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수요 많아지자 스마트폰 판매 사기도 잇따라
‘특별혜택’이라며 헷갈리게 하는 것이 주 수법
KAIT, 판매 사기 법적 구제 어렵다며 각별한 주의 당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4월 5G가 상용화되면서 이동통신사 3사는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다시피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치렀고, 5G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스마트폰 수요도 덩달아 높아졌다. 하지만 대리점·판매점 등에서 잇따라 일명 ‘호갱’을 노린 기기변경 사기가 끊이지 않고 2020년에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특별 혜택’으로 포장된 당연한 권리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 등의 통신사 대리점에서 5G 상용화에 맞춰 신형 스마트폰 기기변경을 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각종 피해사례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대리점에서 결합 해지가 까다로운 인터넷·IPTV 결합상품을 요금 인하를 미끼로 가입하게 하거나 판매점에서 공식 기변센터라며 할인혜택이나 지원금을 눈속임해 보장된 권리를 특별혜택으로 포장하게 하는 식이다.

올해 들어서도 통신사 대리점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사례가 있었다. A씨는 지난해 9월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잃어버려 급히 근처의 KT 대리점을 방문했다. A씨는 기기 가격 등을 포함해 월 통신요금이 25만원가량 나오는데, TV와 인터넷을 가입하면 요금이 할인된다고 해서 결합상품에 가입했다. 3주 뒤 대리점에서 요금을 5만원 인하된 20만원 선으로 해준다면서 구매했던 아이폰XR대신 아이폰XS를 사용해야 한다고 해 기기변경 3주 만에 기기 다운그레이드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받아든 요금 명세서에는 위약금을 포함한 65만원이 적혀있었다.

B씨는 텔레마케팅(전화모집)을 통해 기기를 변경했다. B씨는 KT 기변센터라며 “앞으로도 저희 KT를 계속 이용해주시라고 최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시리즈나 아이폰으로 기기를 변경해드리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상담원은 48개월 약정에 통신사에서 신형 스마트폰이 나오면 할 수 있는 각종 보상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100만원이 훌쩍 넘는 신형 스마트폰을 월 할부요금 1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고 했지만, B씨는 첫 요금이 나오고 나서야 보상 프로그램으로 받는 금액까지 모두 차감한 얘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사례는 대부분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마치 자신이 특별히 챙겨주는 ‘혜택’인 양 듣는 고객이 헷갈리도록 설명하면서 생긴다. 추가 할인을 넣어준다는 것은 대부분 이동통신사 고객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 할인(요금 25% 할인)이나 인터넷·IPTV 결합 할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기기변경 시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를 반납할 필요가 없지만,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 남은 기기 할부금까지 모두 내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 휴대폰 판매 사기, 피해 구제도 어려워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최신형 스마트폰’을 준다는 등 불법보조금 및 사은품을 미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사례는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부터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KT 고객님들을 위해 신형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교체해드리고 있다”거나 “삼성전자, LG전자 공식 총판인데 고객님들 신형 스마트폰 저렴하게 이용하시라고 전화를 드렸다”는 것은 사칭인 경우가 많다. B씨가 전화를 받았던 ‘KT 기변센터’는 실제 KT 내부에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다.

‘젊음의 거리’ 홍대 앞에서 KT 대리점 직원들이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휴대폰 판매 사기를 벌이고 있다는 정황이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한국경제TV에 따르면 대리점 직원들은 설문조사에 응해달라며 젊은 여성들을 대리점 안으로 불러 “쓰던 휴대폰을 반납하면 신형 스마트폰으로 교체해주겠다”고 영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쓰던 기기를 반납하고도 기기값을 이중으로 냈고, 사은품 명목으로 받은 제품 가격까지 월 요금에 청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10 5G’ 출시에 앞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불법보조금을 미끼로 하는 휴대폰 판매사기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갤럭시 노트10 5G가 출시되기 전 사전예약 단계에서 이통3사가 예고한 공시지원금을 훌쩍 뛰어넘는 구매가격이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등에서 홍보됐던 것이 원인이었다.

KAIT에 따르면 불법보조금 지급을 미끼로 돈을 받고 종적을 감추는 등의 사기는 단말기유통법 위반행위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구제 방안이 마땅히 없다. 2012년 발생한 ‘거성모바일 사태’가 대표적이다. 한 판매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휴대폰을 개통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인 뒤 4000여명에게 경찰 추산 23억여원을 가로챈 사건이었다. 피해자 박모씨 등 3041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2017년 재판부는 “불법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계약은 무효”라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 판매 사기 예방 위해 소비자 각별한 주의 필요

휴대폰 판매 사기는 구제받을 방법이 마땅히 없어 소비자가 조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분석이 많다. 휴대폰 판매사기 주의보 발령 당시 이통3사와 KAIT는 “불법보조금을 약속하고 종적을 감추는 소위 ‘먹튀’ 형태의 판매사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신분증을 대리점·판매점에 보관해야 한다거나 단말기 대금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특히 인터넷·IPTV 결합 할인을 이용해 통신요금을 낮추는 사례가 많아지는 만큼 결합상품 해지 관련 분쟁도 늘고 있다. 번호가 부여되는 유·무선 서비스는 통신사를 변경하면 자동해지 되지만, 인터넷 서비스는 직접 해지 신청을 해야 한다. 관련 분쟁이 급증하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난해 6월부터 통신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6개월 동안 총 6689건의 통신분야 민원 상담이 진행됐다. 통신분쟁 상담 유형은 ▲이용불편에 따른 손해배상(2388건) ▲계약체결·해지 관련 민원(1398건) ▲이용약관 위반(596건) 순으로 집계됐다. 분쟁조정 사건은 여러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법조계·학계·소비자단체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통신분쟁조정위원들이 사실관계 확인, 관련 법규 적용 등을 거쳐 조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KT 관계자는 “KT는 공식적으로 기변센터 등을 운영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한국경제TV에서 보도됐던 사례는 판매직원 불법행위 발견으로 직원 해고 및 대리점에서 고객에서 보상 및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투자매장 약정서 안에 완전판매 불이행 시 조기 계약 해지를 하도록 조항을 강화했고, 불법행위 대리점에는 정책 수수료 미지급 및 마케팅비 환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대리점을 대상으로 불법 호객행위 근절 가이드 배포 및 현장 설명회 등의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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