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바이러스, 한국·일본·미국까지 전파
심할 경우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어져
전염 우려 확산…사망자 늘 가능성 높아져
中 증시 직격탄, 의약품 제외 모든 주가 약세
첫 감염자 나온 미국도 주요 증시 하락
국내 악영향 우려되지만 장기화하진 않을 듯

사진=연합뉴스
2020년 1월. 세계 경제가 정초부터 불청객을 만났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이 손님은 세계 경제에 잇따른 ‘카운터펀치’를 날릴 정도로 강력하다. 중국에서 첫발을 뗐고 태국, 일본, 한국, 대만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더니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마저 뚫어냈다. 관광산업이 얼어붙었고 증시가 출렁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 얘기다.

세계보건기구(WHO) 명칭 2019-nCoV,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밝혀진 ‘우한 폐렴’의 ‘우한’은 발생지다. 지난해 12월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화난(華南)해물도매시장에서 최초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 1월 10일 첫 사망자가 나왔다.

‘우한 폐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1일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해 격리치료 중이라고 발표하면서부터다. 후베이성의 중심 도시 우한은 인구 1100만명이 거주 중이며, 한국 교민도 유학생을 포함해 1000여명 거주하고 있다.

아데노·리노바이러스와 함께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물과 사람 모두 감염될 수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인체 전염 코로나 바이러스는 총 6종. 이 중 4종은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만 일으키지만, 나머지 2종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들 2종은 바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이다.

7번째 코로나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우한 폐렴’은 사스나 메르스처럼 고열과 호흡기 감염을 동반한 폐렴이 주요 증상이다. 심할 경우 호흡부전과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22일 현재까지 이번 우한 폐렴으로 중국에서만 324명이 감염됐고, 이 중 6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1.9%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최초 감염이 보고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 △우한시에서 격리돼 입원 치료 중인 169명 가운데 35명이 중증 환자라는 점 △중국인들이 대이동을 하는 춘절을 전후해 전염 우려가 더욱 커진 점 등을 감안하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최초 발생일로부터 19일이나 지난 12월 31일에야 우한 폐렴 발생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등 발빠른 초기 대응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빠르게 판단하지 못했고 방역 체계는 무너졌다.

2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의 지하철에서 대부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뒤늦게 종합 대책반을 꾸려 우한 지역의 입 출경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최대 연휴인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최소 수십만명의 중국인들이 우한에서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빠져나간 상황이다.

세계 곳곳은 이미 ‘우한 폐렴’에 신음 중이다. 의심환자와 확진자 발생 소식은 시간을 다투듯 전해지고 있다. 후베이성 외에도 중국 9개 성과 홍콩에서 100여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으며, 한국에서 1명 일본에서 1명, 태국에서 2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미국에서도 1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우한 폐렴이 확산일로로 돌입한 가운데 중국 경제성장률 하향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큰 충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사스와 메르스 사태의 중간쯤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사스 사태의 4배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한 전염병은 총 3개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이다. 그중 가장 충격이 컸던 전염병은 2002~2003년 전 세계적으로 775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다. 2002년 겨울 중국에서 발생이 시작된 이래 수개월 만에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던 신종전염병 사스는 이번 우한 폐렴 사태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제때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초기 확산을 제어하지 못했다.

국제항공협회(IATA)는 2006년 5월 경제 브리핑에서 사스 때문에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이 0.1%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2014년 발표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 보고서에서는 사스의 경제적 피해액이 적게는 200억달러(약 23조28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달러(약 116조4100억원)까지 추정됐다.

사스 관련 피해는 아시아, 그 중에서도 홍콩과 중국에서 크게 발생했다. 베이징대학교 중국경제연구센터가 2004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로 인한 중국 경제 피해액은 253억달러(약 29조4500억원)에 달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피해액이 180억달러(약 20조9600억원)에 달해 2003년 아시아지역의 GDP 성장률은 0.6%p가량 축소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우한 폐렴이 사스 당시보다 세계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고, 이웃나라 한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와의 교류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증시는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수혜가 예상되는 중국 의약품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21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43.65p, 1.41% 밀려난 3052.14로 폐장했다. 선정 성분지수는 전일보다 162.47p, 1.46% 떨어진 1만953.41로 거래를 끝냈다. 기술주 중심의 창업판 지수는 전일 대비 15.15p, 0.76% 내려간 1967.03으로 장을 닫았다.

특히 여행-레저 관련주의 속락이 눈에 띄었다. 헝뎬영시가 7.1% 급락했고 상하이 진장호텔 4.6%, 중국국여 3.6%, 중국국제항공 3.2% 등 떨어졌다. 보험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우한 폐렴 유행에 따른 보험금 지불 증대 우려 때문인데 중국평안보험이 2.3% 하락했다. 이밖에 소비 관련주와 자동차, 소재주, 부동산주, 운수주, 금융주, 첨단기술주 모두 내렸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관련 소비재업체의 주가가 강하게 조정을 받는 상황”이라며 “전염병의 확산은 사람들의 외부 활동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전반적인 소비 심리와 지출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첫 감염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21일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0.52% 내린 2만9196.04에 마감했다.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27%, 0.19% 하락했다.

우한 폐렴 환자가 나오지 않은 유럽에서도 일부 증시 지수가 하락하는 등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가 0.54% 하락했고,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0.26% 내렸다.

관광 위축 우려가 제기되면서 실제로 관련주의 하락이 이어지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기업 크리스티앙 디올과 케링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주가는 각각 2.3%와 2.1%, 1.1% 내렸으며,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돼 있는 항공주 IAG는 3% 가까이 떨어졌다. 파리 증시에 상장돼 있는 에어프랑스(2.6%), 미국 뉴욕 증시의 유나이티드항공(4.4%), 아메리칸항공(4.2%) 등도 일제히 떨어졌다. 카지노 사업을 하는 뉴욕 증시의 윈리조트와 라스베이거스샌즈 주가도 각각 6.1%, 5.4% 급락했다. 홍콩 증시의 MGM은 6.2%나 떨어졌다.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경제 악화도 우려된다. 국내 발병자 및 사망자가 증가하거나 발생하게 되면 국내 자산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스 당시에도 대한민국은 국내 성장률 둔화, 코스피지수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후폭풍을 겪은 바 있다.

다만 국내에 미치는 우한 폐렴의 여파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춘절 중국 내 대이동으로 인해 우한 폐렴이 전국적 혹은 해외로 확산될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정확한 감염 경로 등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우려보다 확산 추세가 주춤해진다면 공포감이 크게 줄어들 여지가 있다”며 “막연한 공포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년 전 메르스의 악몽이 떠오를 수 있는 사건”이라면서도 “추세가 장기화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소비주도 조만간 조정을 끝내고 다시 진정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우한 폐렴의 확산에 따른 과도한 공포심은 경계해야 한다”며 “국내 감염자가 적고 사망자가 없다면 관련 주가 하락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오히려 이는 주식을 추가 매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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