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상장, 2017~2019년 4건 외 없어
IP 흥행, 사업 다각화 위해 IPO 추진 전망
“코로나19 변수 있지만 급한 상장 없을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동안 기업공개(IPO)가 뜸했던 게임업계에 신규 상장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불안정했던 대내외 사정에 더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IPO 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IPO를 고려하고 있는 게임사들은 빈틈없이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 게임사 IPO, 한동안 뜸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7년 넷마블, 펄어비스 상장 이후에도 여러 게임사가 IPO를 준비했지만, 2018년 베스파, 2019년 SNK를 제외하고 상장되지 않았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 한일 무역분쟁 등 대외환경이 불안정하면서 IPO를 진행한 건수도 138건으로 2018년보다 1건 감소, 2017년보다 11건 줄었다.

현재 게임업계에서 IPO를 준비하고 있는 대어급 게임사 후보로는 스마일게이트RPG,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T3엔터테인먼트가 꼽힌다. 스마일게이트RPG와 T3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5월 상장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8년 코스닥 상장을 위해 감리를 진행하다가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통상 상장 예정 기업 대상 감리가 1~2개월 걸리는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3개월가량 진행됐다. 당시 카카오게임즈는 IPO 진행 중에는 고려하고 있는 투자나 인수합병(M&A) 추진이 어려워 경영 전략상 순서를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이후 베스파, SNK만 상장됐다.

◆ 2019 게임대상 6관왕 ‘로스트아크’의 스마일게이트RPG

스마일게이트RPG는 지난해 11월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로스트아크’로 대통령상인 대상뿐 아니라 기획창작상 4개 분야, 인기게임상 등을 휩쓴 바 있다.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된 국내 게임시장에 PC 온라인게임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가 7년간 1000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인 게임이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의장이 2018년 9월 기자간담회에서 “AAA급 게임 로스트아크가 국내외 유저들에게 ‘첫사랑’ 같은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게임이 된다면 한 명의 게이머로서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는 그간 PC FPS게임 ‘크로스파이어’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로스트아크를 통해 매출 다변화를 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스마일게이트RPG가 국내 주요 증권사 10여곳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한 2019년 초 예상 시가총액(시총)을 5000억원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IPO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스마일게이트RPG는 로스트아크의 안정적 국내 흥행을 기반으로 러시아·일본 등 글로벌 진출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로스트아크 IP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게임도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IP 확장을 위해 크로스파이어 Xbox One 버전 ‘크로스파이어X’, ‘크로스파이어 제로’라는 명칭의 배틀로얄 게임뿐 아니라 영화화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발표된 크로스파이어 영화화는 지난 13일 스마일게이트가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와 배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 사업 다각화로 미래 가치 올린다

후보군 중 가장 상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는 2018년 코스닥 예비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지난해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패스 오브 엑자일’, ‘달빛조각사’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며 신작 기근으로 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는 와중에도 성과를 냈다. 지난 11일에는 달빛조각사 개발사 엑스엘게임즈 지분 약 53%를 취득해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자회사 카카오VX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VX는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스마트 홈트레이닝 시장에 ‘스마트홈트’ 앱을 출시했다. 카카오VX는 지난 13일 골프 사업 확장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자회사 라이프엠엠오도 27일 신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7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카카오게임즈는 2020년 전체 라인업이 확정되진 않았다. 지난 25일 미국의 콩스튜디오가 개발한 모바일 RPG ‘가디언 테일즈’를 말레이시아, 필리핀에 소프트 런칭했고, 크래프톤이 개발한 PC MMORPG ‘에어’를 연내 출시할 전망이다. 라이프엠엠오는 아키에이지 IP에 위치 기반 기술을 접목시킨 ‘아키에이지 WALK(가칭)’을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T3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게임즈만큼 상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힌다. T3엔터테인먼트는 PC 온라인 리듬게임 ‘오디션’의 개발사로, 한빛소프트의 모회사다. T3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1999년 설립된 한빛소프트는 올해 ‘게임명가’ 재건을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먼저 게임 부문에서만 ▲모바일 전략 RPG ‘삼국지난무’ ▲오디션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퍼즐오디션’ ▲‘그라나도 에스파다’ 모바일버전 ▲TPS(3인칭 슈팅게임) 1종 등 다양한 게임을 국내외에 론칭할 계획이다. 아울러 모바일 리듬댄스 게임 ‘클럽오디션’의 동남아 지역 진출과 지난해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선정된 ‘오디션’의 2년 연속 정식 종목 지정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 부문에서도 연구개발 및 투자를 지속해 종합 IT 솔루션 회사로 진화한다는 방침이다. 드론 사업은 자회사 한빛드론을 통해 5G 시대에 발맞춰 항공 촬영용·산업용·전문가용 드론 시장을 공략한다. 헬스케어 부문은 달리기 앱 ‘런데이’, 홈트레이닝 앱 ‘핏데이’의 서비스 제휴를 강화할 예정이다. 핏데이는 SK브로드밴드와의 제휴를 바탕으로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AI 분야에서도 딥러닝 방식의 AI를 활용한 음성인식·챗봇·음성합성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다. 교육 분야는 영어 교육앱 ‘오잉글리시’에 이어 중국어 교육앱인 ‘오차이니즈’를 지난해 츨시했고, 올해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학습 앱 ‘오한글’을 선보일 계획이다. 27일에는 영어 교육앱 ‘오픽의 신’ 개발에 착수해 상반기 내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딩 교육 플랫폼 ‘씽크코딩 주니어’의 사업 제휴 및 서비스 영역도 확대 중이다. 브릴라이트는 올해 자체개발한 PC 온라인게임을 브라질 등 남미에 출시하고, 미소녀 RPG 등 다양한 파트너사의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RPG, 카카오게임즈, T3엔터테인먼트 외에도 대통령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장병규 의장이 크래프톤으로 돌아오면서 배틀그라운드로 성공을 거둔 크래프톤도 IPO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에 IR 행사나 기자간담회가 연달아 취소되고 한국거래소의 상장 기념식도 잠정 중단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 급하게 상장을 추진하기보다는 만전을 기해 상장을 준비하면서 시기를 고민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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