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교 부실공사 ‘논란’‥책임 회피 ‘급급?’


[파이낸셜투데이=조경희 기자]태영건설 윤석민 부회장이 연속되는 악재로 곤욕스런 모습이다. 상판 붕괴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 낸 파주 임진강 장남교의 시공사가 태영건설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사 과정부터 ‘부실공사’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담합에 이어 최근 공정위로부터 ‘들러리’ 입찰로 과징금까지 연이은 악재로 윤 회장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에서 부실공사 논란을 받고 있는 태영건설에 대해 분석했다.

인천도철 2호선 공사 입찰에서의 담합 ‘의혹’
벽산건설에 들러리 입찰 담합…공정위 과징금

지난 22일 오전 8시50분께 경기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 장남교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상판이 무너져 근로자 2명이 숨지고 1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현장 근로자 14명이 15m 아래로 추락해 홍오준(55)씨와 민봉현(50)씨가 숨지고 1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 홍씨는 문산 장앙병원에, 민씨는 일산백병원에 안치됐다. 부상자들도 문산중앙병원, 문산무척조은병원, 파주병원, 일산백병원 등 4개 병원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근로자 17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이중 14명이 작업 20분 만에 사고를 당했다.

특히 이번 사고에는 50대 중반에 처음 가정을 이룬 가장이 집안을 돌보느라 직장 휴무일에 아르바이트 공사현장 잡부로 나섰다가 참변을 당하기도 했다.

홍모씨는 모 전기업체에서 전기기사로 10년 넘게 재직중으로 격주 휴무에 ‘아르바이트’ 차 현장에 나가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 홍모씨의 사연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올해 초 만혼으로 얻은 아내와 결혼, 아내의 아들 교통사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여서 더욱 큰 아픔을 주고 있다.


상판 붕괴 사고, 막을 수 없었나

사고가 난 장남교는 경기도 도로사업소가 발주해 지난 2008년 2월 착공했으며 내년 4월 30일 완공 예정이었다. 기존 장남교가 수해 때마다 수시로 물에 잠겨 경기도 도로사업소가 건설을 맡아 군과 설계 협의를 거쳐 착공했다.

총 길이 539m로 2차선으로 설계됐으며 차로 당 상판을 한 개씩 설계했는데, 이 중 적성면과 접해 있던 상판 55m 구간이 붕괴된 것이다.

때문에 상판 붕괴로 14명이 사망한 이번 사고에서는 부실공사 여부가 핵심 사안이 될 예정이다. 국과수는 지난 23일 현장검증을 마친 후 정밀 감식을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설계가 제대로 됐는지 여부를 감식한다. 경찰과 소방당국도 이 사고가 상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은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원인 및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시공사인 태영건설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태영건설 또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대량의 콘크리트를 단시간에 타설한 것이 아니냐, 공사 자재가 정합했느냐는 질문에는 “시공사가 정확한 자재 등을 통해 건설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태영건설 역시 시공사 입장에서는 엄선된 기준을 통해 공사를 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현장 검증 전 현장 인근을 통제하는 데 태영건설이 직접 민간인 출입을 막은 이유에 대해서는 “파주경찰서쪽에서 회의 등이 지연되면서 현장검증을 지켜보기 위해 출근해있던 태영건설측에 요청을 해와 민간인 출입을 막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건설중이던 다리의 상판이 붕괴될 가능성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상판이 무너졌을 경우 설계나 교각을 세울 때 필요한 철근 콘크리트 부실시공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일반적으로 건설중이던 다리가 무너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부실 시공의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입찰담합

감사원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입찰 담합을 조사중인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를 진행중이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의 ‘담합’ 의혹은 공공연한 ‘비밀’일 정도로 컸다. 토목공사 낙찰률이 평균 97.56%에 달하는 등 유례없이 높았기 때문이다. 또 전체 16개 공구 가운데 206공구를 제외한 15개 공구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들이 균일하게 하나씩 낙찰 받았다는 점도 담합 의혹을 키웠다.

조달청은 2009년 10월 인천도철 2호선 16개 공구 가운데 8개 공구 입찰에 담합 의혹을 갖고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조달청이 낙찰 업체들과 공사계약을 한 것은 조사의뢰 직전인 그 해 6월부터 9월 사이이다. 담합을 의심한 이유는 낙찰률이 지나치게 높고 1·2위 간 투찰금액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206공구를 제외한 15개 공구의 낙찰률을 보면 207공구(99.95%, 대우건설 컨소시엄)를 비롯해 211공구(99.90%, 현대건설 컨소시엄), 216공구(99.80%, 신동아건설 컨소시엄), 204공구(99.61%, 태영건설 컨소시엄), 202공구(99.51%, 쌍용건설 컨소시엄), 208공구(99.51%, 쌍용건설 컨소시엄)까지 99%를 넘는 공구가 6곳이나 된다. 낙찰률 98%대도 212공구(98.99%, 코오롱건설 컨소시엄), 210공구(98.88%, 한양 컨소시엄), 213공구(98.00%, 삼성물산 컨소시엄) 3곳이다.

태영·벽산건설, 입찰 담합 과징금

태영건설은 벽산건설과 담합, 경기도 부천시가 발주한 공사의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15일 “부천시가 발주한 노인복지시설 건립공사 입찰에서 ‘들러리 입찰(형식적 입찰)’과 투찰금액을 사전에 합의하고 실행한 태영건설과 벽산건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억6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천시는 지난 2007년 6월30일 조달청에 의뢰해 226억6800만원 규모의 노인복지시설 건립공사를 발주했다. 낙찰자는 설계점수 50%와 가격점수 50%를 합산해 결정하기로 했는데 입찰 과정에서 태영건설이 벽산건설에 ‘들러리 입찰 참여’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은 2012년 기준 건설업체 시공능력 18위의 건설사다. 하지만 파주 장남교 붕괴 사고 외에도 여러 담합 비리 등이 밝혀지는 등 시공능력 18위 건설사라는 ‘명함’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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