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S 수탁고, 1년 새 미래에셋대우에 1위 자리 내줘
라임 자펀드 2개 판매설정액 312억원…“고객들 손실 위험 충분히 인지해”
삼성증권 관계자 “모든 사업 계속 확대할 것…규모의 경쟁은 아냐”

삼성증권. 사진=연합뉴스

라임사태의 여파로 삼성증권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영업은 주춤할까.

PBS는 증권사가 운용사에게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신용공여와 증권 대차,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종합서비스다. 증권사는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삼성증권의 PBS 수탁고는 7조7670억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2위를 차지한다.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PBS 수탁고가 7조8149억원으로 점유율 22.7%를 차지해 삼성증권과는 불과 0.2%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막판엔 역전에 성공해 PBS 수탁고 7조8683억원으로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지난달 수탁고는 100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여전히 삼성증권은 3위인 NH투자증권과 차순위인 KB증권보다 약 1억원,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비해선 각각 3조원, 6조원이 더 많지만 지난해 라임사태로 감소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증권은 라임의 PBS 거래 증권사이자 판매사이기 때문이다.

◆ ARS에서 PBS로 이어진 인연…삼성증권, 라임운용에 16개 PBS 제공

2019년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전체 수탁고는 4조5000억원 규모다. 이중 비상장주식·비상장주식관련사채권 대체투자자산은 3조9000억원, 채권 등은 60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환매중단이 발생한 4개 모펀드는 주로 대체투자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로 전체 수탁고가 약 1조7200억원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허가를 받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6개 대형증권사만 현재 PBS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NH투자증권을 제외한 5개 증권사들은 라임의 PBS를 맡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18개로 가장 많고 삼성증권은 16개, 한국투자증권은 5개,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각각 2개 순이다.

삼성증권은 라임운용과 과거에 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ARS) 계약을 맺은 판매처이자 성장의 발판이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ARS는 투자자들의 돈을 안전자산에 배치해 원금을 보장해주고 증권사는 같은 규모의 자금을 담보에 차입해 투자자문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맺어지는 운용 계약이다. ARS는 TRS 상품 등이 나오기 전 라임의 주력상품으로, 신한금투 등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다.

라임운용과 16개 PBS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증권은 라임펀드의 환매중단과 연관성이 있는지 주목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라임펀드와는 관계가 없다”며 “PBS를 제공 중인 상품은 일반 주식형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환매중단된 라임 자펀드 2개 312억 어치 팔아…“불완전판매는 없어”

PBS와 별개로 삼성증권도 이번 환매중단이 발생한 라임펀드를 일부 판매했다. 금감원에서 제공한 판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4개 모펀드 중 2개에 해당하는 플루토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투자된 자펀드 2개를 90개 계좌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312억원 어치 판매했다. 법인을 통틀어서는 총 407억원 어치가 팔렸다.

삼성증권이 판매한 자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환매중단이 발생한 4개 모펀드에 연결된 173개 자펀드 중 2개로 그 종류 자체는 소수다. 하지만 단순히 90개 계좌를 개인 판매설정액으로 나누면 1계좌당 평균 가입금액은 3억4000만원 정도가 된다. 1인당 고액의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삼성증권과 판매 자펀드 개수가 유사한 타 증권사들과 계좌 규모와 판매설정액을 비교해보면 그 수준이 명확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중복으로 투자된 자펀드 3개를 42개 계좌로 109억원 가량을 판매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중복 투자된 2개 자펀드를 4개 계좌에서 12억원치를 팔았다. 유안타증권과 KB증권도 각각 관련 자산에 중복 투자된 4개 자펀드에서 각각 21개, 105개 계좌를 통해 28억원과 284억원 규모로 판매돼 평균 가입금액은 비교적 적은 수준이었다. 삼성증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헤지펀드를 많이 판매하지 않는 증권사들임을 감안하면 단순히 비교하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삼성증권에서 판매된 펀드의 평균 가입금액이 가장 높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12일 라임운용의 실사결과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는 회수율이 79%에서 58% 수준으로 나왔다. 여기에 TRS 계약으로 인한 증권사의 자금회수가 있을 시 손실액은 원금의 10%도 나오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삼성증권이 판매한 자펀드도 그 규모가 적지 않아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삼성증권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판매 시 처음부터 헤지펀드로 설명돼 불완전판매는 없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증권회사에서 판매할 때 손실 인지를 많이 하신 분들이 가입을 하셨다”며 “최소 가입금액이 굉장히 큰 규모였고 개별상품에 따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가입하신 고객들에게 손실위험 등을 충분히 설명을 드리고 진행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실 부분은 운용사에서 공식입장을 밝히는 데에 따라 같이 진행된다”며 “운용사가 판매사에 일괄적으로 안내하는 부분을 그대로 전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삼성증권 “PBS 사업 계속 확대할 것…규모의 경쟁 하는 건 아냐”

삼성증권은 결과적으로 이번 환매중단된 라임펀드와의 이슈로부터는 자유로워 보인다. 특히 PBS와 관련한 문제는 없었던 만큼 다방면으로의 사업 확대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PBS를 포함해 모든 부문에 있어 사업적으로 확대하려고 한다”며 “1위 자리를 두고 양적인 규모의 경쟁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PBS에 대한 오랜 노하우가 있는 만큼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PBS는 상품이냐 서비스냐 등에 따라 여러 계정으로 수익채널이 다르게 잡히기 때문에 재무재표 상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외부에선 수탁고 규모 외엔 PBS만으로 구체적인 수익이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 그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다.

다만 사업 다방면에서 PBS에 포함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삼성증권은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라임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사와 금융사간의 갈등, 불완전판매 이슈 등 개인투자자 피해가 증가하는 등 금융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리스크를 살짝 비켜간 삼성증권은 2018년 배당금 오류 사건으로 발목 잡혔던 초대형 IB 진출을 다시 꿈꿀 전망이다.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삼성증권에 대한 신사업 인가 제한은 내년 1월 21일에야 풀린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 결과, 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은 114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8% 감소한 반면 지배주주 순이익은 894억원으로 0.5% 증가했다. 아울러 업계에선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올해 증익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올해 실적의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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