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개념이었던 ‘사회적 가치’를 측정 가능하게 만든 SK
지난 24일 막을 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SK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

‘이윤 추구’는 기업에게 필수적이고 일반적인 요소다. 이와 맞게 지난 50년간 산업계를 관통해온 것은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기업들이 이윤의 극대화에 무게를 뒀던 이유는 주주들에게 최대의 배당을 안겨 주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이 주주는 물론 직원과 소비자,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윤 극대화보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산업 전반의 추세가 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가치’라는 말로도 대변된다. 주주의 이익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것이 아닌,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그 이상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사회적 가치 추구에 있어 두각을 보이는 곳은 바로 SK다.

최태원 SK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은 지속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시도해 타 기업들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 회장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개념과 정의는 확실히 내려져 있지 않았다. 단순히 이윤 극대화에 따른 사회 환원과 같은 차원에서 ‘베푸는 개념’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여러 기업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가동해왔고, 이는 일반인들에게 있어 단순한 홍보와 브랜드 가치 관리의 일환 중 하나로 평가받아 왔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추구는 이렇듯 모호했던 개념을 측정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지난 24일 막을 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듯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성과를 키워가야 한다”며, “특히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측정기법을 확보해야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는 앞서 사회적 가치 구현을 위한 수단 마련에 무게를 뒀다. 그룹에서는 국내 지주사 최초로 주주총회 분산 개최, 전자투표제 실시로 이사회 기능을 강화했고, 한편으로는 ESG(환경경영·사회책임경영·지배구조) 실천에 나섰다. 반도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SK하이닉스의 ‘에코 얼라이언스’ 또한 이러한 사회적 가치 창출과 궤를 같이 한다.

또 다른 계열사인 SK텔레콤은 2019년 5월 서울과 경기, 대전 등 8개 지자체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2100명에게 자사의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를 보급하기도 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SK텔레콤의 첨단 ICT를 여러 지자체와 기관에 개방·공유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개념 정립에 이어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SK가 주목 받은 것은 바로 구체적인 ‘측정’이다. SK는 자체 측정방법을 개발한 뒤 2014년 사회적기업, 2018년부터 SK관계사를 대상으로 사회적가치를 측정해왔다. 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측정모델 개발을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게은행, 세계 4대 회계법인, 글로벌 기업들과 비영리법인(VBA, Value Balancing Alliance)을 구성해 공동 협력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가 2018년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총 8348억원으로 측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SK는 ‘더블 바텀 라인(DBL)’이라는 경영을 도입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등 기업 경영의 본질적 변화를 시도 중이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러한 SK의 행보에 대해 “대단히 흥미롭다. 실제 기업들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SK의 접근법을 통하면 기업이 실제로 사회적·환경적으로 바람직한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SK는 기업 정관에 사회적 가치 경영을 반영했는데, 이는 진정성 있는 경영 활동”이라고도 덧붙였다.

최 회장의 이러한 사회적 가치 전파, 일명 ‘행복 전도사’로서의 활동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 사회문제 개선과 참여를 유도하자”라고 제안한 이후 7년째 지속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추구 활동 이면에는 사회 문제 해결이 비단 정부나 일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내포돼 있다. 많은 이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야만 긍정적인 영향을 빠르게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SK 구성원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 가치 추구에 공감하고 동참하면서 사회 문제 해결의 범위와 크기가 확장되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극복해야할 난제도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회적 가치 측정의 객관성과 신뢰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 가치 창출과 측정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기업들의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제는 주주들뿐만이 아닌 이해관계자와 더불어 고객들의 도덕적 니즈까지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선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에게 지갑을 열고 환영하는 것에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범주를 차지한다.

노찬규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 부사장은 “세계적 석학과 글로벌 리더들이 SK식 사회적 가치 측정 모델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며, “SK의 노력에 글로벌 공감대를 확인한 만큼 더욱 책임감을 갖고 이해관계자 가치 극대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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