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목표…덩치 커진 증권사
증권사 전통 리테일 전략 고수…실적 ‘씁쓸’
‘부동산 PF규제’ 등 올해 새로운 변수…IB 보완전략 필요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경쟁 심화 분위기 속에서 국내 증권사들은 전통적인 리테일 전략보단 IB 동아줄을 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 IB(투자은행)는 자금수요자인 기업과 자금공급자인 투자자 사이에서 유가증권을 포함한 자산의 흐름을 중개하는 역할로, 이미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을 가진 미국과 영국의 대형 은행들에선 갖춰진 형태다. 초대형 IB가 되면 발행어음 등을 발행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는 등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금융사들은 너도나도 IB 확대 전략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IB 확대를 크게 추진하다가 초대형IB 진출엔 제동이 걸린 기업도 있지만, IB 강화 전략을 추진한 기업은 대체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반면 리테일 전략을 고수한 기업은 성장이 부진했다.

그러나 IB도 하나의 전략일 뿐, 회사만이 아닌 자본시장 전체의 상생을 생각하는 방향성을 추구해야 장기간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자사의 이익만 생각해 부동산이나 인수금융 등에만 편중한다면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커질 뿐 아니라 장기적인 질적 성장은 어려울 수 있다. 공격적인 IB 확대 전략 기조에 보완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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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목표…덩치 키운 증권사 자기자본 실적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17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총계는 49조519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7년말 40조8438억원이던 자기자본이 2년만에 9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현재 초대형 IB가 되기 위한 조건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규모를 갖추는 것이다. 현재 해당 조건을 충족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금융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세 곳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2017년 4조3205억원에서 지난해 5조4585억원으로 1조1380억원 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순이익도 7099억원으로 증권사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별다른 증자 없이 순익 효과로 자기자본이 동 기간 4조8362억원에서 5조3920억원으로 5558억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4764억원으로 주요 증권사 중 4위를 선점했다.

KB증권은 4조3106억원에서 4조6203억원으로 3097억원 증액했으며 순이익은 2901억원을 기록해 선방했다.

자본 조건은 갖췄으나 아직 초대형 IB 인가를 받지 못한 곳으론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있다.

삼성증권은 2017년 338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말 자기자본이 4조9492억원에 도달했다. 다만 2018년 4월 발생한 직원의 유령주식 매도 사건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아직은 받지 못한 상태다.

미래에셋대우도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 2년간 1조 8086억원 불어난 9조1931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 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2017년 말부터 이어진 ‘총수일가에 부당 이익 제공’ 혐의로 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절차로 인해 초대형IB 진출은 문전에 두고 있다.

이밖에 초대형 IB를 바라보고 있는 곳은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가 있다. 그러나 해당 3사도 최근 모두 라임·DLF 등 펀드런 이슈에 직·간적접으로 연결돼있어 올해 인가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신한금투는 지난해 말 자기자본이 4조2384억원을 기록해 2년 새 9857억원이 늘어났으나, 최근 환매 연기 사태를 일으킨 라임펀드의 TRS증권사이자 판매사로서 금융당국의 검사에도 응하게 돼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이 4조192억원으로 7066억원이 2년 사이 증가해 요건은 충족했으나, 원금손실 문제가 발생한 일부 라임운용 펀드 상품의 이전과 이밖에 부동산 PF 규제책이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나금투는 2018년 두 차례 증자를 통해 지난해 3조4751억원까지 도달한데 이어 오는 3월 26일 5000억원 규모의 증자 납입을 앞둬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지주의 주요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DLF·라임펀드 판매 이슈가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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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테일 의존도 높은 증권사, 실적 상대적 열세

IB와 리테일 중 어느 것에 전략 비중을 더 뒀는지에 따라 실적 결과는 달랐다. 잘된 곳은 더 잘 되고 안 된 곳은 더 안 된 양상이다. ‘시장 흐름에 맞게 변화를 거듭해 나가느냐, 과거 방식에 비중을 두느냐’의 선택은 성과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리테일 실적 감소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19년 영업이익은 968억원으로 전년 1584억원 대비 38.9% 줄어들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1023억원으로 전년대비 27.3% 감소했다. 타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자기자본을 크게 늘린 반면, 대신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229억원으로 220억원 가량만 증액됐다.

대신증권의 2018년 기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순영업수익 규모는 1956억원이었다. 리테일에 속하는 브로커리지는 전체 판매채널 중 35.95%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큰 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하반기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감소함에 따라 실적 감소 폭이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결과 대신증권은 IB 부문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거두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나왔음에도 리테일의 감소폭을 상쇄하지 못 한 것으로 풀이됐다. 대신증권의 IB 비중은 5.35%로 순영업순익은 291억원에 불과했다.

유안타증권도 지난해 순영업수익(매출)의 3분의 1이 리테일 브로커리지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안타증권의 당기순이익은 809억원으로 2018년 대비 22.7% 감소했다.

2019년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브로커리지는 전체 수익에서 28.4% 비중으로 가장 크다. 그러나 이는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줄었다. 수익비중 11.1%를 차지하는 WM(자산관리)도 금융업계 전반적인 상품 판매 감소로 인해 3.4% 하락했다. IB는 IB딜이 증가해 실적이 5.3% 상승했지만 수익비중이 17.1%로 브로커리지에 못 미친다. 그 결과 IB의 실적 상승은 브로커리지와 WM 비중의 하락세를 상쇄하지 못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올해 ‘부동산PF규제’ 등 변수 예상…고객 신뢰 방향성 견지 ‘살 길’

2020년 IB 확대전략은 큰 틀에서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갈등이나 전염병 등 대외환경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리테일 의존도를 줄이고 비리테일 강화에 비중을 두며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부동산펀드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IB 전략 중에서도 그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말 정부가 부동산 PF 규제책을 예고하면서 경각심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해외 부동산펀드는 대체투자의 핵심으로 급부상해 전체 설정액이 크게 불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유동성이 낮고 만기구조가 길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담보 매물이 부실할 경우 KB증권의 ‘호주 부동산’ 사태 또는 안전한 부동산을 담보로 설명됐지만 원금 손실을 일으킨 일부 라임펀드 사태 등과 같은 사안이 발생해 리스크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12월 5일 금융위원회는 ‘부동산PF 익스포저 건전성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에 대한 부동산PF 채무보증 상한선이 설정되며 100% 비율 초과시 채무보증이 제한된다는 내용이 주 골자다. 최근 부동산PF 채무보증을 기반으로 한 IB영업이 확대되면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증권사에서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는 26조2000억원에 달한다. 5년 새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 같은 경우, 사업구조 내 부동산 금융 비중이 50%에 육박해 영업전략 변경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 규모는 자기자본의 221%로, 단순히 보면 규제 대상권에 속한다. 메리츠증권 측은 전체 채무보증액에서 부동산 PF만 놓고 보는 경우 140~150% 정도인 만큼, 규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관리가 가능하단 입장이다. 다만 타 증권사들에서도 관련 규제를 염두해둬야 할 선례가 됐다.

최근 라임사태로 문제가 된 TRS(총수익스와프)가 포함된 모펀드 중 하나인 플루토FI D-1호 펀드도 파생결합증권(DLS)을 통해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 PF 대출에 약 1160억원이 투자됐으나 상환되지 않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부동산 외에도 부실한 사모사채나 신주 인수권부 사채·전환 사채·후순위 채권 등에 간접투자하는 메자닌 펀드가 원금 손실 문제로 논란이 됐으며, 이를 판매한 19개 금융사들도 환매중단 사태에 연루돼 곤혹을 치루는 형국이다.

종합해볼 때 부실한 자산이 여러 금융 사고 및 손실을 낳았던 점을 감안하면, IB 사업을 통한 전략은 유지하되 자산관리(WM) 비중을 강화하는 등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을 다각화하는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특히 이에 대한 방향성으로는 고객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B는 자산관리 수익 면에서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관련 비중이 7%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앞으로의 성장 비중은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높은 셈이다. 자산관리는 자기자본을 무조건적으로 늘리지 않아도 지속가능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IB 전략을 추진하는데 보완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시장 전체의 선순환을 위한 대형 IB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이런 측면에선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자본시장 안정화와 업계 신뢰도 회복을 목적으로 전문사모운용사 사장단을 통해 메자닌 투자확대를 통한 자금조달을 하겠다는 방침을 알린 것은 긍정적이다. 해당 사장단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6개사가 들어있다. 각 사별로는 총 6000억원이 투자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고객 신뢰’가 금융사의 ‘살길’임은 암묵적인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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