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신음하는 中, 증시 급락으로 ‘검은 월요일’ 맞아
반등 조짐 보이던 세계 경제도 타격…“한국도 직격탄 맞을 수 있어”
현지 영업 축소 불가피, 中 금융시장 진출 확대 기대 꺾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 사진=연합뉴스

일명 ‘우한 폐렴’이라고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 역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금융권의 현지 사업에 타격이 예상돼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해 12월, 중국 중국 후베이(湖北)성의 중심 도시인 우한(武漢)시에서 신종 코로나에 의한 폐렴이 발생했다. 이후 중국은 지난해 12월 31일 27명의 확진자를 격리 치료 중이라고 발표했으며 지난달 23일 중국 내 최대 명절인 ‘춘절’을 하루 앞두고 우한을 봉쇄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는 빠르게 확산 중이며, 사망자 역시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지난 3일 사망자가 361명으로 집계되면서 2003년 세계를 휩쓸고 간 전염병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중국 본토 사망자 수 349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9시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2만619명, 사망자는 426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중국 내에서만 2만438명의 확진자와 42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국내는 5일 2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총 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는 사스 이후, 또다시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에 긴장하고 있다.

◆반등 노리던 세계 경제, ‘우한 폐렴’에 주저앉나

신종 코로나는 세계 경제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중국의 초기 대응 실패로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당초 올해에는 세계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무역 분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던 미국과 중국이 지난 15일 1단계 무역 합의문에 서명하는 등, 세계 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2.5%로 점치며 신흥국 주도의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한국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소폭 반등한 2.3%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가 사스를 능가하는 위력으로 세계를 휩쓸자, 열흘 만에 열린 중국 증시는 급격한 폭락을 면치 못했다. 중국 증시는 춘절로 지난달 24일부터 문을 닫았다가 지난 3일 개장했는데, 이날은 그야말로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이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23일 대비 229.92포인트(7.72%) 떨어진 2746.61로 장을 마감했으며 선전성분지수는 902.23포인트(8.45%) 떨어진 9779.67로 폐장했다.

중국이 검은 월요일을 맞기 전, 세계 주요 증시는 이미 중국이 춘절로 휴업하는 동안 우한 폐렴의 충격을 받으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그래프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역시 증시가 출렁였다. 지난달 20일 2262.64로 마감한 코스피 지수가 약 2주 동안 104.74포인트(6.3%) 떨어지며 지난 4일 2157.90로 마감했다.

지난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도 지난달 20일에서 30일 사이 약 3000조원 증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0일 89조1560억달러 수준이던 86개국 증시 시총은 30일 86조605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열흘 동안 2조5510달러(2.86%), 한화로는 약 3026조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도 여전히 우한 폐렴을 잡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련웨이량(連維良)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지난 3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신종 코로나의 영향이) 단계적이고 일시적이며 중국 경제의 장기적 발전이라는 기본적인 측면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물론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의 위력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가 예상보다 빠르게 퍼져나가자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인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피해 규모가 400억달러 규모였던 사스의 4배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최대 약 191조원 수준인 1600억달러의 규모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3년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였으나 현재는 16.3%까지 커졌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상반기에 신종 코로나를 해결하지 못하는 등의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0.3%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확산 속도, 사망자 수와 더불어 경제적 타격까지, 신종 코로나는 현재 여러모로 사스를 뛰어넘는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2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의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및 현재 중국경제 여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리크스가 커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현재 중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 조치 및 정책 대응 여지, 소비행태 및 산업구조 변화, 의학기술 반전 등은 발병 충격을 완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일부에서는 빠른 확산속도 및 현 경제 여건 등을 사스 당시와는 다른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전개 양상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인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겠으며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경우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리크스 요인이 산재해 있어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약 열흘 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6조원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는 약 1조7300억원이 유출됐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스 때와 비교했을 때,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크게 변했다”며 “한국의 경우 물리적·경제적 인접성으로 과거보다 중국과 물적·인적 교류가 타 경제권에 비해 훨씬 활발하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부정적 파장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4일 청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국무회의’에서 “사태가 장기화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금융사 중국 진출도 ‘발목’

신종 코로나로 국내 기업이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해있는 상당 수의 기업들은 휴점을 결정했다. 이랜드와 아모레퍼시픽 등은 당분간 우한 내 대부분의 매장 영업을 중단한다. 또 LG와 삼성, SK 등 주요 기업 계열사의 중국 내 위치한 공장도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췄다.

한국에 위치한 자동차 공장도 가동을 멈추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으로부터 ‘와이어링 하니스’ 등의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데 중국 자동차 부품 공장의 휴업이 길어지면서 수입이 막혀 재고가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자동차 기업도 도미노처럼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4일 청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국무회의’에서 “사태가 장기화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책 모색을 주문했다.

중국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기업들도 다른 기업들과 똑같은 문제에 당면했다. 중국 전체로 신종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돼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이들 기업의 글로벌 수익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올해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 금융기업의 현지 사업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발목을 잡혔다.

중국은 올해 45조달러, 한화로 약 5경원이 넘는 금융시장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외국 금융기업은 중국 기업과 반드시 합작 형태로 금융기업을 설립해야 했다. 하지만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을 통해 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100% 지분을 소유한 금융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에 국내 금융기업 역시 중국 사업 비중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졌다. 특히 국내 영업의 한계로 글로벌 수익 비중을 높이는 데 분주한 금융그룹들의 상황을 비춰보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진출 가속화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로 중국 사업 확대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상반기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수익을 유지하기도 힘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은 중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국민은행이 5개, 신한은행이 18개, 하나은행이 27개, 우리은행이 21개, 기업은행이 16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그 밖의 다른 은행들도 사무소나 지점을 운영 중이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발원지인 우한시에 중국법인 지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은 해당 지점에서 근무 중이던 한국인 직원 2명을 철수시키고 현지 직원에게는 구호 물품 등을 전달하기로 했다. 한국인 직원 2명은 지난달 31일 전세기를 타고 돌아와 현재 다른 교민들과 함께 진천에 격리돼 있다. 기업은행은 우한지점을 중국법인 직할 체제로 전환하는 등에 조치를 취했으며 한국인 직원 2명은 미감염이 확인되는 대로 중국법인에 복귀해 우한지점 현지 직원 및 영업기반을 관리한다.

그 밖에도 다른 은행들은 대고객 업무를 일시 중단했으며 최소한의 인력으로 주요 업무를 보고 있다. 또 현지에 있는 직원들의 건강상태와 우한 폐렴 확산 등을 모니터링 하는 등 상황을 주시 중이다. 국내 직원들의 중국 출장 일정 역시 미뤄뒀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현지에 진출해있는 은행지점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점포 영업과 공장 가동 등을 중단하고 있다”며 “경영과 실적도 다 중요하지만, 우선은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영업이 중단되면서 그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금은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며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정상적인 영업이 재개되면 그때 경영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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