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자녀는 맞는데…‘가족주식만 15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국내 최고 재벌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 아들이 최근 한 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00조원을 돌파하면서 한국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부회장의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말 세계 부호 89위에 오르면서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최고 부호 계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들의 자손이 국제중학교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가 배려 받아야하는 제도에 당당히 지원해 합격하면서 국민들은 비판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국제중학교 사회적 배려대상자 합격에 따른 논란을 짚어봤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2013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서울 강북구 영훈국제중학교(영훈중)에 ‘사회적 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에 합격하면서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제중학교의 ‘사배자’ 전형은 ‘경제적 배려대상자’와 ‘비경제적 배려대상자’로 나뉘는데 경제적 배려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 한 부모 가정 보호대상자 등이 해당되며, 비경제적 배려대상자는 한 부모 가정 자녀, 소년소녀 가장, 조손가정 자녀, 탈북자 자녀, 다자녀 가정자녀 등이 포함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9년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와 합의 이혼을 해 이 부회장의 아들은 한 부모가정 자녀에 해당하게 돼 사배자 전형으로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사배자 지원 논란

이 부회장의 아들이 사배자 지원 합격이 이 처럼 큰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국내 최고 대기업의 총수 가족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는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통념에 해당하는 도덕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재산은 주식가치로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1조2,791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기업 총수 및 CEO로 13번째에 해당한다. 아버지 이건희 삼성회장의 주식은 11조6,518억원으로 최고 갑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관장은 1조6,484억원으로 9위를 기록하고 있다. 직계에 해당하는 가족의 주식만도 15조원에 이른다.

사회적 약자 보호위해 만든 제도…있는 사람이 악용(?)
할아버지 주식만 12조…그래도 ‘사회적 배려’ 해야하나

하지만 반대로 사회적 강자라도 제도안의 적법한 해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22일 영훈중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아들 이 모군(13)은 이 학교 신입생 모집에서 사배자 전형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일반전형의 경우 서류심사로 모집정원의 3배수를 뽑은 뒤 공개 추첨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과 달리 사배자 전형의 경우 입학전형위원회가 서류 심사만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영훈중의 2013년도 사배자 전형 모집경쟁률은 32명 모집에 155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4.8대 1로 나타났다. 영훈중은 올해 일반전형 128명 및 사배자 32명과 국가보훈대상자 4명 등 총 164명을 선발했다.

이 부회장 아들이 선택한 영훈중은 영훈초등학교와 영훈고등학교 등 서울 최고의 명문 사학을 운영하는 영훈학원 소속이다.

 

 

국제중학교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 하에 일반 중학교와는 달리 국제 관련 교과 수업을 특화해 국어, 국사 등 일부 교과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목을 영어로 가르친다.

영훈중은 매년 신입생 입학설명회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몰려드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최상급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 고위층 자녀들이 즐비해 인맥 쌓기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영훈중은 졸업생의 약 40%가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에 진학해 화재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졸업생 중 40%에 이르는 61명이 특목고에 진학해 서울지역 일반 중학교의 평균 특목고 진학률(3.2%)보다 무려 10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이 부회장과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은 평소 친분관계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기존 취지 무색

사배자 전형은 지난 2008년 국제중이 도입될 당시 비싼 학비 등으로 귀족학교 논란이 일자 소외계층 학생들도 배려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라는 점에서 문제는 확대된다.

당초 한부모 가정 자녀의 경우 저소득의 경우에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2011학년도부터 경제적‧비경제적 배려 대상이 구분되면서 경제적 능력과는 상관없이 자격 요건에 맞으면 지원할 수 있게 변경됐다.

영훈중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기준을 바꾼 것이다”며 “이 부회장 아들의 경우 절차상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이 일자 삼성그룹은 22일 기업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일부 언론이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영훈국제 중학교 입학 관련 기사를 보도하면서 마치 특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뉘양스를 주고 있다”며 “이 부회장 아들은 2013년 신입생 전형 요강에 따라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중에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로 지원했으며, 정상적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학이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영훈중이 올해 입학전형에서 입학전형위원회 위원 가운데 외부 위원을 단 한 차례도 입학전형 절차에 참가시키지 않은 채 신입생을 선발해 관련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문제는 더욱 확산됐다.

영훈중의 외부 입학전형위원이었던 곽상경 전 교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9월께 영훈중 교감으로부터 외부 입학전형위원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승낙했다. 그러나 그 뒤 단 한 차례도 입학절차와 관련된 회의나 서류전형 심사에 참여한 적이 없고 사후 보고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13학년도 영훈중 신입생 선발전형 입학전형위원은 외부 위원 1명, 내부 위원 6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 위원을 입학전형 절차에 참가시키지 않고 내부 위원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것이다. 이는 명백한 지침 위반사항이다.

국민 대다수 ‘부정적’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면 삼성가가 얼마나 대단한 집안인지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입학했다”며 “개콘보다 훨씬 더 웃기는 블랙코미디에 온 국민들이 쓴 웃음을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 아들의 영훈중 입학과 관련해 네티즌들은 “소외 계층을 배려하기위해 마련된 제도를 재벌이 꼼수를 부려 남용했다”, “국내 최대 기업 총수집안의 아이가 배려를 받아야 하는 대상인가”고 힐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기부금을 내고 당당히 입학을 하지 왜 사회적 약자들에게 배려된 기회를 통해 또 다른 학생에게 주어진 자리를 뺏는 것인가”라며 분노를 터뜨리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규정대로 이혼가정 자식이니 문제될 것 없다”, “부자는 저런 전형에 지원하면 안 된다는 것은 역차별이다”, “재벌 아들이면 부모가 이혼했어도 배려 대상이 아닐까 부모의 입장이라면 그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옹호의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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