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첸시아 중동’ 때문에 한순간 ‘날아갔다’?

 

▲금호산업이 건설한 '리첸시아 중동'.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경기도 부천시 중동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리첸시아 중동’의 분양수익금 문제를 놓고 금호산업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PF대주단인 우리은행이 수익금 배분 문제를 놓고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시공사인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에 차질을 빚는데 책임을 지고 기옥 금호산업 총괄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옥 사장의 사의를 놓고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졌던 기옥 사장의 퇴진까지 몰고 간 ‘리첸시아 중동’의 현실태와 미분양으로 실적이 반토막난 채권단과 PF대주단의 갈등을 <파이낸셜투데이>가 추적해봤다.

기옥 금호산업 총괄사장이 경영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9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은 기옥·원일우 공동대표 체제에서 원일우 사장 단독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기옥사장의 갑작스런 퇴진은 금호산업이 시공한 경기 부천시 중동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리첸시아 중동’의 분양 수입금 배분을 놓고 채권단과 PF대주단(우리은행 62%, 농협 38%)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리첸시아 사태가 수면위로 급부상 했다.

전격 사퇴 배경?

‘리첸시아 중동’은 66층 규모의 2개동에 160.3㎡, 193.3㎡, 208.6㎡, 215.1㎡ 등 중대형 평형대 총 572세대가 입주하는 주상복합아파트로 경기도 부천의 랜드마크를 자처하며 금호산업의 국내외 공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사업장으로 야심차게 건설했다.

하지만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공사비 회수 문제로 인한 PF대출을 실행한 대주단이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고 2,350억원에 달하는 PF원금을 전액 회수하려고 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금호산업은 ‘리첸시아 중동’을 시공하면 3,935억원의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또 시행사는 3.3㎡당 평균분양가 1,990만원으로 분양을 실시해 4,500억원 규모의 분양대금을 회수하는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분양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금호산업과 시행사는 모두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는 이들의 계산과는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이 사업장은 금호산업에겐 골칫덩어리가 되기 시작했다.
또한 사업장이 어려워지자 금호산업과 시행사였던 ‘HJ라이프PFV’간에도 이권다툼으로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금호산업은 시행사 주식을 156억 원에 인수해 ‘리첸시아 중동’을 자체사업장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리첸시아 중동’은 70%의 분양율을 기록하며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F대주단인 우리은행과 농협을 제외한 채권단은 감자까지 검토할 정도로 금호산업의 재무상태가 안 좋은 상황에서 PF대주단이 PF대출금부터 회수할 경우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대주단의 자금 회수 방침을 반대하고 나섰다.

산업은행 VS 우리은행 총력 여론전 왜 벌이나
기옥 금호산업 사장 사의‥발목 잡힌 금호그룹

금호산업은 도급액 4,000억원 규모의 부천 중동 리첸시아 주상복합 사업장으로부터 분양대금 등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면서 연말 감자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워크아웃이 절차가 진행 중인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에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기옥 금호산업 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 옥 전 금호산업 총괄사장.

 

기 사장은 그동안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서 채권은행간 공사비 배분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천 중동 리첸시아 주상복합아파트의 공사비회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옥 금호산업 대표이사가 채권단과 PF대주단 사이에서 교통정리를 벌였으나 잘 되지 않아 사의를 지고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지원 후정산’ 합의

채권단과 PF대주단의 갈등이 깊어지자 결국 금융당국이 나서 진화를 시도했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의 중재로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선지원 후정산’이라는 큰 틀에서 소송없이 협상으로 해결하자고 합의를 이뤘으나 여전이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PF대주단은 금호산업에 빌려준 700억원 규모의 PF 대출금은 회수하고 간접 공사비(약 150억원)는 대주단과 금호산업이 각각 절반의 비율로 나눠 회수하기로 했다. 2009년의 PF대출금 1,650억원은 가장 마지막 순위로 대주단이 가져가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구체적인 세부사항에 대한 조율은 없었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지난 10월말 채권금융회사들을 상대로 ‘금호산업 부천 리첸시아 공사비 지급안’을 부의했으나 사실상 부결됐다. 그 이전 1차 안건 역시 부결됐다.

‘리첸시아 중동’의 공사비 지급안건이 채권단 회의에서 거듭 통과되지 못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저조한 분양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호산업에는 치명타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리첸시아 중동’은 아파트의 경우 모집공고안 대비 23.6%의 할인 분양을 실시하고 상가의 경우 모집공고안 대비 37% 할인분양에 나섰다.

금융권은 우리은행이 주장하는 회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할 경우 총 2,520억원의 중동 리첸시아 분양대금수입(잠정)중 PF대주단이 73% 1,838억원(우리은행 1,153억원, 농협685억원)을 회수하고 금호산업은 잔액인 27%(682억원)만 가져가게 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PF대출원리금 놓고 파경?

하지만 이는 분양이 완전히 끝났을 때의 상황이다. 향후 추가 할인분양이 이뤄지면 발생할 손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명확하게 계산되어 있지 않다. 이는 금호산업이 받을 수 있는 공사비는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 할인 분양이 발생할 경우 손실 처리에 대해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 사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지난해 4월 PF대주단으로부터 금호산업이 700억원의 추가 PF대출을 받으면서 책임분양확약과 자금보충약정 등의 부가약정을 체결했으며 이와 관련된 안건이 이사회에서 정식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사업장 등기를 완료됐고 우리은행과 농협은 금호산업의 공사미수금보다 PF대출원리금을 우선하여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기옥 사장 등 금호산업 경영진이 PF대주단을 제외한 다른 채권단에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으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진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의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할인분양이 끝나면 PF대출의 약정서대로 나눠가지면 된다”며 “하지만 추가할인분양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인분양의 패해

금호산업이 건설한 부천 중동 리첸시아에서 비롯된 이번 갈등은 PF사업이 대량 미분양 사태를 맞으면서 본격화됐다. 단적으로, 평당 1,960만원이던 분양가가 1,485만원까지 떨어졌고 분양수입금이 줄게 돼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PF자금을 대준 대주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분양수익금이 줄어들자 이들 대주단은 중동 리첸시아를 분양하는 대로 이를 회수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PF대주단은 2009년말 PF사업장에 총 1,650억원, 지난해 4월 7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분양지연에 따른 채권단과 갈등 속 타는 ‘대주단’
분양대금 지급 방식에 따라 희비교차 되는 채권단


여기에 금호산업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은 리첸시아의 할인분양에 따른 금호산업의 손실부담 전가와 공사비를 주지 않고 대출원금을 먼저 회수할 경우 PF대주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조치를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이는 채권단을 설득해 우리은행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동의할 수 없다’는 거부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채권기관들의 이해를 얻어내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최근 채권기관들에게 우리은행이 기존 주장의 부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는 서한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우리은행은 ‘부천리첸시아’ 사업장의 할인분양율을 23.6% 이내로 못 박자는 안건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하지만 금호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주채권은행이면서 PF대주단인 우리은행의 행동에 불만을 터져 나오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자 대주단인 우리은행이 가장 적은 손실을 감당하는 결과”라며 “우리은행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선지원 후정산’이라는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우리은행이 당초 금감원의 중재안대로 고통을 분담하는 선에서 합의한대로 진행하면 된다”며 “금호산업 정상화에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이익챙기기 급급한 것은 이기주의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향후 추가 할인분양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산은은 갈등의 불씨를 없애겠다는 의지가 높고, 우리은행은 일단 협의대로 진행한 뒤 문제가 있으면 추가로 협의하면 되는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이번 사태의 불씨를 자초한 것은 지난해 4월 PF자금을 지원하면서 PF대주단은 ‘준공 후엔 공사비 지급보다 PF 대출금을 먼저 회수할 수 있다’는 별도약정을 금호산업과 체결한 것이 자금회수에 나선 근거다. 우리은행은 PF대주단인 동시에 산업은행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하다.

경영정상화 물 건너가나?

지난 2010년 1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산업은 이번 리첸시아 사태로 올해 워크아웃 졸업이 사실상 물 건너 간 모습이다.

 

 

금호산업이 12월 초까지 이사회 결의를 통해 감자 추진을 확정하고 2012회계연도 말 자본잠식 규모가 확정되면 감자 규모도 정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에 포함된 97개 금융회사 중에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농협이 대출금 회수에 나서 금호산업 워크아웃이 진행은 멀게만 느껴진다.

앞서 금호산업은 2014년까지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채권단과 계약을 맺었다. 금호산업의 경영악화는 조기 졸업을 추진하는 아시아나항공에까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하고 지속적인 항공기 도입으로 신규 노선 진출 등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적극적인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편, 금호건설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실사를 거쳐 나온 결과에 따라 분양수익금과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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