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로 행사 취소 및 연기·e스포츠 대회 무관중 개최
‘사스’ 기록 넘기며 中 사회불안 고조…지도자들 민심 수습 나서
“게임 판호 해 넘길 듯…시진핑 주석은 ‘내치’ 집중할 때”
韓 게임업계, 한국게임학회 중심 ‘우한시민 돕기운동’ 시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며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당초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이후 한한령 해제와 함께 게임 판호(서비스 허가권) 문제 해결을 기대하던 게임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게임업계에도 영향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중심으로 확산세를 지속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로 인해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대만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타이베이 게임쇼(Taipei Game Show)’가 취소되고 6월 이후로 연기됐다. 이외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대회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무관중 경기로 개최되고, ‘파이널판타지14’의 프로듀서 레터라이브 현장관람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됐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이 2017년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을 핑계로 한국 게임 수입을 막은 이후 대만, 동남아시아, 북미·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판호가 필요하지만, 2017년 한한령 이후 국산 게임에는 판호가 한 건도 발급되지 않았다.

타이베이 게임쇼는 한국의 ‘지스타’, 중국의 ‘차이나조이’, 일본의 ‘도쿄 게임쇼’와 더불어 동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글로벌 게임 전시회다. 타이베이 게임쇼 조직위원회는 올해 35만여명의 관람객이 입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19’의 누적 관람객 수가 역대 최고를 경신한 24만여명이었다. 대만은 게이머 성향이 중국과 비슷해 판호 미발급으로 중국 수출길이 막힌 국내 게임업계가 향후 중국 시장 성공을 가늠하는 시장으로 주목해온 곳이었다.

◆ 판호 문제 해결 어려워지나

지난해 12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한국 방문을 요청했고, 시진핑 주석이 올 상반기 내 방한할 것으로 알려지며 게임업계에서도 덩달아 판호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감이 커졌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지난달 16일 취임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만약 시진핑 주석이 왔을 때 한한령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게임이 들어가지 못하면 기약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위정현 학회장은 “판호 재개는 연기되거나 해를 넘길 수 있다. 판호 문제는 중국 정부 상위기관인 공산당 선전국이 관할하는 상태에서 중국 최고지도자의 의지 없이 재개는 어렵기 때문”이라며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 지금은 ‘내치(內治)’에 집중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조기 수습하고 인민의 불만을 무마시키는 것이 주요모순”이라고 설명했다.

또 “판호 재개가 자동적으로 한국 게임의 중흥을 이루거나 하진 않겠지만, 한국 게임이 다시 중국 전장에 진입해 중국 게임과 대결하고 승부를 겨루면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그동안 경기장 진입조차 못 했던 한국 게임들이 경기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판호 재개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시진핑 방한 6월로 잠정 연기

시 주석의 방한 시점이 올 상반기로 특정되고, 이어 리커창 총리까지 한국을 찾기로 하면서 사드 배치 이후 냉각된 한중관계는 해빙국면을 맞이할 전망이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도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가 아니라 제한적 입국 금지 조치를 했던 것도 시진핑 주석의 방한 등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의 방한도 당초 논의하던 3~4월에서 오는 6월로 잠정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기록을 넘어섰다. 사스는 2002년 11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약 5327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349명이 숨졌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중국 내 31개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만7205명, 사망자는 361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두 달도 안 돼 사스를 넘어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환자는 2만1558여명에 달한다. 사회불안이 고조되자 시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적극적으로 민심 수습을 시도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의 6월 방한을 추진하며 중국 정부와 구체적 방한 시기를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시 주석의 생일 축하 서한에 답신을 통해 축하 서한에 대한 감사와 함께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노력을 평가하고 “우리 정부도 필요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대중앙사고수습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에 대응하면서 양국 정부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히며 계획된 한중 외교 일정은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 “한중 게이머, 전 인류적 도전 극복 위해 함께 노력해야”

일각에서는 상반기로 예정됐던 시 주석의 방한이 불투명해졌지만, 외교적 행보를 통해 한중관계 해빙 여지는 남겼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중국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다. 한국게임학회는 3일 성명을 발표하고 방역물자 조달 등을 위한 ‘우한시민 돕기운동’을 시작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등 호의적으로 대하면 사태가 마무리된 뒤 중국에서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 시국에 중국이 판호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설 수는 없을 테고 사태가 끝난 뒤를 생각해 인도적 지원 등으로 외교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국게임학회는 “지난 20년 동안 살아있는 전설이 된 ‘미르의 전설2’나 ‘던전앤파이터’ 같은 게임은 중국 게이머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성공은 없었다. 우리는 20년 넘게 이어온 중국 젊은이들의 한국 게임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고 있다”며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 최선의 전략을 통해 승리하는 것으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것 역시 게임의 목표와 같다. 한중 게이머들은 한마음으로 전 인류적인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은 한국의 어느 산업보다 중국과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게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지금 중국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한류의 원류이기도 하다”며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협이라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 게임학계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우한시민과 중국 인민의 노력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미력이나마 뜻을 모으려 행동에 나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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