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홍콩 시위’, 올해에는 ‘코로나19’…“홍콩 H지수 내렸다 올랐다”
“H지수 사스 때 9% 떨어졌지만 2.5주만에 회복”…장기화 가능성 크지 않아

홍콩 H지수와 해당 지수를 편입한 ELS 월별 발행금액. 자료=예탁결제원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로 홍콩 H지수(HSCEI)가 등락을 거듭하자, 해당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도 빨간불이 켜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이 발생하자 전 세계 증시가 요동쳤다. 특히 코로나19의 발생 진원지인 중국의 증시는 급등락을 거듭했다. 중국의 명절인 춘절로 지난달 24일부터 약 열흘간 개점 휴업했다가 지난 3일 문을 연 중국 증시가 약 8%가량 급락한 것이다. 지난달 23일(3037.95) 대비 상하이종합지수는 229.92포인트(7.72%) 떨어진 2746.61로 지난 3일 장을 마감했다. 현재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4일 2685.27까지 저점을 찍은 뒤 지난 14일 2917.01로 마감했다.

홍콩 H지수도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홍콩 H지수는 지난달 20일 1만1502.47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 3일 1만188.99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4일 1만873.42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7일(1만1419.91)과 비교했을 때, 4주 동안 546.49포인트(4.79%) 감소했다.

ELS는 개별 주식 종목이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주식 가격이나 주가지수가 일정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가져갈 수 있으나, 기초자산이 녹인(Knock-in) 구간으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물론 각 상품마다 수익 및 손실에 대한 조건이 다르다.

만기는 3년인 경우가 많은데, 만기 전 일정 기간에 약속된 조건을 달성하면 조기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기가 3년이고, 6개월마다 조기상환이 가능한 상품을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투자자는 6개월마다 기초자산이 약속된 조건을 달성했을 시 조기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조건은 보통 ELS 발행 시점을 기준으로 기초자산 가격의 85~95% 이상을 유지하는 식인데, 만약 조기상환 시점에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만기 때까지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없다. 또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둔 녹인 구간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ELS는 저금리가 장기화되자 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홍콩 H지수를 편입한 ELS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행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7월 5조5258억원이던 발행액은 8월 3조4430억원으로 감소한 이후 지난해 12월 1조9257억원까지 줄었다. 약 5개월 새 3조6001억원(65.15%) 쪼그라든 것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홍콩 시위가 꼽힌다. 당초 홍콩 시위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를 이유로 불거졌으나 지난해 6월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등 중국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등 시위가 격화되면서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은 불안에 휩싸였고 지난해 8월에는 홍콩 H지수 1만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렇듯 홍콩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자 홍콩 H지수를 편입한 ELS 발행액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해 8월 불거진 DLF 사태도 영향을 끼쳤다. DLF는 해외금리를 기초로 하는 DLS를 편입한 펀드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각각 판매한 DLF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면서 논란이 됐다. 특히 원금손실이 날 수 있는 DLF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직원들이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파생상품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ELS 인기도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난달 홍콩 H지수를 편입한 ELS 발행액이 상승세로 돌아선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난달 ELS 발행액이 3조1887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65.59%(1조263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발생한 코로나19가 지난달 말 춘절을 기점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홍콩 H지수도 타격을 받자 ELS 조기상환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새어 나오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은 경계해야 한다며 리스크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홍콩 H지수 추이를 지켜보는 투자자 입장에선 긴장감이 유지될 것으로 분석된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스(SARS) 영향권에 있던 기간 상해종합지수 및 홍콩 H지수는 각각 7%, 9%까지 하락했으나, 약 2~2.5주 만에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콩은 시위에 대한 불확실성과 신용등급 하향, 우한 폐렴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본토 대비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우한 폐렴은) 과거 사스 사례를 적용해 봐도 최대 2.5주만에 낙폭을 회복했다. 중장기적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이슈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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