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승계 위한 ‘비밀 곳간’의 정체는?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최근 정부와 여론이 ‘경제 민주화’를 화두로 삼아 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및 오너일가의 회사기회 유용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교육전문 업체로 알려진 천재교육(회장 최용준)에서 뜻밖에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의심을 될 만한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최용준 회장 등을 비롯한 오너 일가로 수년간 고배당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회사 간 내부 거래가 의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교육전문 업체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천재교육을 둘러싼 이번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천재상사‧프린피아‧해법에듀…관계사 내부거래율 높아 ‘논란’
계열사 통한 매출에서 배당까지…오너일가의 든든한 ‘지원군’

천재교육은 교과서와 학습 교재를 출판하는 교육 출판 전문기업으로 1981년에 설립됐다. 설립 당시 명칭은 ‘도서출판 천재교육’이었으나 1986년 11월에 주식회사 천재교육으로 이름을 바꿨다. 제5차 교육과정부터 국정·검정·인정 교과용 도서를 개발·발행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브랜드는 ‘해법수학’이다.

현재 ‘우등생 해법수학’은 천재교육의 대표 브랜드이며, ‘셀파 해법수학’이 고등학생용 수학 기본서로 개발되어 있다. 이외에 연간 전 과목 3,000여종에 이르는 유치·초·중·고 학습 교재를 발간하고 있다. 또한 관계사를 통해 인쇄 사업, 수학·과학 영재 교육 사업, 멀티미디어 사업, 회원제 사업, 유통 사업 등으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천재교육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2368억원, 당기순이익 102억원 수준으로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교육 출판 기업 중 하나이다. 그런데 천재교육 관계사에서 이른바 ‘일감몰아주기’의 정황이 발견됐다는 논란이 불거져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바탕으로 거액의 배당금까지 꼬박꼬박 챙겨가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교육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천재교육 측이 오너일가의 배를 불리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천재상사‥내부거래율 100% 육박

천재교육의 5개 계열사 중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 곳은 ‘천재상사’와 ‘프린피아’이다. 먼저 천재상사는 인쇄용 종이 및 인쇄 기자재를 판매하는 회사로 지난 2004년 설립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천재상사가 올린 657억원의 총매출 가운데 관계사를 통한 거래액은 623억원으로 무려 95%에 달한다.

천재상사에 일감을 몰아준 관계사는 천재교육, 프린피아, 해법에듀, 천재문화 등으로 나타났으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지난해에만 발생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천재상사와 관계사들의 내부거래비율은 사실상 거의 100%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천재상사는 매출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면서 20억~3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과 15억~20억원의 순이익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천재상사는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2007년 19억원,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각각 15억원씩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무려 65~104%에 이르는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여기서 발생한 배당금이 모두 오너일가의 수중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2011년 말 기준 천재상사는 최 회장의 자녀인 정민, 유정 씨 남매가 각각 60%(6000주), 40%(4000주)씩을 보유해 회사 지분 100%(1만주)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의 몸집을 급속도로 키워나간 후 여기서 발생한 이익의 대부분을 오너일가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프린피아, 내부거래 온상?

‘프린피아’는 학습지 및 교과서 등 인쇄업체로서 주로 천재교육의 교재를 제판, 제본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1991년 11월 ‘오양인쇄주식회사’로 설립되어 2000년 4월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으며, 현재 본사는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프린피아 역시 천재상사와 더불어 관계사들의 내부거래의 ‘온상’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프린피아는 최근 몇 년간 천재교육 등 관계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거래비율은 50%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이 외사는 총매출 414억원 중 235억원(57%)을 관계사와의 거래를 통해 만들어냈다. 프린피아의 매출에 도움을 준 회사는 천재교육, 해법에듀, 천재문화, 천재교과서 등 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관계사들의 든든한 지원을 통해 프린피아의 매출은 단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 영업이익은 설립 이후 2008년까지 적자를 내다가 다음해 흑자로 전환해 2009년 38억원, 2010년 64억원, 지난해에는 71억원을 기록했다. 

최 회장, 수년간 2세에 지분 양도 및 조정…경영승계 본격화?
아들 정민씨, ‘경영기획본부장’ 맡아 경영현장에 본격 참여 하나

순이익은 2009년까지 마이너스에서 2010년 42억원, 지난해엔 5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총자산을 역시 2004년 8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78억원으로 불과 7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문제는 천재상사와 마찬가지로 이 회사가 오너일가의 소유라는 점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프린피아는 최 회장의 아들 정민씨가 41%(13만9400주), 최 회장과 딸 유정씨가 각각 31%(10만5400주), 28%(9만5200주)를 보유해 100%의 지분을 오너일가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법에듀

천재상사와 프린피아 이외에도 눈여겨 볼만한 곳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해법에듀’라는 회사다. 해법에듀는 2007년 2월 도서출판, 교육서비스업, 서적, 학습지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현재 본사는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하고 있다. 

해법에듀는 설립 이후 천재교육의 회원사업부 양수(34억원)를 통해 현재 ‘해법공부방’, ‘해법영어교실’ 등의 초중등 공부방 프랜차이즈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 역시 2011년 말 기준 최 회장의 아들 정민씨와 유정씨가 각각 90%, 10%의 지분을 소유해 사실상 오너일가의 회사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10억원을 시 작으로 2010년 28억원, 2011년 3억원을 배당했는데 결국 여기서 발생한 배당금은 최 회장의 자녀들을 비롯한 오너일가에게 모두 돌아간 셈이다.

2세 승계 작업

천재교육은 1981년 설립 이래 드디어 기업 대물림 작업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의 아들 정민씨가 최근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아 처음으로 천재교육의 경영 현장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정민 씨는 원래 경영과 상관없는 ‘의사’로서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으나 최근 운영하던 피부과를 접고 회사에 전격 합류하면서 이 같은 세간의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당초 정민씨는 경기고와 가톨릭의대, 의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서울성모병원(옛 강남성모병원)에서 인턴, 레지전트를 마쳤다. 2001년부터는 3년간 안성시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재직했으며, 2007년에는 서울 청담동에 피부과를 개업했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정민씨가 의사로서 활발히 활동하던 와중에도 최 회장은 기업을 대물림하기 위해 천재교육 관계사들을 통해 사전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껏 성장가도를 달려온 천재교육이 계열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2세들의 재산 증식을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음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앞서 다뤘던 천재상사와 프린피아, 해법에듀 등의 관계사에서 지분 양수 및 조정 과정을 지켜보며 2세들의 영향력이 최근 확연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관계사들을 소유하면서,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고정적인 매출을 바탕으로 거액의 배당까지 챙겨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전형적인 오너일가 소유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행태로 지적받을 수 있으며 회사기회 유용까지도 의심해볼 수 있는 문제”라면서 “천재교육이 2세 승계 작업을 위한 자기 배불리기 식 경영을 멈추지 않는다면 교육업체로서의 이미지 실추와 도덕성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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