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용접하고’‥내 집인데 ‘나가라’

▲상도동 현대엠코타운.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현대엠코 손효원 사장이 십여 년 동안 추진해오던 상도동 엠코타운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현재 현대엠코는 올해 기준 건설사 시공 순위 21위의 대형 건설업체이다. 그런 현대엠코가 원주민과의 마찰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현대엠코가 상도동에 준공한 ‘상도동 현대엠코타운 센트럴 아파트’가 시공사와 대행사 지역주택조합원과의 갈등으로 연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추가부담금을 놓고 시공사와 대행사 그리고 미합의 조합원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현대엠코측은 일부 미합의 원주민들이 추가 공사비 납부를 거부하고 있어 부득이 유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원주민 조합원은 살고 있는 집과 토지를 내주면서 추가부담금 없이 확정가로 지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이제 와서 추가 공사비를 납부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합의 원주민 조합원이 해당 아파트 가구에 불법으로 출입해 점유하고 있던 중 시공사인 현대엠코와 대행사가 원주민을 밖으로 몰아내는 과정에서 출입문에 용접하면서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상도동 현대엠코 타운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시공사와 원주민 조합원의 주장을 짚어봤다. 

지난달 25일 서울 상도동 ‘상도 현대엠코타운’이 입주를 시작했다. 상도 현대엠코타운은 현대엠코가 서울지역에서 처음으로 분양한 아파트로 지하 3층 지상 10~18층, 22개 동 전용 59~118㎡, 총 1,599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하지만 입주가 시작되면서 원주민 입주자와 시공사 그리고 조합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용한 상도동이 시끄러워졌다.

문제가 발생된 것은 이 지역(상도동 134번지, 134구역) 원주민 조합원들이 입주시 추가부담금 없이 확정가로 아파트를 공급받기로 계약하였으나 시공사인 현대엠코가 추가 공사비와 이자 등을 받지 못하면서 이들 미합의 조합원 가구들에 대해 유치권을 내세우고 추가부담금을 요구하며 이들의 입주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손효원 현대엠코 사장.

시공사인 현대엠코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사비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시공사의 의무다. 일부 가구에 대한 추가 공사비 대금을 받지 못해 부득이하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었다”며 유치권 행사 배경을 설명했다.

추가 공사비 놓고 첨예한 대립

원주민들의 입장은 이와 조금 다르다. 원주민 조합원 A씨는 “조합사업이 늦어지면서 사업자가 한진중공업에서 현대엠코로 시공사가 변경됐다”며 “현대엠코가 절대로 추가 부담금이 없다고 하여 조합과 가입계약을 했다”고 맞섰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문이 바로 추가부담금문제다. 현대엠코는 공사대금 일부가 남아 있어 유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조합원들은 추가 공사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계약을 했는데 추가 부담금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합의 원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2000년 주택조합사업으로 추진하던 시행사와 시공사는 살고 있던 집과 토지를 내주면 아파트 1채를 공급하겠다고 원주민들을 설득했다. 또한 추가부담금 없이 확정가로 아파트를 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진중공업이 시공하기로 되어있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진중공업 측 재정상태가 좋지 못해 일반 분양분에 대해 20% 할인분양을 하라는 조건으로 공사에 들어갔지만 결국 조합 입장에서 조합원 부담이 커지자 양질의 아파트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추가부담금을 최소한으로 하겠다고 현대엠코와 재계약을 맺었다.

“추가부담금 없다”?

원주민 조합원은 2007년 7월 현대엠코가 원주민들에게 모집조합원과 동일하게 추가부담금을 납부하라는 조합 총회를 개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가부담금에 대한 납부의무가 있는 모집조합원과 토지와 주택을 모두 내놓은 원주민조합원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 댔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 추가부담금을 ‘원주민들이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현대엠코 측은 “공사대금 250억원이 남아 있어 부득이 유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대다수의 조합원이 추가 공사비와 이자 등에 대한 손실을 공감하고 합의를 이뤘는데 일부 극소수의 원주민 조합원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합원 ‘불법 점거’(?)

지난달 25일 상도동 현대엠코의 사용승인과 함께 입주가 시작됐다. 입주 직전 현대엠코 측은 유치권 행사를 알리기 위해 미합의 원주민 가구에 대해 ‘유치권 행사’ 스티커를 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원주민 조합원은 아파트 해당 세대를 불법점유하기에 이르렀다. 시공사인 현대엠코와 대행사인 ‘현승’은 불법점유를 막기 위해 그라인더로 현관문 경첩을 뜯어내고 원주민을 끌고 나갔다. 또한 출입문에 용접을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시공사 ‘유치권’ 행사하며 원주민 세대 출입 통제 논란
법원 ‘원주민에 추가 부담금 내지 않아도 된다’ 판결

원주민들은 시공사인 현대엠코와 대행사인 ‘현승’이 사람이 있는 집에 용접을 하면서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하는 한편 시공사인 현대엠코 측은 “대행사 측에서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용접 작업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불법 점유한 원주민이 용접을 하는 것을 확인하고 창문을 통해 들어와 용접을 하고 있는 동영상을 찍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합의 원주민 A씨는 “처음에 40여명의 미합의 원주민들이 들어와 생활을 했는데 다들 겁먹고 이제는 10여명만이 남아서 집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유치권을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합의를 하지 않은 원주민에 대해서 유치권을 행사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며 “현대엠코측이 유치권 행사를 하게 되면 재산권 행사를 하기 어려워 질 것을 염려해 다급한 마음에 각 세대를 점령했다”고 토로했다.

출입문 용접 ‘구설수’

본지가 현장을 방문 했을 때에는 일부 미합의 원주민 가구에 대해 유치권 행사를 안내하는 스티커가 세대 앞 현관문에 붙어있었다.

유치권 안내 문구를 살펴보면 ‘당 세대는 시공사인 현대엠코(주)가 상도 134지역주택조합 신축공사의 도급인인 상도 134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공사도급계약서 제28조 제 2항 및 민법 제320조 내지 제328조에 의거 유치권을 행사중이므로 세대내 출입을 절대 금지합니다.

따라서 현대엠코(주) 담당직원외 출입하는 자는 점유침탈로 간주하여 민사 [유치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형사[건조물 침입, 권리 행사방해 등]상 즉시 처리함을 경고합니다’라고 적시 했다.

이에 한 원주민에 따르면 “11년 전 지역 조합을 형성하여 조합간부와 시행사의 부도덕한 문제 등으로 여러 차례 시행사가 바뀌는 우여곡절이 발생했다” 며 “원만한 합의를 통해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의 관계자는 본지와 만남에서 “용접을 한 현관문을 다시 새것으로 교환해 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 방송 보도 이후 현대엠코 입주 예정자와 인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을 아꼈다.

현대엠코의 한 관계자는 “재계발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상도동 사업장에 본사가 많은 어려움을 딛고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며 “3면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지어졌으며 부실화된 사업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나 조합원들간의 갈등으로 인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몇 명의 조합원들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합장과 조합원들 지속적으로 설득과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행사 ‘현승’, 어떤 회사?

원주민들의 현관문을 용접하고 감금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대행사 ‘현승’은 어떤 회사일까. 이 회사는 일단 청소대행업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용역회사’라는 게 원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현승’은 원주민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 총액을 확정한 후 추가로 발생하는 수익을 귀속 받는 ‘청산대행체제’를 맡았다는 것이다. 즉 미합의 원주민들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면 ‘현승’이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문제는 ‘현승’은 법적으로 청산대행업무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청산대행업무를 맡기 위해선 관할 구청 주택과로부터 인허가 받아야 하는데 본지가 확인한 결과 ‘현승’은 허가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원주민측은 현승이 관악구청에 두 차례에 신청서를 냈으나 두 차례나 퇴짜를 맞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행정소송에서도 현대엠코측은 패소했다는 얘기다. 특히 재개발법상 조합 외엔 청산대행업무를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법 보다 주먹?

그럼에도 ‘현승’은 청산대행업무를 집행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원주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날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 주변을 둘러싸고 도열 했다”며 “아마도 신림동 일대 조폭들과 용역직원들이 나선 것으로 보였다. 특히 그라인더와 용접기 등 장비를 챙겨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고 일부는 원주민들을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고 전했다.

대다수 조합원 합의‥일부 비합의 원주민 때문에 ‘항변’
시공사 ‘추가 부담금 요구’…입주자 ‘조건 없는 분양’

특히 일부 직원들은 상의를 탈의하고 문신을 드러내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일부 원주민들이 들어가 있는 집의 문을 용접해 사실상 감금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별도로 CCTV를 설치하고 문 앞에 24시간 진을 치는 가하면 문을 두드리거나 험악한 욕설을 내면서 원주민들을 위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감금한 가구의 경우 전기와 수도를 끊기도 했으며 감금된 원주민들은 지옥과 같은 밤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원주민들은 이날 사건에 대해 MBC방송국에 제보하기도 해 지난 20일 MBC뉴스에 방송되기도 했다.

또한 미합의 원주민들이 끝내 저항하자 현승 측은 징역살이 특별조를 투입하겠다며 엄포를 놓으며 강도 높은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원주민들은 “돈 없는 서민은 내 집을 두고도 들어가지도 못한다”면서 “현대기아차라는 대기업의 건설사가 어찌 이럴 수 가 있느냐, 법 보다는 주먹이고 경찰 보다는 더 무서운 조폭들을 내세워 이렇게 재산권을 강탈해도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발 재건축에는 많은 문제와 난관이 따른다. 상도동과 같은 재계발의 경우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으며 시행사‧시공사‧조합 등이 수차례 바뀌는 경우도 부지기수다”며 “건설지연 등에 관한 이자 등을 조합원이 부담하는 경우 많이 있지만 추가부담금 에 관한 계약이 존재하고 법원의 판결이 원주민에게 추가 부담을 주지 말라고 판결한 만큼 원주민에게 일방적인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여러 차례 시공사 변경되고 최종 시행사와 입주민과의 마찰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행사인 현대엠코가 비합의 원주민과 대화를 원만한 합의를 이뤄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고 용역업체를 동원해 현관문을 용접하고 원주민과 대치했다는 점에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비합의 원주민들은 생각지 못했던 1억6,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마련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현대엠코는 현재 서울ㆍ경기 지역 40여곳 등에서 재개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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