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많아도 청사는 호화롭게”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13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4,000억원 규모의 진주 신사옥을 건설하면서 호화사옥 논란과 함께 방만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채탕감을 위해 내놓은 사옥은 팔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인력구조조정을 위해 낮춘 정원을 다시 슬그머니 늘리는 등 부채 탕감노력은 허울뿐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도와 2,000억원대의 농지보존부담금 보상금 지급을 두고 마찰을 빚는 가운데 정자 사옥이 부동산 압류를 당할 처지에 놓여있다.

그동안 이지송 LH공사 사장은 “LH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일각에서는 이 사장의 이러한 노력이 ‘허풍 혁신이 아니었느냐’는 질타까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파이낸셜투데이>는 13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LH공사의 방만경영을 살펴봤다.

지난해 5월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진주혁신도시로 이전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LH공사는 2014년 말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한다. 하지만 LH공사가 진주에 새로 짓는 신사옥에 4,000억여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호화사옥 논란이 일고 있다.

호화 신사옥 논란

LH공사는 진주 신사옥 건립공사를 위해 지난달 2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35%‧STX건설25%‧계룡건설15%‧중앙건설15%)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진주 신사옥은 지하2층에 지상 20층 규모로 부지면적만 9만㎡, 연면적은 13만㎡(3만9,325평)로 현재 경기 성남 분당 사옥(7만2,011㎡)의 두 배 규모로 지어진다.

근무하는 직원은 수는 1,400여명으로 기존 사옥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면적은 두 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또한 신사옥에는 업무시설 이외에 헬스장과 수영장, 체육관 등이 들어서고 옥외에는 인조잔디 축구장과 농구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LH공사 진주신사옥 조감도.

 

LH관계자는 “신사옥 규모는 정부의 지방이전 계획 승인 기준과 절차에 적합하게 계획됐다”며 “신사옥의 1인당 업무시설 면적은 56.28㎡로 정부지침(56.53㎡이내)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친환경과 열효율이 높은 자재 등을 사용해서 규모가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유지관리 비용 등으로 회사가 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호화사옥 건립은 결정됐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구 청사 등의 매각 처리방안은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LH공사는 현재 성남시 구미동에 사용하고 있는 7만㎡의 주공 사옥을 매물로 내 놓았지만 매각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평가금액이 4,000억원이나 되는 건물을 매입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0년 3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을 결정한 오리 사옥도 2년이 지난 지금 매각작업은 개점 휴업 상태이다.

오리 사옥은 대지면적 3만7,997㎡(약1만1494평), 연면적 7만2,011㎡(약 2만1783평) 규모로 본관은 지하 2층~지상8층 구조이며 별관은 지하 2층~비상4층 규모로 이뤄졌다. 2010년 첫 매각공고를 낼 당시 감정가는 4,014억이었다.

하루 120억원 이자내도 4,000억짜리 집에서 산다?
구사옥 안 팔리고 농지부담금 놓고 경기도와 마찰


국회 국토해양부 소속 임내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에서 LH공사의 총 부채는 130조5,711억원으로 연간 이자만 4조3,662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같은 엄청난 부채에도 불구하고 지하2층~지상20층 규모의 3,500억원짜리 호화청사를 짖는 것은 부채 탕감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LH공사는 ‘매각 가능한 자산의 총력 판매를 통해 자체 조달력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실제로 불필요한 자산의 매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게 임 의원의 설명이다.

LH공사의 매각 대상 사옥 중 8개 사옥이 몇 년째 매각도 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매각 노력을 적극적으로 했다면 5년 동안이나 매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LH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는 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잘팔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빠른 시일 내로 매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지보존부담금 미납으로 압류(?)

이 와중에 LH공사는 경기도가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추진하면서 2,000억원대의 농지보존부담금을 체납했다는 이유로 LH공사 정자 사옥에 대해 부동산 압류에 들어가기로 해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경기도는 광명‧시흥보금바리주택지구에 대한 농지보전부담금 1,994억원과 가산금 100억원 등 총 2,094억원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LH 정자 사옥 등 부동산을 압류하겠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농지보존부담금은 논이나 밭을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고 건축허가를 받을 때 내는 세금으로 92%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조성사업으로 사용되며 나머지 8%는 도와 시‧군이 4%씩 대행 수수료를 나눠 갖는다.

경기도에 따르면 LH는 지난 2010년 12월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 사업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대상 토지에 대한 검토를 거쳐 올 2월 농지보전부담금 1,994억원의 부과를 결정했다.

농지보전부담금을 징수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6월 LH공사에 납입을 통보했다. 하지만 LH는 당초 납기를 지키지 않았고 경기도가 2개월 동안 납부기간을 연장해주고 독촉장을 2차례 보냈지만 최종 시한인 지난달 23일까지 납부하지 않았다.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파이낸셜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현재 LH가 농지보전부담금 납부를 계속 미루고 있어 사옥 등에 대한 부동산 압류절차 계획을 수립하고 법령검토와 관련부처문의 등 후속작업을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공사 관계자는 “아직 소유권 이전 등기도 마치지 않은 가운데 농지보전부담금 납부를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고 말했다.

말뿐인 ‘자구노력’

또한 LH공사는 2009년 9월 통합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와 맞물려 불어닥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원정원을 24% 줄이고 사업대상지구에 대해 강력한 사업조정을 실시하는 등 자구노력을 펼쳐왔다.

이 조치로 2009년 9월 주택공사, 토지공사 통합 당시 직원정원은 7,367명에서 5,600명으로 1,767명 정도 감축됐다.

하지만 LH는 올해 직원정원을 5,600명에서 6,100명으로 슬그머니 늘려 인력구조조정은 허울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LH의 부채는 2009년 109조2,000억원, 2010년 121조5,000억원, 2011년 130조6,000억원으로 2년 사이 21조4,000억원 늘어났다.

이지송 LH공사 사장은 ‘회사 이름만 빼고 다 바꾸자’며 비상경영을 선포해 부채 줄이기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채 탕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뒤로는 호화청사를 걸립하는 등 방만경영의 꼬리표를 때지 못하고 있어 허풍경영이란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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