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이한 ‘스타크래프트2’, 현역 선수들 연달아 입대
선수 줄어 대회 규모 축소됐어도 대회 수는 유지 추세
비결은 ‘커뮤니티’…“팬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

‘Dark’ 박령우가 지난해 11월 2일 진행된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글로벌 파이널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아프리카TV 중계 캡처

전통 스포츠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e스포츠도 종목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경기를 치를 선수가 필요하고, 경기를 봐줄 팬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스타크래프트2는 종목이 장수한 만큼 신인 선수 발굴이 쉽지 않은데, 현역 선수들이 병역 의무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을 떠나고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 고병재·김도우·김동원·김준호·변현우 등 입대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종목에서 현역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선수들과 해설 등 8명이 지난해부터 입대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1992년생 선수들도 곧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다른 종목과 달리 스타2는 대회가 줄어 남은 선수들이 다른 종목으로 전향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까지만 해도 국내 스타2 리그는 아프리카TV의 GSL(Global Starcraft II League)과 스포티비 게임즈의 SSL(Starcraft2 Star League) 등 양대 메이저 리그로 진행됐다. 하지만 2018년부터 진에어의 후원을 받던 SSL이 이유를 밝히지 않고 사실상 폐지된 뒤 GSL 단독 체제가 자리 잡았다.

GSL은 2011년부터 1부 리그 ‘코드S’와 2부 리그 ‘코드A’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승부조작 사건 이후 프로리그 폐지 및 프로게임단 대거 해체뿐 아니라 남은 선수들의 입대·은퇴 등으로 선수 풀이 줄면서 2017년 코드A는 예선을 대체하고, 코드S가 본선이 됐다. 이후 32강으로 시작했던 코드S도 ‘글로벌 서킷’에 참여하지 않고 한국 리그에 도전하는 외국 선수들의 비중이 점차 느는 추세다.

최근 1년 사이에만 해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던 ▲‘Ryung’ 김동원 ▲‘ByuN’ 변현우 ▲‘GuMiho’ 고병재 ▲‘herO’ 김준호 ▲‘Classic’ 김도우 등의 선수가 입대했다. 은퇴 후 2015년부터 GSL에서 해설자로 활동한 ‘JYP’ 박진영 해설도 입대했다. 2020년이 되면서 병역법에 따라 ‘soO’ 어윤수, ‘Stats’ 김대엽, ‘aLive’ 한이석 등 1992년생 선수들도 입대를 앞두게 됐다.

◆ 병역법 개정으로 출국·입영연기 어려워져

현재 스타2 e스포츠 대회는 ▲정규 대회 ▲온라인 대회 등으로 구분된다. 정규 대회는 국내 스타2 리그 ▲GSL과 ▲GSL 슈퍼 토너먼트가 있다. 글로벌에서도 ▲IEM(Intel Extreme Masters) ▲드림핵 ▲중국 알리스포츠가 주최하는 글로벌 대회 WESG 등이 있다. 국내 온라인 대회는 ▲아프리카TV의 팀 리그 ‘스타크래프트2 BJ멸망전’ ▲스타2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 은퇴한 Chivo SC 소속 스트리머 ‘크랭크’ 최재원이 주최하는 주간 대회 ‘올리모리그’ ▲GSL 중계진이 모인 ‘온풍미디어’의 대회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영국 출신 스타2 캐스터 ‘와디’ 조나단 와드가 주최하는 ‘WardiTV 2020’ ▲프랑스 O’Gaming TV에서 여는 국가대항전 ‘Nation Wars’ ▲중국 스타2 해설자 ‘SCBoy’가 주최하는 ‘마스터즈 콜로세움(Master’s Coliseum)’과 ‘China Team Championship’ ▲독일 ESL TV의 캐스터 데니스 겔렌이 자신의 집에서 여는 ‘홈스토리 컵(HomeStory Cup)’ 등에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블리자드가 MTG 그룹 산하 ESL 및 드림핵과 3년간의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스타2 e스포츠 리그 전체를 개편하기도 했다. 기존에 세계 최강을 가렸던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는 ‘ESL 프로투어 스타크래프트2’가 계승한다. 글로벌 파이널은 블리즈컨 대신 ‘IEM 카토비체’에서 진행된다. ESL 프로투어 스타2 첫 시즌은 새로운 선수들도 정상을 노릴 수 있도록 ‘카토비체 2020’과 ‘카토비체 2021’를 포함해 총 일곱 개의 토너먼트로 구성된다. 두 개의 IEM 대회와 네 개의 드림핵 토너먼트는 최종적으로 IEM 카토비체 2021에서 열리는 ‘마스터즈 챔피언십(Masters Championship)’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규모가 큰 대회일수록 오프라인에서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많은데, 병역법 개정에 따라 병역 의무를 치르지 않은 경우 일정 나이가 된 선수들의 해외 출전은 어려워졌다. 2018년 병무청은 만 25세 이상 병역 미필자의 국외여행 허가 규정을 강화했다. 이전에는 만 25~27세 병역 미필자들이 국외여행을 사전에 신청만 하면 자유롭게 출입국 하면서 1년 이내로 횟수 제한 없이 국외여행을 갈 수 있었다. 병역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만 25~27세에 한해 1회 국외여행 허가 기간은 6개월, 횟수는 2년간 5회로 제한됐다.

개정 당시 상당수 남자 아이돌 가수의 해외 활동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e스포츠 선수도 마찬가지다. 만약 GSL 등 국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글로벌 파이널 같은 글로벌 대회 출전권을 얻었더라도 사전에 출국을 신청해야 하고, 비자가 필요한 국가는 비자도 미리 발급받아야 한다. 만 28세가 넘었다면 입영연기도 불가능하다. 병무청은 만 28세 이상 병역 미필자가 대학원 진학, 형제 동시 현역병 복무, 민간자격증 시험응시, 지역과 기관의 홍보대사 활동 등을 이유로 입영연기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 스타2는 팬들의 애정으로 유지된다

국내 스타2는 신인 선수 및 군복무를 마친 선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선수 풀이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남은 선수들이 대부분 1994년생으로 2022년이 되면 현재 활동하는 선수 중 절반 이상이 입대해야 한다. 93년생인 이신형·김유진 외에 김도욱·백동준·원이삭·이병렬·전태양·조성호·황규석이 94년생이다. 이들이 입대할 경우 김준혁·박령우·이재선·강민수·신희범·조지현·장현우·조성주 등 95~97년생 선수들 정도가 남는다. 제대한 선수 중 스타2로 복귀를 선언했던 선수들도 많았지만, 상당수가 선수 활동을 중단하고 프로게임단의 코칭스태프가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타2에 꾸준히 애정을 보내주는 팬들 덕분에 비인기 종목들이 겪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선수 풀이 줄어들거나 종목의 인기가 떨어지면 대회가 줄어들어 선수·팀이 출전할 기회 자체가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타2는 대회가 32강으로, 32강에서도 한국인 선수 비중이 줄어들긴 해도 새로운 대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우승을 놓친 적 없던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종목에서 핀란드의 저그 ‘Serral’ 요나 소탈라와 같이 한국 선수들을 긴장하게 할 경쟁자가 등장한 것도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TV는 BJ멸망전을 통해 예비역 선수들의 경기력 회복을 돕기도 했다. 2018년에 열린 스타2 BJ멸망전에서는 예비역, 아마추어, 전 프로선수인 BJ를 ‘조커’로 매 경기 반드시 1세트 이상 출전하게 했다. 팀 리그 규칙상 기본적으로 진 팀에서 전장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조커 선수가 이겼을 경우에는 이긴 팀이 전장을 고를 수 있었다. 2018 BJ멸망전 시즌2에서는 군 제대 후 현재 샌드박스게이밍 리그 오브 레전드팀 코치로 활동하는 ‘Fantasy’ 정명훈이 12승 8패로 다승 랭킹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팬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발표된 ESL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블리자드는 선수와 관계자 및 팬들에게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공해 지속적인 성장을 돕고 한국에서도 파트너사와 협업 등을 통해 다양한 e스포츠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BJ멸망전은 BJ와 유저가 함께 만들어가는 아프리카TV의 캐쥬얼 e스포츠 리그”라며 “궁극적 목표는 BJ멸망전이 단순한 콘텐츠로 끝나지 않고 BJ-아프리카TV-유저로 이어져 e스포츠와 게임 커뮤니티가 키워지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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