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이달 초 쉰들러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의 대규모 신주발행에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1일 2대 주주인 쉰들러 홀딩 아게(Schindler Holding AG)가 지난 7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발행 준비 중인 160만주(1108억 원 규모)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11일 공시했다.

만약 법원에서 쉰들러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이달 25~26일로 예정됐던 공모 청약은 취소된다. 이 경우 경영권 분쟁에 나선 쉰들러 측에 유리한 입장이 된다는 평가다.

이번 증자는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모 경쟁률이 높을수록 쉰들러에게는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이는 경쟁률이 높을수록 지분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하기 때문이다. 쉰들러가 이번 증자에서 지분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면 지분율은 기존 35.0%에서 30.9%까지 떨어지게 된다.

현재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현대그룹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43.3%다. 여기에 우리사주조합 7%를 합하면 50.3%가 그룹 측 지분이다. 반면 2대 주주인 쉰들러의 지분율은 35%로 현대그룹과 약 15%포인트 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을 두고 쉰들러가 현대그룹과 지속적인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일 넥스젠·케이프포춘·NH농협증권 등과 맺은 파생상품 계약 손실로 737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들 금융업체가 현대상선의 지분을 대신 매입, 보유하는 조건으로 6.15~7.15%가량의 수익을 보장해주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업황 침체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손실분을 보전해주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쉰들러 측이 이 파생상품 계약과 관련해 강한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쉰들러 측은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 내용을 공개하라며 회계장부와 이사회의사록 열람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쉰들러 측은 파생상품 계약과 관련 손실이 다시 발생한 만큼 강한 반발로 현대그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공시를 통해 "변호사와 협의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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