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선 뇌물수수 위에선 방만 경영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최근 공기업의 비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로공사(장석효 사장)가 비리백화점으로 지목되고 있어 전체적인 제도 개선 및 의식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사장으로 취임한 장석효 사장은 MB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며 논란이 된바 있다. 특히 취임 100일 맞은 언론사 인터뷰에서 정 사장은 취임 이후 부채를 줄이겠다는 공언 한 바 있다. 특히 당시 도공의 부채가 23조원을 감안한다면 올해 부채가 늘어난 셈이다.

당시 장 사장은 원감절감과 자구노력과 사업비 절감, 통행료 조정으로 이자전액을 상환토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도공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24조가 넘는 부채를 앉고 있는 기업에 맞지 않게 방만 경영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도덕적 헤이로 각종 비리에 연류 돼 있고 퇴직한 직원에 대해 수의계약 형식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있어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비리백화점으로 전락한 한국도로공사의 문제점을 집중 살펴봤다.

한국도로공사가 내년 말 경북 김천혁신도시에 지을 신사옥 면적이 기존 사옥보다 4.6배 넓히기로 해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부채가 24조원을 넘는 것을 감안한다면 신청사의 크기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청사연면적이 기존 2만3,821㎡에서 11만401㎡로 363%로 확대된다. 건립비 또한 2,685억원에 이른다. 부채가 아무리 많아도 리조트급 호화사옥은 짓겠다는 뜻이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임을 감안하면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 통화에서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기준(56.5㎡/인)이하로 적용(55.6㎡/인) 하고 있다”며 “현청사는 오래전(1973년)에 건축되어 건립당시보다 근무인원 수 증가(4.5배)하여 공간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채 많아도 신사옥은 최고

도로공사의 방만 경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공은 고액 연봉에도 불구하고 776명의 임직원들에게 43억5,800만원의 무이자 대출까지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게 저금리인 연3.9%로 학자금대출을 해주는 것을 감안하면 평균 연봉 7,000만원에 육박하는 공기업 직원들에게 무이자 혜택을 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은 “부채를 일정수준 내에서 관리하지 못하거나 경영평가가 일정등급 아래인 공기업들에 대해선 무이자 대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보니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 깊숙이 박혀 있는 것 같다”며 “공기업의 경우 일반 기업과 달리 국민 혈세로 운영 되다 보니 도덕적 헤이가 극에 달했다”고 꼬집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임직원들에 복지에 이어 퇴직자들에 대한 복지(?)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나 다시 한 번 질타를 받고 있다. 바로 퇴직자들에게 고속도로 영업소 등을 운영할 수 있는 특혜를 밀어 준 것이다.

퇴직자에도 복지(?)해택

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태흠 의원은 “고속도로 영업소(톨게이트) 운영권 중 90%를 도로공사 퇴직자가 수의 계약을 통해 챙겼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도로공사 퇴직직원 고속도로 영업소 연도별 수의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 268개소 중 241개소(90%), 2009년 (305개소/270개소 88.6%), 2010년 (313개소/ 278개소 88.9%), 2011년 (317개소/282개소 89%), 2012년 (326개소/290개소 89%) 등 매년 고속도로 영업소 운영권중 90% 가까이를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챙겼다.

이들 영업소의 수의계약 기간은 3년에서 6년까지며 1년 연장이 가능해 최대 7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
또한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수의계약 21건 중 12건을 도로공사 퇴직자 모임인 도성회가 100% 출자한 회사인 (주)H&DE와 체결했다.

김 의원은 “공기업이 퇴직 직원까지 챙겨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아며 “도로공사의 계약방식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상은 의원은 ‘고속도로 안전순찰업무 외주 용역계약 현황’자료를 통해 51개 지역 중 고속도로 안전순찰 업무를 외주로 전환한 45개 지사가 도로공사 퇴직자가 설립한 안전순찰용역회사에 100%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정년 이전 조기 퇴직 직원에게 운영권을 부여해 인건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며 “또한 영업소 운영의 공공성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개입찰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2012년 공개입찰 비율을 외주화 대상 30%, 2014년 50%까지 늘려 나갈 계획이다”고 덪붙였다.

견인업체로부터 향응수수에 법인카드 펑펑
호화청사 건립에 수의·특혜 계약 의혹까지


직원 비리도 심각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법인신용카드를 개인적인 식사비용으로 유용하고 양주 등 주류구입 비용으로 사용, 견인업체에게 상습적으로 향응과 성상납을 제공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부 직원들은 해외출장 중 공식적인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개인적인 관광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져 도공의 비리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 감사에서 통상적인 식사시간이 아닌 근무시간에 법인카드로 음식점에서 사용한 금액이 4억2,800만원(2,529건)에 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4월에 자체 실시한 법인신용카드 사적사용 조사 자료에 의하면 상황은 더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공의 한 직원은 법인카드로 173만여원을 사적인 모임행사에서 식사비용을 결재하는가 하면 하이패스 선불카드, 단말기 구매 후 사적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양주 등 주류 구매 후 개인용도로 사용하기도 하고 견인업체로부터 향응수수 및 성 상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관련업체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던 도로공사 전 간부 이모씨가 경기 용인의 한 야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 자살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 씨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도로공사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이날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교량공사 안전도 의문

한국도로공사는 PCT 거더 공법에 대해 2,458억원이나 되는 교량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도로교시방서 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9일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강석호(새누리당) 의원은 “한국도로공사는 특수공법(특허)라는 논리로 19개 교량(총 도급액 2,458억200만원)의 수의계약으로 맺었다”며 이는 특혜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또 “남한강교는 총 연장 1,443m, 지간장(교각사이) 100m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ILM(입출 밀어내기)공법으로 시공중에 있으나, 처짐 현상이 생기고, 교량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의 기술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의계약 문제는 정부 계약 집행 기준에 의거해 특허공법에 대해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전체 공사에 대해서는 일반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있다”며 “처짐현상은 설계에서부터 안전을 위해 반영된 부분이며 교량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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