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반도건설과 손잡은 조현아vs이명희·조현민 등에 업은 조원태
조원태 회장 승리 시, 한진家 가족 경영 지속될 가능성
‘경영 손뗄 것’ 전문경영인 카드를 앞세운 조현아 전 부사장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가 조원태 회장의 편에 서면서, 한진가 경영권 분쟁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좌측부터) 조원태 회장, 이명희 고문, 조현민 전무,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KCGI, 반도건설과의 ‘동맹 형성’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쪽으로 기울었던 한진그룹 경영권의 무게 추가 다시금 평행을 이뤘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는 3월 열릴 주주 총회를 앞두고 우호 지분확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양쪽 지분율은 1% 내의 격차만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합류한 이 고문과 조 전무를 포함, 카카오, 델타항공 등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한 조원태 회장의 지분율은 33.45%, 반대 측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율은 반도건설과 KCGI를 합해 31.98%다.

지분율은 불과 1.47% 차. 어느 한쪽의 우위를 점치기는 힘들지만,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 측이 승리해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의 연임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에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경영권의 캐스팅 보트는 4.11%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과 기타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의 결심에 걸려있다.

사실 양쪽 모두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존재한다.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한진家 그 누구도 ‘청렴’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 ‘성탄절 모자의 난’, ‘불법 밀수 혐의’ 등 한진家의 구설수는 끊임없이 드러나왔다.

그렇기에 업계, 그리고 일반 주주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이 되려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경영권, 의결권 확보 경쟁 상황에서 한진그룹의 경영진이 한진칼의 핵심 자산인 대한항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꼬집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고문과 조 전무의 힘을 등에 업은 조원태 회장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지난 4일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달리 보자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3자 세력과 연합해 우위를 점하자, 소위 말하는 ‘한진칼의 주도권’이 외부 세력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조원태 회장과 결탁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이번 연합으로 지분율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근소하게 앞섰으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비록 조현아 전 부사장 연합 측도 한진가의 경영을 비판하던 KCGI가 한진가 일원과 손을 맞잡아 그 노선이 불분명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겠다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카드가 여전히 영향력 있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앞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강수를 던진 바 있다. KCGI를 비롯한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이를 통해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들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입장 선회는 없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강경한 독자 노선을 취하는 점도 이러한 상황에 근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조원태 회장 못지않게 주주들에게 이미지가 좋지 않다 보니, 확실히 전문경영인 체제 외에는 묘수가 없다. 비록 ‘주주 민심 잡기’의 일환이라지만, 확실한 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조원태 회장 측도 오는 7일 있을 이사회에서 쇄신안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입장문에서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이라는 내용이 있었던 점, 이 고문과 조 전무, 조원태 회장의 연합에서 ‘한진家의 경영권 연임’이라는 속내가 비춰지고 있는 이상 우려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한편, 조현아 전 부사장과 반대 전선을 구축한 KCGI는 6일 한진과 한진칼에 대해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주주 참여가 쉬워지고,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줄어든다며 한진, 한진칼이 주주와 회사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7.29%를 보유한 단일 최대 주주다.

4.11%의 지분율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은 오는 3월 열리는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어떤 의결권을 행사할지에 대해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한 바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