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사들 조기매각 가능성… 신창재 회장 지배구조 위협할 수도

대우인터, “교보지분 업무 무관… 상장 따라 매각”
캠코, “조기매각 필요성 언급 있었다” 일정 저울질
교보생명 매물 나오면 외국계 투자자 군침 흘릴 듯
교보 “위기설 근거 없고 현재 지분만도 방어 충분”

교보생명의 ‘경영권 위기설’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시장 일각에서 교보생명의 2대 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과 3대 주주인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교보 지분을 조기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우호지분인 정부도 보유지분을 내다 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현재 신 회장은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신인재, 신경애, 신영애씨의 주식수를 포함해 40.28%의 지분을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대규모 투자자나 컨소시엄이 대우인터, 자산관리공사 지분을 사들이고 신 회장 일가의 지분까지 인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단숨에 최대주주로 부상, 신 회장 경영권은 흔들리게 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교보생명 경영권과 관련한 갖가지 ‘설’들이 수차례 나돌았지만 그때마다 교보 측에서는 “경영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교보생명 경영권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이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때문에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을 조기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최근 흘러나왔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미얀마 가스전 개발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데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해 이를 충당한다는 것이다.

 대우인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외자원 개발 자금이 필요해 교보생명 지분을 조기 매각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면서 “굳이 교보지분을 매각하지 않아도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교보생명 지분은 종합상사 본연의 업무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상장 시기에 따라 매각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우인터에 이어 교보생명 지분 9.93%를 보유한 3대 주주 자산관리공사(캠코, Kamco) 역시 이 지분을 조기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조기매각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서 “올해 초 상장에 맞춰 일괄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힐 때만 해도 교보생명 상장이 가시화 돼 있었는데, 상장이 계속 늦춰지고 있어 시기를 봐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물론 아직까지 연초 방침을 수정한다는 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최악 시나리오 전개 땐 신 회장 경영권 ‘흔들’

한편 우호주주였던 정부도 교보생명의 보유지분을 내다 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지분 5.9%를 보유한 기획재정부는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교보생명의 주식을 현물 출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은 3조3087억 원 이지만 최근 2∼3년간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은 최대 69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요청했으며 정부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수출입은행 요구를 들어줄 계획이어서 수출입은행이 교보생명의 주요주주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은 2003년 교보생명 창립자인 신용호 전 회장이 타계한 뒤 신 회장 등 유족들이 상속세로 정부에 물납한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만약 대우인터와 자산관리공사가 교보생명 상장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 당초보다 서둘러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정부의 지분까지 매물로 나올 경우 신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높다. 

실제로 대형 외국계 펀드 등은 한때 자산관리공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자들은 그동안 교보생명 지분에 큰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교보생명 물량이 다수 발생할 경우 지분매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작년부터 프랑스 최대보험사인 AXA(악사)는 신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신인재씨와 신영애씨의 지분 2.24%를 매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지난해 2월말 기준으로 53.01%였던 것이 40.28%로 12.73%포인트나 줄어들었다.

특수관계인이었던 신용희(고 신용호 창립자의 동생)씨와 신문재(신 회장 동생)씨가 보유 지분을 일부 또는 전량 매각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매각한 지분은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의 사모투자펀드인 파인벤처에서 가져갔다.

신 회장 개인지분율도 37.26%에서 33.62%로 줄었다.

보유 주식 수에는 변화가 없지만 지난해 9월 유상증자 실권 등으로 지분율이 하락했다.

당시 실권주 5.28% 역시 미국계 사모펀드 코세어캐피탈이 가져가는 등 지금까지 알려진 외국계 지분만 20%에 육박하고 있다.

신 회장의 사촌동생인 신인재씨의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3.53%의 지분을 보유 중인 신씨는 지난해 모바일 솔루션기업인 필링크 인수 후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며 “도대체 왜 자꾸 이런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대기업 총수들 중에는 5%도 안 되는 지분만으로도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이에 비한다면 신 회장 보유 지분은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분율이 높은 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외국인 지분 역시 우호적 투자자이기 때문에 경영권과는 상관이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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