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해선 민간기업 위탁 운영 효율적?‥‘어불성설’

 


[파이낸셜투데이=조경희 기자]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세계 1위 공항인 ‘인천공항공사’ 매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 국민의 반대 여론으로 들끓은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서비스가 좋다고 매년 인정받는 공항인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매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철도’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미 선로 배분권을 빼앗은 국토해양부는 ‘관제권’ 마저 이전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적자’ 문제 보다는 ‘안전’이 우선인데 코레일이 ‘수익성’에만 눈이 멀어 ‘안전’을 멀리한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민간기업이 ‘수익성’ 보다 ‘안전’에 방점을 찍을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이러한 국토부의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민간기업의 존재 목적이 수익인데 어떻게 안전에 방점을 찍느냐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국토부는 ‘민영화’ 포석은 아니라는 주장이지만 이미 ‘민영화’가 시작됐다는 의견도 많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에서 코레일의 관제권 이관이 갖는 문제에 대해 들춰봤다.

선로 배분→관제권 이관→철도 역사 및 시설 회수
문병호 의원 “재벌에게 개방하기 위한 사전 작업” 

2011년 뜨거운 화두였던 인천국제공항 ‘매각’. 인천국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ACI)가 매년 전세계 국제공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ACI가 선정한 ‘명예의 전당’에 최초로 등재된 국내 대표 공항이다.

2011년 기준 기준 인천공항의 연간 환승객 수는 566만 명으로 일본 나리타공항(527만 명)을 추월하며 동북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아래 인천공항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해기도 했는데 이는 국민들의 거센 반대로 사그라졌다. 하지만 인천공항 매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알짜배기 인천공항 내 관공공사의 ‘면세점’을 매각하는 방안이 지난해 말 추진됐기 때문이다. 코레일 문제도 이와 ‘비슷한’ 모양이다. 국토부는 현재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이유로 코레일의 민영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적자투성이에 ‘사고’로 얼룩진 코레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단계인 ‘선로 배분권’은 국토부의 의도대로 지난해부터 코레일로부터 회수돼 철도시설공단으로 이전됐다. 2단계인 ‘철도관제권’을 올 상반기에 회수해, 시설공단으로 이전하기 위해 철도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9일 입법예고, 조만간 관제권이 넘어갈 것으로 보여진다.

마지막 단계인 ‘철도역사와 차량기지를 코레일로부터 회수하는 것’은 심한 반발로 인해 현재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2단계인 철도관제권의 회수에 성공할 경우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다.

‘안전’을 강조하긴 하지만 인천공항 매각과 비슷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철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민간 사업자에게 철도시장을 개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은 이유다.


수익성에만 치중해 안전사고 ‘늘어’

지난 8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철도교통 관제업무의 이양 방안 등을 담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철도 관제업무는 열차의 배정 등 운행과 관련한 각종 지시·통제를 포괄하는 ‘핵심’ 기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철도교통의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해 법령을 개정하려는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토부는 “현재 철도 운영 주체인 철도공사(코레일)가 관제권까지 행사하는 바람에 수익성과 수송능력을 올리는 데 치중해 안전사고 감독·관리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차 수송 사업자인 코레일이 관제업무를 함께 맡다보니 안전보다는 비용 절감과 수익성 향상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1년 2월 광명역 KTX 탈선 사고, 지난해 4월 의왕역 화물열차 탈선 사고 등을 계기로 같은 달(지난해 4월)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철도 관제권 분리 방안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 국가에서 철도 운영자가 아닌 시설 관리자가 관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관제업무 이양 결정의 배경이 됐다.

철도업계, 오히려 사고 가능성 커

하지만 철도 관제와 운영 주체가 나뉘면 오히려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열차 차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선로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 정보 교환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앙과 현장의 관제실에서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통신해야 하는데 관제업무를 공단으로 이양하면 중앙과 현장의 관제 기능이 이원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열차의 관제, 신호체계, 통신 등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관제 업무를 떼어내는 것이 반드시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게다가 정부가 관제권 분리의 선진 사례로 제기한 영국 철도에서 민영사업자들의 난립으로 인한 신호와 통신 체계 부실로 대형 열차사고가 잇따랐다는 점도 반론으로 제기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97년 런던 서부 사우스홀에서 7명이, 1999년 런던 패딩턴역에서 31명이, 2001년 2월 북부 셀비 근처에서 10명이 각각 열차 충돌로 숨진 바 있다. 이들 사고의 원인으로는 대부분 통신 오류와 사업자간 정보교환 부족 등이 꼽힌다.

특히 관제업무 분리를 시작으로 민간 경쟁체제 도입이 본격화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염려도 나온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철도 요금이 90% 인상된 데 이어 지난 1일자로 또다시 평균 3.9% 올라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인력 수급도 문제다. 국토부는 구로관제센터에서 근무하는 관제 인력 270명의 소속을 코레일에서 공단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코레일이 반발하면 당분간 파견 형태로 운영하면서 최악의 경우 전문 인력을 따로 고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아울러 진짜 숨은 목적은 KTX 민간경쟁 체제를 본격 도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진애 전 의원도 “컨트롤 타워를 시설공단쪽에 옮기면 민영화에 유리하게 하려고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국토부가 관제권을 회수해 철도시설관리공단으로 넘기려는 것은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고 있는 알토란같은 KTX 흑자노선을 재벌에게 개방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철도 민영화는 국가 기간산업을 재벌의 이윤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 만큼, 반드시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국토부는 재벌 배불리기의 일환인 철도 민영화 정책을 ‘시행령 개정’이라는 꼼수를 통해 관철시키려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 의원은 “국토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이전에 철도민영화 진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척시키겠다는 ‘말뚝박기’ 꼼수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박근혜 당선자측의 무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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