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증권가가 좀처럼 업황 회복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분기 개인 투자자의 거래대금이 작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 이같은 우려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거래대금이 급감한 것은 올 들어 코스피가 줄곧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개인의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개인의 매수 거래대금과 매도 거래대금을 합한 금액은 223조7천9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개인의 매수·매도 거래대금 합계가 396조76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올 1분기 개인의 거래대금은 작년 동기 대비 43.5% 감소한 것이다.

특히 올해 1∼3월 가운데 2월의 거래대금이 62조6천890억원으로 가장 부진했다. 이는 지난 2월 내내 계속된 한국 주식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코스피가 2,019.41(1월 3일 종가 기준)까지 치솟으며 강세로 출발, 시장의 관심은 코스피의 2,000선 안착 여부에 모아졌다.

그러나 엔화약세·원화강세에 따른 수출주 부진,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 변경 이슈, 북한 리스크 등 악재가 겹치면서, 2월 내내 코스피와 주요국 증시 간의 디커플링 현상이 지속됐다.

또한 올 1분기 기준으로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대금도 감소했다.

기관의 1분기 매수·매도 거래대금 합계는 114조5천60억원으로 작년 1분기(145조2천920억원)보다 21.2% 줄었다.

외국인의 거래대금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가장 작았다. 외국인의 1분기 매수·매도 거래대금 합계는 142조9천760억원으로 작년 동기(156조6천460억원)보다 8.7% 감소했다.

개인의 투자심리 위축은 코스닥시장에서도 확인됐다.

올 1분기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의 매수·매도 거래대금 합계는 214조2천3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5% 줄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대금은 늘었다.

기관의 올 1분기 매수·매도 거래대금은 12조8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늘었다. 외국인의 거래대금은 10조1천34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의 가격에 거래량을 곱한 값으로, 통상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지표로 활용된다.

따라서 개인, 기관, 외국인의 거래대금이 급감했다는 것은 주요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시장의 활력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졌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게다가 거래대금 부진은 이번 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2조5천78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 2007년 3월 이후 6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대금 급감은 이들이 주식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눈치 보기만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경기 부진 등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에 투자할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진 상태다.

거래대금이 증권사의 실제 수익원인 점을 감안하면, 개인의 거래대금 급감은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상승해도 거래대금 회전율이 하락하고 있어 증권사의 실제 수익원인 거래대금이 정체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과 같은 장세 부진이 지속된다면, 시중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중수익·중위험 대안상품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

우 연구원은 “하지만 대안상품의 이윤 수준을 감안했을 때 이들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은 증권사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거래대금 감소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특히 상대적으로 재정 기반이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올 연말까지도 버티기 힘든 업체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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