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 유임, 50대 사장 깜짝 발탁
부사장 14명, 전무 42명, 상무 88명 등 162명 승진
이재용 부회장 재판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 정면 돌파

서초동 삼성 사옥. 사진=연합뉴스

해를 넘긴 삼성전자의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는 ‘세대 교체의 서막’을 알리는 듯하다.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장 사장 등 3명의 대표이사는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50대 사장이 발탁되고 부사장으로 14명이 승진하는 등 ‘뉴 삼성’을 위한 여러 파격 변화도 추구했다는 평가다.

◆ 3인 대표이사 체제 유지와 50대 사장 선임, 변화와 안정 모두 추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리스크와 더불어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노조 와해 판결 등 여러 대외적 리스크로 인해, 큰 틀에서는 안정을 택했다.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3개 부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한 것인데, 그러면서도 겸직했던 일부 직책은 후임 인사에 넘겼다.

3인 대표이사 체제 유지의 이유에는 향후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각 부문별로 맡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의 사업 진행이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판단에 따라 진행됐다면, 이제는 각 부문에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것이다.

고동진 사장이 겸직했던 무선사업부장에는 개발 실장이던 노태문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올랐다. 노태문 사장은 52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이번 선임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술 기반의 시장 리더십을 지속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젊은 연령대의 사장으로 현재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태문 사장은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주도해 ‘갤럭시 신화’를 이끌어낸 인물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삼성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태문 사장의 데뷔 무대는 내달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2020’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측은 “52세 젊은 리더로 스마트폰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참신한 전략을 제시하고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4명의 사장 승진, 삼성전자 전성기 이끈 ‘권·윤·신’ 3인방의 퇴진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부사장 4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전경훈 삼성전자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부사장,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원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최윤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부사장은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박학규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부사장은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 또한 모두 50대로 젊은 축에 속한다. 전경훈 사장은 네트워크 사업부장을 역임하면서 5G 세계최초 상용화를 주도했으며, 황성우 사장은 삼성전자의 미래 신기술 발굴 및 전자 계열사 연구개발에 매진해왔다.

최윤호 사장은 삼성전자 수원 경리팀에서 시작해 무선사업부 지원팀장까지 지내 재무관리 능력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학규 사장 또한 마찬가지로 SDS 사업운영총괄까지 지내며 그 능력을 인정 받았다.

4명의 사장 승진도 눈에 띄지만,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윤부근 대외협력(CR)담당 부회장, 신종균 인재개발담당 부회장 등 삼성전자 최고경영인 3인방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에서 큰 변화를 예감할 수 있다.

권오현 회장과 신종균 부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나며, 윤 부회장은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들 3인방은 2013년 3월부터 2017년 말까지 삼성전자의 최고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오현 회장은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끌었고 윤부근 부회장은 TV 사업의 확장을, 신종균 부회장은 스마트폰 부문에서 큰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반대로 이번에 준법감시위원회에 참여한 이인용 CR담당 고문이 사장으로 복직했다. 고문에서 CEO로 다시 복귀한 것은 이례적으로, 준법감시위에 참여하는 대외 담당의 무게감을 고려해 재선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내부 쇄신 지속, ‘재판 리스크’에도 맞대응

21일 진행한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서도 위와 같은 세대 교체 기조를 반영했다. 승진 규모를 늘렸을 뿐만 아니라 14명의 부사장 선임을 통해 차세대 CEO 후보군을 확대했다. 부사장 14명을 포함해 전무 42명, 상무 88명 등 총 162명의 승진으로, 2018년 말 진행한 인사에 비해 총 승진 인원에서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경영성과 성장 잠재력을 겸비한 젊은 리더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인사 배경에는 철저한 성과주의가 반영됐다고 삼성전자 측은 강조했다. 전년 인사 대비 6명이 늘어난 총 24명의 발탁 승진도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전무급 인원만 13명이다. 특히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인도 출신의 프라나브 미스트리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싱크탱크팀장 전무는 올해 38살로 역대 최연소이자 유일한 30대 전무로 발탁됐다. 프라나브 미스트리 전무는 올해 1월 CES 2020에서 공개된 ‘인공아바타 네온’을 만들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외국인·여성 인력도 다수 승진 명단에 올려 다양성 강화 기조도 이어간다. 외국인·여성 임원에는 총 9명이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도 곧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 이후 삼성전자는 내부 쇄신을 지속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리스크 맞대응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구축된 준법감시위 또한 오는 2월 출범을 앞두고 있어, 이번 인사는 향후 삼성의 안정과 변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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