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오너 채형석 부회장 보석 석방…경영복귀는 쉽지 않아, 후계구도 여전히 안개 속

재계 안팎 “채동석 부회장 경영공백 메우며 전면 급부상”
애경 “채형석 부회장 업무보고 받아, 후계구도 변화 없어”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차남 채동석 부회장에게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형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횡령혐의로 구속된 이후 경영공백이 생긴 가운데, 채동석 부회장의 행보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채동석 부회장은 최근 2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애경을 글로벌 유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제 2도약을 선언했다.

채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애경그룹 유통부문의 브랜드 이미지를 ‘AK’로 통합하고 외형 확대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또 백화점 해외진출 및 그룹 내 부동산개발 계열사들을 통한 점포 개설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채동석 부회장이 밝힌 애경의 이 같은 중장기 계획은 채형석 부회장이 구속되기 이전에는 그의 진두지휘 하에 진행 되던 사안들이었다. 그러나 채형석 부회장의 빈자리를 채동석 부회장이 대신하면서 자연스레 그룹 경영 중심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

재계 안팎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 채형석 부회장 구속 이후 채동석 부회장으로 애경그룹 후계의 무게중심이 옮아갈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애경 측에서는 “채형석 부회장 중심의 후계구도가 이미 안착됐고,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그룹의 도덕성에 큰 손상을 입힌 채형석 부회장의 책임을 간과할 순 없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최근 채형석 부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대외 여론을 감안할 때 쉽게 경영에 복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인 나오면서 채동석 부회장의 행보에 더욱 눈길이 쏠려있다.

채동석 부회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애경그룹 유통부문이 2013년까지 백화점 7개를 포함한 유통사업에서 3조8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채 부회장은 “그동안 애경백화점과 삼성플라자, AK면세점, 삼성몰 등으로 이뤄져 있던 유통부문 브랜드이미지(BI)를 ‘AK’로 통합하고 AMM자산개발과 ARD홀딩스 등 그룹 내 부동산개발 계열사들과 연계한 점포 개설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애경은 또 4월 오픈 예정인 평택점을 포함해 신규 점포 4곳을 추가로 출점하고 AK플라자 수원점을 2배 규모로 증축하는 한편, GS슈퍼와 계약이 종료되는 애경백화점 구로점 내 식품관을 직영 체제로 전환해 프리미엄 식품관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채 부회장은 “현재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유통 3강 체제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변화와 점포 수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BI 개정과 평택점 오픈은 내형과 외형을 모두 재정비해 애경그룹 유통부문이 새로운 리더로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은 홍대입구역 복합상업시설 개발사업 등 복합쇼핑몰 사업과 지역밀착형 점포 개발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채 부회장에 따르면 애경은 또 올해부터 기내면세점 사업도 시작한다. 제주항공이 3월 국제선을 취항하면 5월부터 기내면세점을 시작하며 제주항공은 하루 3~4편 정도로 국제선 편수가 많지 않아 외국항공사와 제휴할 계획이란 설명이다.

백화점 해외 진출도 고려중이다. 애경은 현재 중국 쑤저우 정부와 백화점 및 복합쇼핑몰 부지를 놓고 협의 중인데 3년내 중국 백화점 1호점을 낼 계획이다.

채동석 부회장의 이 같은 공격적인 경영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려있는 것은 형인 채형석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애경그룹의 후계자로 기정사실화됐던 채형석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사 자금 회령과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돼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검찰에 따르면 채형석 부회장은 회사자금 20억원을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005년 애경그룹 아파트 건설을 위해 대구 달서구 유천동 등의 대한방직 공장 이전부지에 대해 수백억 원 규모의 토지 매입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우선 매수권을 달라는 부탁과 함께 관계자에게 15억원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도 받고 있다.

채형석 부회장은 같은 해 애경백화점 주차장 부지에 지어진 주상복합상가의 분양사 (주)나인스에비뉴가 대출보증을 받도록 도와준 대가로 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최근 채형석 부회장은 구속 한 달 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사실이 알려졌지만 당분간 경영에 복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애경 측에 따르면 채형석 부회장은 가끔씩 회사에 출근하면서 업무 보고 등을 받고는 있지만 아직 완전히 정상적으로 복귀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

소비자 접점이 큰 애경의 사업 특성 상 실질적인 오너였던 채형석 부회장의 도덕적 흠집이 그룹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또 보석으로 풀려난 것에 대해서도 ‘유전무죄’ 등의 비난여론이 높기 때문에 쉽게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애경 측도 구체적인 복귀시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채동석 부회장의 대내외적인 경영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이미 채형석 부회장이 구속되던 지난해 말부터 재계에서는 애경그룹의 후계구도에 일대 변화가 올 것이란 말들이 많았다.

그동안 애경은 장 회장의 세 아들과 사위가 각각 그룹의 3대 축을 맡아 이끌어 왔지만 채형석 부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공백이 생긴데다가 재판 기간이 상당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자리를 채동석 부회장이 대신할 것이란 예상들이 많았던 것이다.

지난 17일 채동석 부회장이 밝힌 애경그룹의 중장기 발전 계획은 모두가 채형석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업들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봐도 현재 그룹의 무게중심이 채동석 부회장 쪽으로 옮겨갔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재계 안팎의 추측과는 달리 채동석 부회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형을 잘 보필하지 못해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남다른 형제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애경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룹 후계구도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 박으며 “지금도 그룹 중요 사항에 대한 모든 결정권은 채형석 부회장이 가지고 있다. 다만 사안에 따라 그때그때 부문별 부회장 체제로 추진되는 사업이 있을 뿐이고 채동석 부회장의 행보 역시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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