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1월 스마트폰 출하량 7%↓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분기 더 큰 영향 미칠 듯”
기업들, 예방 및 확산 방지 위해 재택근무 등 조치
文 “과감한 재정투입 필요…추경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국내에도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중국에 공장을 둔 화웨이, 애플 등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고, 국내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삼성전자·LG전자 공장이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기 시작한 코로나19의 파장이 산업 전반에 걸쳐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코로나19 때문에 폐쇄되는 공장·사업장

25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억50만대로 전년 동기 1억790만대보다 7%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1억1900만대가 출하됐던 지난해 12월보다는 16%가 줄었다. 코로나19에 스마트폰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특히 중국에 생산기지를 세웠던 화웨이와 애플에 타격이 컸다. 화웨이는 지난달 스마트폰을 전년 동기 1990만대보다 39% 급감한 1220만대를 출하했다. 애플은 아이폰XS 성적이 부진했던 전년 동기 1560만대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아이폰11이 나온 지난해 12월 2560만대보다 38%가량 감소했다.

공장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이전한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2050만대 대비 2% 줄어든 2010만대로 집계됐다. 지난 22일에는 구미국가산단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삼성전자가 24일 오전까지 구미사업장을 임시 폐쇄하고 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경계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기 전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갤럭시S20 등 신형 스마트폰 출시 행사가 취소되고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5G 상용화와 갤럭시S10 출시 당시에는 이통3사별로 1호 5G 가입자 개통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통사 대리점 및 판매점을 찾는 발길이 줄면서 삼성전자가 이통3사에 갤럭시S20 시리즈 사전예약 기간을 당초 26일에서 3월 3일까지로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3사가 예고한 갤럭시S20 공시지원금이 갤럭시S10 5G 출시 때보다 낮은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 국내 산업 전반으로 마수 뻗는 코로나19

코로나19는 스마트폰 업계뿐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으로도 마수를 뻗치고 있다. 24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31명이 추가돼 누적 833명에 달한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인원은 1만1631명으로 집계됐다.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2만292명이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사업기지인 인천캠퍼스 연구동에서 지난 22일 직원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24일까지 폐쇄 후 방역 조치를 했다.

코로나19 파장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수요 측면에서 시장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본다. 오프라인 스마트폰 판매는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1분기 판매 예측치를 20% 낮췄지만, 더 낮춰야 할 수도 있다. 2분기 출하와 신제품 출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1분기는 오프라인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코로나19로 중국 내 매장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든 키(Ethan Qi)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중국 내 공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상반기 계획된 새로운 단말기 출시에 실질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톰 강(Tom Kang) 연구원은 “일부 스마트폰 브랜드는 우한 및 후베이 지방에 공장이 있고, 일부 중국 OEM 업체들은 이미 몇몇 부품이 부족하다”며 “전 세계 매출은 1분기 5~6% 부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는 근로환경도 바꾸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인의 사옥 출입을 막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25일부터 필수인력 30% 안팎을 제외하고 전사적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그룹은 전 계열사에 임산부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고, 글로벌 IT 기업 한국지사들도 재택근무를 의무화했다. 서울시 공무원들도 출근 시간을 10시로 늦췄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직장인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동선을 추적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까지 격리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로 마스크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 재택근무는커녕 확진자가 돌아다닌 근처에서 야근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무실보다 훨씬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출퇴근길이 더 위험한데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무는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정부, 코로나19 관련 추경 편성 나서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추경)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방역과 경제라는 이중의 어려움에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서 코로나19 확산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며 “정부는 비상한 경제 시국에 대한 처방도 특단으로 내야 한다. 정책적 상상력에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과감하게 결단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일본·싱가폴·대만 등 많은 나라가 대외지원과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현장의 기업, 소상공인, 경제단체들의 목소리가 절박하다”며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즉각 행동에 나서주길 바란다. 비상한 현장을 타개하는 선봉에 서서 현장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기업의 피해 최소화와 국민의 소비 진작, 위축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며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당·정·청은 신속히 추경을 편성하고 국회 정상 운영이 어려우면 긴급재정명령도 검토할 계획이다. 당·정·청은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코로나 관련 방역상황, 마스크 수급 안정 대책, 경제 대책 등을 논의했다. 당·정·청은 임대료로 고통받는 중소기업·자영업자를 위해 임대료 인하 등과 관련한 건물주·자영업자 세제혜택 및 마스크 하루 생산량의 50%를 공적 의무 공급으로 하는 등 종합 패키지 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당·정·청은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른 대구·경북 지역은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방역망을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봉쇄 조치는 지역 출입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아니며, 방역망을 촘촘히 해 코로나19 확산 및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한 조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정청 협의회에서 “강력하게 피해를 지원하고 이번 사태로 인한 우리 경제 소비·투자·수출 둔화 보강을 위해 행정부는 자체적으로 신속히 취할 수 있는 대책 및 추경을 포함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추경을 기다릴 필요 없이 2조원의 재해대책 예비비를 하루빨리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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