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중징계 확정, 하나·우리 ‘CEO리스크’에 울상
금감원, 망가진 ‘소비자 보호’에 강력처방 내려
불완전판매 논란 있는 ‘라임 사태’에도 칼끝 향하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3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서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 들었다. 올해 소비자 보호를 핵심 원칙으로 삼고 강경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DLF 사태와 관련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중징계를 내리는 데 이어 금감원이 라임사태와 관련한 소비자 보호 이슈에도 강력하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권에서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위원장도 해당 심의안에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업무 일부 6개월 정지와 과태료 부과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제재인 문책경고는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금지되는 중징계다. 금감원이 은행뿐 아니라 경영진에도 문책경고를 내리는 행보를 보이자 혹시나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업계 이목이 쏠렸다.

앞서 이같은 징계가 결정되기 전, 지난해 12월 금감원 제재심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문책경고를 포함한 징계안에 대해 사전 통보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손태승 회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지자, 일각에서는 징계 수위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17.22%를 2022년까지 매각하는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예보는 주가를 고려해 지난해 우리금융을 잘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 손태승 회장 연임에 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금융위가 예보를 통해 금감원과 상반된 의사 표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기도 했으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일 “법과 절차에 따라 각자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고 발언하며 선을 그었다.

이렇듯 금감원과 예보, 금융위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경영진의 중징계를 피해가고자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DLF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핵심성과지표(KPI)를 은행 수익 위주가 아닌 고객 관리 위주로 개편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또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DLF 사태에 대한 투자자 배상 진행을 서둘렀다.

하지만 금감원은 한번 빼든 칼을 다시 넣지 않았다. 금감원은 경영진에도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며 중징계를 확정했고, 금융위에 공을 넘긴 상황이다.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금감원장 선에서 확정 지을 수 있으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 징계는 금융위 심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해당 절차가 완료된 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최종 징계 내용을 통보받는 시점부터 징계 효력이 발생한다. 만약 금융위가 오는 3월에 열리는 우리금융 주주총회 전까지 절차를 서두른다면 손태승 회장은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DLF사태에서 금감원이 휘두른 칼은 라임 사태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9일 6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환매 중단하겠다고 처음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6200억원 수준이던 환매 중단 규모는 최근 1조6679억원까지 증가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진 데에는 라임운용의 비정상적인 행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본적으로는 유동성이 낮은 모펀드의 특성을 보완하고자 자펀드의 유동성을 높게 설정하는 모순을 저질렀으며 부실 펀드의 손실을 메꾸고자 정상적인 펀드 자금을 투자자 동의 없이 부실 펀드에 투입했다. 또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인 인터네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에 폰지사기를 당한 뒤에도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자를 대상으로 똑같이 폰지사기를 저질렀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환매를 중단당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원성은 라임운용뿐 아니라 판매사에도 향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에 대해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판매를 자행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이 판매했으며 증권사에서는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영증권, 삼성증권 등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판매사는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공동대응단을 꾸려 라임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12일 라임사태에 대한 분쟁조정 민원이 지난달 10일까지 약 100여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는데, 민원 중에서는 불완전판매 및 사기판매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미 일부 투자자들은 라임운용과 우리은행, 신한금투를 사기혐의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신증권 반포지점에서 환매 중단이 발표되기 두 달 전, 설명회를 열고 투자자에게 문제의 펀드가 안전하다고 강조한 것은 물론 펀드를 환매하지 않도록 설득한 사실이 밝혀지며 사기판매에 대한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이렇듯 투자자들 사이에서 판매사 역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를 저지르고 판매 수수료를 챙겼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어 금감원에서도 이와 관련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지난해 DLF와 라임펀드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보호가 최대 화두가 됐다”며 “금융사들도 소비자 보호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고 금감원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처 조직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 보호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소비자보호처를 확충하는 조직개편에 나섰다. 금감원은 6개 부서와 26개 팀으로 이뤄진 금소처 조직을 13개 부서와 40개 팀으로 대폭 늘리는 등 소비자들의 사전적 피해 예방 강화와 사후적 측면에서의 권익 보호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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