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최근 루이비통에 대해 입점수수료를 하나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큰 논란을 일으켰다.

명품 브랜드 특혜 어쩔 수 없는 시장 논리?

백화점 입장에서는 경제논리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한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브랜드들의 입점 수수료는 워낙 민감한 부분이어서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백화점이 꼭 유치를 해야 하는 브랜드와, 백화점에 꼭 들어오고자 하는 브랜드를 동일한 기준으로 놓고 볼 수는 없다. 시장 논리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차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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