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이은 알펜루트, 펀드 환매중단 발표에 자산건정성 검사 이어져
한투증권, 회수 계획 “검토 중” vs 알펜루트 “일시 상환요구 이례적”
금감원, 유동성 리스크 제재 구멍 논란에 “판단과 선택의 문제” 원론적 답변

지난해 하반기 벌어진 ‘라임사태’에 이어 최근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환매중단 발표로 연초부터 ‘제2의 라임사태’가 우려됐다. 그런데 금융당국엔 자산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유동성 관련 규제 자체가 없어 제재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하반기 벌어진 ‘라임사태’에 이어 최근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환매중단 발표로 연초부터 ‘제2의 라임사태’가 우려됐다. 그런데 금융당국엔 자산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유동성 관련 규제 자체가 없어 제재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있다.  사진=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앞서 지난달 23일 한국투자증권이 알펜루트자산운용과의 총수익스와프(TRS)거래에서 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다른 증권사들도 계약을 맺은 운용사들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됐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시장의 혼란을 고려해 당장은 회수 계획이 없단 입장을 냈다. 다만 한투증권은 자금 회수를 검토 중이다.  

TRS는 증권사가 운용사와 하는 계약의 형태이지만 사실상 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증권사는 펀드자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면서 수익성을 높여주는 대신 일정한 수수료를 챙겨간다. 이 계약을 맺은 증권사는 운용사에게 계약 청산 등을 요구할 경우 일반 투자자들보다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은 자금 배정이 후순위로 밀려난다는 점에서 TRS 증권사 또는 판매사와 갈등을 빚을 소지가 생기기도 한다.

◆ 라임사태 이은 알펜루트, 펀드 환매중단 발표에 자산건정성 검사 이어져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초 환매중단 발표를 한 후 설명회를 열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내 ‘담보 부실’ 문제가 드러났으며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에도 환매중단이 발생했다. 이러한 ‘반면교사’로 알펜루트 대표는 ‘라임과 달리 운용과정에서 불법적인 게 없다’며 자사 펀드는 우량자산을 담보로 했음을 알리는 등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29일 금감원은 알펜루트에 대한 자산건전성 검사에 착수했다. 증권사의 자금 회수 요청 외에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금감원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는 대규모 환매 사태인 ‘펀드런’ 발생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기에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엔 정작 자산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유동성 관련 규제가 없어 결과에 따른 제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28일 알펜루트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알펜루트 에이트리 1호 펀드와 추가로 환매 신청이 접수된 알펜루트 비트리 펀드 1호, 알펜루트 공모주 2호 펀드 등 3개 펀드는 1108억 원 규모로 환매중단이 결정됐다. 이밖에 이달 말까지 환매중단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된 펀드는 이 3개를 포함한 26개다. 금액으로는 총 1817억원 가량이다.

위 발표가 이뤄진 배경으로 알려진 건 TRS거래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의 자금 회수 요청이었다. 지난달 23일 한투증권은 알펜루트 측에 약 120억원 규모 상환을 요청했다. 한투증권은 알펜루트 펀드 판매 비중에서 31.64%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판매사이자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다. 이밖에 지난달 22일 미래에셋대우도 만기가 도래한 TRS거래에 대해 80억원 상환을 청구했다.

알펜루트의 환매중단 발표가 있던 날, 금감원은 TRS를 제공한 증권사 6곳에 ‘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하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라면 갑작스러운 증거금률 상승은 자제하고 계약 조기 종료 전 관련 자산운용사와 사전 협의를 긴밀히 해달라’며 조기 회수 자제를 요청했다. 해당 증권사는 한투증권을 포함한 미래에셋대우증권·NH투자증권·KB투자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다.

◆ 한투증권, 회수 계획 “검토 중” vs 알펜루트 “일시 상환요구 이례적”

알펜루트에 자금회수를 요청했다가 지난달 말 일시적으로 증권사 자금 회수 사태를 촉발한 한투증권은 회수 계획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투증권은 TRS 거래에서 증권사의 자금 회수가 운용사나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줬다. 자금 회수 시기나 규모 면에서 앞선 한투증권이 일각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이유다. 다만 한투증권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미 라임 사태 등으로 리스크 민감도가 높아지자 투자한 펀드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조치를 취했단 입장이다.  즉 운용사 알펜루트에 회수 요청을 거듭했으나 지난달 기일까지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알펜루트가 한투증권에 상환을 약속했던 금액은 투입된 자금 중 30억원이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알펜루트 펀드는 작년 10월부터 유동성 관리 대상으로 집중 관리되고 있었고 회수 요청은 이번에 갑자기 이루어진 게 아니라 지난해 세 차례 분할 상환 기회가 있었지만 이행되지 않아 전액 상환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환을 하고 안 하고는 아직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며 “어떤 식으로 상환할 지에 대해서도 아직 언급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반면 알펜루트 관계자는 “상환을 지난해 10월부터 계속 나눠 갚아왔는데 이번에 한투증권 윗선에서 TRS사업을 정리하려는 생각으로 한꺼번에 거래대금 기준 240억원 가량을 갚으라는 얘기에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TRS는 서로 간의 신뢰관계가 달려있기에 상대편과 이야기해서 갚지 않으면 잘 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2주전만 해도 1월 말까지 30억원 상환을 요구했다가 변경해 일시에 갚도록 얘기된 부분을 이례적인 일이라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스크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해선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30% 이상 자사 펀드를 판매한 회사가 일시에 전부 환매를 요청하면 어느 기업이든 어려울 것”이라고 관계자는 답했다.

위와 같이 증권사와 운용사 사이에 상환 문제로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유동성 문제다. 펀드가 개방형 사모펀드임에도 유동성 비율이 낮아 일찌감치 문제가 있었다는 게 증권사 측의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알펜루트 펀드에 유동성이 1%도 안 됐다고 지적한 반면, 알펜루트 측은 해당 비율을 인정하면서도 TRS 상환요청이 들어오기 전까진 그 이상의 유동성을 갖고 있었다며 펀드에 투입된 고유자금과 임직원 자금 447억원을 증거금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 금감원, 유동성 리스크 제재 구멍 논란에 “판단과 선택의 문제” 원론적 답변

유동성 문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 대체투자가 늘어나는 글로벌 경제 흐름 가운데 더욱 중요해진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 부동산 펀드, 실물 펀드, 특별자산 펀드, 혼합자산 펀드 등 비유동성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펀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펀드 유형은 수익이 날 때는 좋지만 바로 현금화는 어려워 투자손실이 있을 때 만회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이 소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3% 수준이던 비유동성 사모펀드 비중은 2012년 30%대를 넘어선 이후 수년간 정체되다가 규제가 풀리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5배 이상 불어났다. 지난해 말 국내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 중 기초자산이 비유동성 자산인 사모펀드 설정액 비중은 53.7%에 달한다. 이러한 상품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자산의 가치평가 등 유동성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금감원은 이러한 사모펀드를 규제할 판단 기준과 법률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감독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일반적으로 문제가 이미 발생한 후 사후조사를 통해 경영유의 정도의 판단을 내리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비율 등 실질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제재를 부과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알펜루트는 리스크 문제와 관련해 종합검사 수준으로 검사를 받은 바 있으나 관련 법률이 부재해 일부 제재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이러한 사례는 해외에서 시스템 리스크 관리 목적으로 펀드 유동성 리스크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인 흐름에도 역행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감원은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 관계자는 “검사를 통해서는 위법한 부당행위를 찾아내는 것인 만큼 TRS 거래를 하는 거 자체가 부당한 건 아니다”라며 “소위 건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 제재가 아니라 경영유의나 시정 제안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운용전략에 대해 뭐라고 말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에 대한 책임은 사후 결과에 대해서만 논의되고 사모펀드 시장에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있다면 그건 결국 공모펀드가 되는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이 시장을 키우려고 규제를 없애고 진입장벽 낮춘 게 무조건 나쁜 게 아닌 만큼 규제를 만들어내는 건 결국 ‘판단과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4일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개선방안'에 대한 추가 대책은 금융위가 2월 말쯤 발표한다고 하니 금감원 차원에서는 추가로 밝힐 입장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제재 개선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투자 자문시장을 확대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유동성 문제 등 자산가치 평가가 보다 전문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도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투자 성향 등을 고려한 수준에 맞는 투자를 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번 문제와 관련해 한 채권 전문가는 “TRS 거래에서는 담보 설정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제도적인 부분 외에도 전문적이고 정확한 담보 가치 평가를 통해 부실 자산을 사전에 걸러내는 점이 가장 보완돼야 할 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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