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김승유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자회사인 외환은행과의 IT통합 문제와 관련해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에 대한 외환은행 257억원 출원에 대해 연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자회사인 외환은행과의 IT통합 문제와 관련해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에 대한 외환은행 257억원 출원에 대해 연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나고는 하나금융이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로 김승유 전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논란이 가중된 것은 지난달 16일 하나은행의 자회사인 외환은행 이사회가 하나고에 대해 257억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외환은행의 자발적 출연이라고 강조하며 논란을 일으키는 외환은행 노조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펼쳤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하나고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전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의 입장을 살펴봤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하나은행의 257억원 출연계획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전 회장이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지난 3월 하나금융 회장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을 강제한 적 없다”며 “외환은행이 먼저 기부 의사를 밝혀 이를 수락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외환銀 출연 강제한적 없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노조가 외환은행의 하나고 지원 반대에 대해 “자발적인 사회공헌 차원의 지원을 반대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함께 자리한 김진성 하나고등학교 교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하나고의 1,000만원대 등록금은 의도적인 왜곡”이라면서 “일반고등학교와 달리 하나고의 등록금은 기숙사비, 식비(1인4식), 방과 후 수업비(1인 2기)등이 포함된 가격”이라며 “기준이 상이한 일반고와 하나고를 비교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장은 “귀족학교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도 있다. 하나고는 자율형사립고 중 최초로 사회적배려대상자 20% 선발 전형을 만들었다. 이중에는 경제적배려대상자도 15% 포함됐다”며 “설립 주체가 누구든 학교는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며, 비영리공익법인의 공공자산이다”고 설명했다.

자발적 기부 ‘문제없다’…부당한 영향력 행사
‘하나고 257억원’ 출연 금융위에 진정서 제출

하나고가 이처럼 발끈(?)하고 나선 배경에는 전날 외환은행 노조가 모 일간지에 광고를 내고 “하나고는 약 1,200만원의 등록금을 받는 귀족학교”라며 “외환은행 고객 돈 257억원을 하나고에 출연하는데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히자 적극적인 입장 표면에 나선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하나고에 대한 비방 광고는 하나금융의 정책, 외환은행 합병과는 무관하다. 오로지 하나고를 비난하는 것이며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광고를 낸 주체인 ‘외환은행 노조 일동’에 대해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 등 모든 구체적인 법적 방안들을 고려해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환은행 노조도 맞소송을 검토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의문의 257억 출자…왜(?)

지난달 16일 외환은행의 이사회는 하나고에 대해 기본재산 250억원 출자, 올해 운영비 7억5,000만원 연내 출연 등을 골자로 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표면적으로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이지만 하나금융지주가 주도하는 사업에 지난 2월 합병 이후 계열사 신분이 된 외환은행의 자금이 대거 투입됐다는 것은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에는 하나고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의 회장이기 때문이다.

외환은행노조는 지난달 18일 금융위원회에 외환은행이 257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조가 제출한 진정서에는 하나고 출연 결정이 △하나금융지주가 부담할 비용을 자회사라는 이유로 외환은행이 대신 부담 △국내외 경기침체 등 은행 건전성 제고에 노력해야 할 시점에 회수 가능성도 없이 257억원 출연 △교육 소외계층도 아닌 고소득층 지원 등의 이유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번 출연결정은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권이 남용된 위법 사례인 만큼 금융위원회의 신속하고 엄정한 감독권 행사가 절실하다”며 진정서 제출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하나금융지주가 부담할 비용을 자회사란 이유로 외환은행이 부담했다”며 “국내외 경기침체 등 은행 건전성 제고에 노력해야할 시점에 회수 가능성도, 명분도 없이 257억원이나 출연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하나고는 김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곳이다”며 “은행의 재산을 지켜야 하는 이사회에서 명분도 없는데도 지원을 결정한 것은 김 전 회장이 영향력 행사가 의심스럽다”고 의혹를 제기했다.

금융위 법률적 검토 들어가

이번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외환은행 쪽에 하나고 출연이 은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사실상의 반대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이 은행법 35조 2항에 명시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다시 논의를 요구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른 시일 안에 하나고 출연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를 의뢰할 계획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하나고 257억원 출연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만큼 더는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갈 수 없다”며 “늦어도 이달말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하나고 출연 결정 내용이 담긴 외환은행 이사회 의사록에 대한 법률적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법률적 검토의 핵심은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이 하나금융의 지배력을 이용해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을 강제했는지의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4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환은행이 하나고 257억원 강제 출연의혹에 대해 법률적인 면 등 필요한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외환은행도 하나고 출연 결정과 관련해 재검토를 신중히 고민하는 분위기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도 이번 출연 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이사회가 어떠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침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감 증인에도 불출석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 의원(민주통합당)은 “하나금융지주의 부당한 지시가 없다면 외환은행이 출연할 이유가 없다”며 “외환은행이 하나고 출연은 하나금융지주 전 회장이 은행을 사금고로 생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귀족학교(?)’ 주장하는 외환노조에 소송 불사
IT통합 갈등이어 하나고 문제까지 ‘첩첩산중’

민주통합당 김기준 의원 역시 “김승유씨는 하나금융지주와 관련이 없는데 지주회사는 물론이고 자회사를 통해서 출연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자회사가 지주회사로 배당하기 전에 돈을 뺏어오면 결국 하나금융지주 다른 주주한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은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번 논란은 김승유 이사장 개인이 공과 사를 망각하는 동시에 부도덕한 행위”라며 “위법성 여부를 실시해 적절한 처분을 내리고, 외환은행의 이사회 결정을 취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김승유 이사장은 출석하지 않아 의원들 사이에 비난을 받았다. 하나고에 대한 외부의 시선 또한 곱지 못 한게 현실이다. 하나고는 등록금을 포함한 연간 학비가 1,000만원이 넘어 귀족학교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입시 전형 등 문턱이 높아 부유층 자녀들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맞는 말이다. 외환은행이 257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출연한 것에도 사회공헌 활동으로 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

중학교 수험생을 둔 학부모는 “하나고가 학부모 사이에서 자립형사립고로 일명 ‘귀족학교’로 불린다”며 “내 자식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이지만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해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학교에 보낼 수 있는 학부모는 따로 있기 때문에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드라마에 나오는 귀족 학교처럼 보여 위화감을 조성하는 부문도 없지 않아 보인다”며 “시중은행이 서민들에게 돈 장사를 해 귀족학교에 사회공헌자금으로 250여억원을 쾌척한다는 것이 사회적 양극화를 조성하는 모습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성토했다.

하나금융-외환노조 팽팽한 기싸움

은행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간 기싸움의 일환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당시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을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하며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동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독립경영에 대한 인식차이에서 비록한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동거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하나금융그룹은 경비절감과 경영의 효율성을 앞세워 두 은행의 전산시스템을 통일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다 외환은행노조는 이에 대해 IT통합은 명백한 합의사항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두 은행 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외환은행의 하나고 257억원 지원결정은 외환은행과 하나금융 그리고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며 “외환은행으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지원을 해주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의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하나고에 대한 자발적 출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체 정원의 20%를 저소득층을 포함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해 장학금 혜택을 주고 있어 귀족학교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조선일보는 윤용로 외환은행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외환은행이 먼저 제안한 일이고 그 결정은 내가 했다”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