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상자’ 받았는데 열어보니‘짐 꾸러미’?

대기업들 줄줄이 택배업 실패…동부도 추가인수·매각설 끊임없어
동부택배 2년 연속 적자행진 시장 상황 악화일로
업계, “시장재편 가속화 상위 3~4개 업체만 생존”
동부 “실패한 기업들과 달라, 누가 하느냐가 관건”

지난해 우여곡절 속에 택배사업에 뛰어들었던 동부그룹이 ‘택배’로 인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택배업 진출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동부는 오너인 김준기 회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훼미리 택배를 인수, 택배사업을 시작했지만 시장 재편 흐름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 택배부문은 지난해 택배물량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유가 상승,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지난해 수준의 적자폭이 예상된다.

택배사업은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았지만 1~2년 사이 대기업들이 먹거리를 찾아 잇따라 진출한 뒤 과열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상위 4~5개 업체만을 제외하고는 후발업체 대다수가 적자폭이 커지면서 일부는 존립 위기까지 맞고 있는 상황. 실제?동부와 비슷하게 택배업에 진출한 신세계, 유진, 동원그룹 등이 줄줄이 실패를 맛보고 있다. 신세계는 물류계열사인 세덱스를 한진에 팔았고, 로젠택배를 인수한 유진기업도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택배를 인수한 동원그룹은 매각 대상조차 찾지 못해 결국 청산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장 내에 이처럼 구조정의 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한발 뒤늦게 사업에 뛰어든 동부익스프레스 택배 또한 그룹 내 ‘계륵’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가 속해있는 동부건설은 지난 2/4분기 19억3천83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만도 13억5180만원을 기록했다.

동부건설이 이같은 실적을 기록한 데는 물류부문인 동부익스프레스 관할 택배사업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총 매출액 5천300억원에 약 18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택배사업은 매출액 400억원에 20억원 적자를 냈다. 올해에도 20억원의 적자가 예상돼 누적적자가 40억원에 달한다.
 
물량 큰 폭 증가했지만 영업마진은 거의 없어

화물운송, 항만하역, 고속버스, 렌트카 사업 등을 하고 있는 동부익스프레스는 지난해 4월 택배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업계 안팎에선 동부의 택배사업 진출설이 끊임없이 나돌았지만 번번이 소문에 그치고 말았다가, 오너인 김준기 회장의 강한 의지 아래 중앙일보 계열의 훼미리 택배를 인수함으로써 택배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

출범 당시 최헌기 동부익스프레스 사장은 “현재 5만 박스 대인 하루 처리물량을 연말까지 20만 박스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향후 3년 내에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출범 이후 가파른 택배 물량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동부익스프레스 택배의 현재 일 평균 국내택배 취급량은 약 15만 박스. 상위 업체들인 한진, 현대, 대한통운 등이 각각 80만, 65만, 60만 박스를 취급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지만 출범 1년 반 만에 달성한 것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하지만 택배시장이 과열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고유가에 따른 운영비 부담, 설비투자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이후 후발 신규 업체가 대거 진입하면서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해온 택배시장은 과열경쟁으로 인해 가격경쟁이 심화돼 영업마진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2004년 5.3%이던 택배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006년 3.1%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1%대 가까이로 떨어졌다. 이 또한 그나마 상위 업체들의 영업마진일 뿐 대부분의 후발  업체들은 적자폭만 커지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 택배도 물량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올해 각각 20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세계그룹의 세덱스 역시 지난해 33억원의 적자를 기록, 결국 (주)한진에게 세덱스를 매각하며 택배사업을 정리했고, 동원그룹은 아주택배와 KT로지스를 설립한 로엑스택배가 49억원의 적자를 내며 설립 1년 만에 끝내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두산그룹의 하나로택배의 매각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진기업의 로젠택배도 지난해 매출액 1241억원임에도 43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 적자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 “내년엔 영업이익 흑자, 업계 3위 진입할 것”

업계에서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상위 4개 업체(한진, 현대, 대한통운, CJ GLS)와 우체국택배 정도를 제외한 중견, 후발업체들은 구조조정이 가속화 될 것이란 예측이 높다. 세덱스와 로엑스택배의 정리는 마무리가 아니라 시장 재편의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 동원, 유진 등과 비슷한 시기인 2006년 이후 시장에 진출한 동부익스프레스 택배에 업계의 눈이 쏠려있는 것은 당연한 일.

업계 안팎에서는 동부 역시 지금과 같은 적자상황이 계속된다면 매각 절차를 밟게 되거나 택배사를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동부익스프레스 측은 이와 관련, 추가인수나 매각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익스프레스 한 관계자는 “최근 택배시장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동부의 경우 좀 다르다”면서 “동부 물류부문 전체에서 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고 수익의 대부분은 화물, 항만하역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단지 사업 포트폴리오상 전국에 거점을 둔 소형 화물운송이 필요해 택배업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에 동부익스프레스 전체의 실적을 봐야지 택배만을 떼어놓고 보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

“신세계나 동원의 경우 ‘택배’만을 보고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부익스프레스는 화물, 항만하역 부문의 탄탄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해 택배부문도 점차 비중을 늘려가는 구조”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택배시장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결국 ‘누가’사업을 하느냐가 관건 아니겠느냐”며 “동부는 일 평균 취급량만을 봐도 이미 흑자수준에 올라섰다. 내년에는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돼 업계 3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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