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 공정거래가 ‘핵심’‥점진적 추진

 

 

[파이낸셜투데이=조경희 기자]이번 18대 대선에서 가장 화제였던 ‘경제민주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일단 상대적으로 ‘온건’한 공약을 내건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금산분리에 대해서는 재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 지분이 5% 넘는 22개 재벌기업의 경우 당장 나머지 지분을 사들여야 경영권을 계속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 한화, 금호, 태광그룹 등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는 기업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박 당선인은 기업의 공정한 경쟁 및 자율 경영은 인정하지만 국민 정서를 해치는 총수 일가의 횡령 배임 등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투데이>에서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기업이 변화해야 할 부분을 분석했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일감 몰아주기 ‘이익 환수’
출자총액 제한제 부활 반대…신규 순환출자 금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간 화두가 됐던 경제민주화의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박근혜 당선자는 “성장과 경제민주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선거 기간 내내 밝혀왔다. 특히 이러한 성장과 개혁을 통해 2013년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건실한 경제성장을 이룩한다는 전략이다.

박 당선자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성장의 결실을 골고루 나누면서, 조화롭게 함께 커가는 나라.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 틀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소비자가 동반 발전하는 행복한 경제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경제적 약자에게 확실한 도움을 주고 ▲경제에 부담을 주고 국민 공감대가 미흡한 정책은 단계적으로 접근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대기업집단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바로잡는다는 3대 원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계의 관심이 박근혜 당선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되고 있다. 그간 안철수 후보나 문재인 낙선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벌 개혁에 ‘온화’한 입장을 보였던 정책이기는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나 재벌 총수의 횡령, 배임에 대해서는 사면금지 등 ‘강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행위 근절

지난 20일 수백억대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어머니인 이선애 전 상무가 2심 선고공판에서도 1심대로 징역 4년6개월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통령 선거 바로 다음날인 20일은 박근혜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날이기도 하다. 때문에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향후 대기업 집단에 대한 정책의 향방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분석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 역시 실형을 선고받고 보석 역시 기각된 바 있으며 그간 ‘대선’ 정국 이후 변화를 눈여겨봤던 재계에서는 향후 진행될 SK그룹과 금호석유화학 등 재계 오너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로 분석하고 있다.

박 당선자는 경제민주화 정책 중 재벌 개혁 분야에 대해서는 ‘온건’한 입장을 취해왔다.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일감몰아주기를 제한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대신 박 당선자는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법 및 사익편취행위’에 대해서는 ‘근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칭찬할 수 있지만 사익추구를 위한 불법 행위나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의 사익추구가 기업의 경제 질서를 훼손하거나 법 앞에 있거나 국민의 감정과 형평성에 어긋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횡령 등에 대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집행 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한다는 방안이다. 또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며 부당 내부거래로 인한 부당이익은 환수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박근혜 당선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내놨다. 이중 핵심은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다. 신규 순환출자가 대규모 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투명한 지배체제 구축 수단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 박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시킨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박 당선자는 순환출자와 관련 “우리 기업이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고 지금 어려운 시점에 합법적으로 인정되던 과거의 의결권까지 제한한다면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과거의 것은 인정하되 새로운 순환출자는 금지하는 것이 지금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기업집단법에 대해서도 “세계적으로 선례가 거의 없고 현행 법체계와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따라서 집단법에 포함될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은 개별법에 실효성 있게 반영하고 집단법 제정 논의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대신 소액주주나 집중투표제 등 ‘견제’ 방안도 내놨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소액주주 등 비지배주주들이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독립성 강화를 전제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며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및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안이다.


금산분리 강화…보험업계 ‘긴장’

박 당선자는 금산분리는 강화시킨다는 입장이다. 그간 금융회사의 고객 자산이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 활용될 경우 고객 이익 보호원칙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저축은행 사태 등 대주주의 불법행위로 인한 금융부실의 재발을 방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에 박 당선인은 금융, 보험회사 보유 비금융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은 단독 금융회사 기준으로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5%까지 강화한다. 또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축소시키며 은행과 저축은행에 대해서만 시행되는 대주주 적격성 유지심사를 모든 금융회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한도를 10%로 설정하고 이를 매년 1%포인트씩 내려 5%까지 낮춘다는 정책은 국내 보험사를 통해 순환출자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 한화그룹 등 대기업 계열 보험사는 모두 순환출자를 통해 오너의 영향력이 계열사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가령 의결권을 최대 5%까지 낮추게 되면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초과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진다.

21일 재벌 및 CEO,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이 지켜질 경우를 가정해 올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해당하는 51개 그룹을 상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계열사의 투자지분이 새로운 한도가 될 5%를 넘는 비금융계열사는 22개사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는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6.53%) 삼성화재(1.09%) 등이 모두 7.62%의 지분을 갖고 있어 허용한도인 5%를 초과한 2.62%의 지분을 사들여야 경영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분을 사들이는데 드는 비용이 20일 현재의 주가로 계산할 때 6조69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그룹은 에스원과 호텔신라의 경우도 초과지분이 4.64%와 7.09%에 달해 경영권 수호를 위해서는 각각 1244억원, 1277억원의 추가부담이 예상된다.

이에 삼성그룹은 이들 3개사와 제일모직, 삼성경제연구소 등 모두 6개회사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6조9572억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할 판이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상호와 부동산일일사, 수원학교사랑, 시니안, 오딘홀딩스 등 5개 중소계열사들의 지분이 70% 이상이어서 상당한 비용부담이 필요할 전망이다.

교보생명보험그룹도 교보문고의 지분 85%를 비롯, 교보데이테센터, 교보리얼코, 교보정보통신 등 4개사의 금융계열사 지분이 60% 이상이어서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동양그룹은 초과지분 해당기업은 2개이지만 주력사인 동양의 금융계열사 지분이 26.81%나 돼 초과지분 21.81%를 인수하기위해서는 약 44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양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알짜 기업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산분리 규정이 강화되면 매각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부담↑…금융 지분 5% 넘는 22개사 ‘비상’
전속고발권 폐지…경제 검찰 ‘공정위’ 운명은

대형유통사 골목상권 진입 장벽 마련‥서민 품기

박근혜 당선인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분명히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이명박 정부 당시 탄력 받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 검찰로의 지위는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형 유통업체 규제와 대기업 계열사 편법지원 제재 등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기 위해 공정위의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질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박 당선인은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과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 영역 침범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가맹점 사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중소도시 대형마트의 신규입점은 지역합의체에서 합의된 경우에만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의회의 경우 중소상인들과의 마찰이 심해지자 ‘협의체’를 통해 합의된 경우에만 대형마트를 출점하겠다는 복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합의체의 합의를 통해 대형마트가 신규 출점이 가능해질지, 유통법의 국회 법사위 통과가 가능할지도 새 정부에 대한 관심사 중 하나다.

공정위가 집중적으로 분석한 건설 및 IT 분야에 대한 불공정한 하도급 특약, IT 계열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그리고 이를 통한 중기 피해 방지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전략은 올해 공정위가 대형 유통사와 납품업체 간 불공정거래 현장조사를 강하게 실시하고 베이커리, 치킨,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 업종의 모범거래기준을 만든 것과 맞닿아 있다.

특히 박 당선인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고 손실을 보상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미 집단소송제와 관련해 외부에 연구용역 작업을 맡긴 상태로 내년 1분기 내에 공론화 작업과 토론을 거쳐 도입 범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정위 특유의 권한이었던 전속고발권은 폐지한다. 대신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담합 등 법위반 기업에 대해 검찰 고발 여부를 결정토록 한 제도다. 1996년부터 도입됐지만, 공정위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공정위의 힘 자체가 전속고발권에서 나온다는 것 때문에 ‘경제 검찰’이라는 지적이 많았으나 이 같은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기업 대 기업, 기업 대 소비자간 줄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박 당선인은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서 조달청장과 중소기업청장, 감사원장 등에게도 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전속고발권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인도 행복한 나라

박 당선인은 골목가게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업 기반시설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통시장은 낙후된 시설의 상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킨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당선자는 ‘나들가게’ 사업을 확산, 2017년까지 2만개의 골목가게 현대화를 완성하며 전통시장 내 주차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전통시장 포털시스템 및 U 전통시장을 구축할 예정이며 소매업체와 중소기업 간 매장공유 모델 등 신업태 모형을 개발, 공급한다는 목표다.

또 소상공인들의 사업 인프라 구축에도 노력할 예정이다. 골목가게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대해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물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대형 유통업체와는 다른 차별화된 마케팅 기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박 당선인은 ‘나들가게’ 통합정보센터, 소상공인 통합물류단지, 중소상인 공동구매·배송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에 예산을 우선 배정한다. 또 영세 소매업체 전담 MRO(소모성 자재의 공동구매시스템)서비스 시스템을 소상공인 단체 또는 민간사업자가 개발·운영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자율조직화 유도를 위하여 협동조합 활성화를 전폭 지원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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