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대회·예비군 훈련 등 일상에 녹아든 ‘게임’
태권도 대회·예비군 훈련 등 일상에 녹아든 ‘게임’
  • 변인호 기자
  • 승인 2020.01.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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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게임처럼 변한 태권도 대회에 누리꾼 호평 이어져
예비군을 뛰게 만든 ‘게임 접목 예비군 훈련’
“게임의 동기부여·실천 방법 배워가야”
대한태권도협회가 12일과 13일 진행한 ‘KTA 파워 프리미어 리그 시연회’에 체력 게이지가 적용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미’를 추구하는 놀이수단이자 융합콘텐츠의 대명사인 게임이 일상에 본격적으로 스며들고 있다. 게임 요소가 기존 콘텐츠에 도입되면 하는 사람의 의욕을 고취하기도 하고,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특히 최근 시도된 ‘격투게임’ 형식의 태권도 대회뿐 아니라 ‘총싸움게임(FPS)’처럼 진행되는 예비군 훈련 등 새로운 융합 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태권도의 파격적인 격투게임 변신

태권도 공식 경기에 ‘체력 게이지’가 생기고, 선수들이 타격하는 부위, 충격량에 따라 다른 대미지를 입혀 체력이 모두 소모되면 패배하는 새로운 규칙이 적용됐다. ‘대전격투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이번 대회는 대한태권도협회(KTA)가 12일과 13일 개최한 ‘KTA 파워 프리미어 리그 시연회’였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100의 체력을 갖는다. 머리 공격 등에는 추가 피해량이 적용됐다. 반칙을 하면 10초 동안의 페널티가 부과돼 페널티 시간 동안 상대로부터 받는 피해량이 2배로 늘어난다. 이번 시연회는 태권도가 ‘발 펜싱’이라고 불리며 외면받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격투게임 규칙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KTA는 시연회에 참가할 18명의 선수와 심판 10명을 선발했다. 시연회는 경기당 2분씩 3판2선승제로 12일에는 75~85kg급 경기가, 13일에는 65~75kg급 경기가 치러졌다. 호구는 반자동 전자호구를 사용했고, 실제 경기는 타격 시 체급별로 선정된 피해량 값이 부심의 채점기로 전달돼 부심이 유효한 공격으로 인정하면 득점으로 표출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KTA의 이런 시도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의 일종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 요소를 넣는 것을 의미한다. “발전 및 보완해야 할 점이 있지만 매우 좋은 시도”, “득점 경기에서 체력 차감 경기로 바뀌니 선수들도 과감하게 경기해 더 박진감 넘치고 힘 있는 모습이 보인다” 등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예비군의 날 50주년을 맞아 2018년 3월 31일 56사단 금곡 예비군훈련대에서 실시한 ‘최정예 예비군 탑-팀’ 경연대회에서 참가 예비군들이 영상모의 상황조치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훈련 더 하고 싶다는 예비군들

태권도 이전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올린 사례는 여럿 있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현대화·과학화 훈련’을 도입한 예비군 훈련이다. 앞서 국방부는 2013년 훈련장 여건 개선을 위한 현대화·과학화된 연대급 통합 예비군훈련장 확보계획에 따라 2013년 하반기부터 경기도 남양주 금곡 훈련장(금곡)을 2015년까지 시험 운영한 바 있다. 당시 훈련을 성실히 받고 과정별로 모두 수료하면 일찍 퇴소할 수 있는 예비군 조기 퇴소 제도 도입과 함께 시행된 과학화 훈련은 예비군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2014년 금곡 훈련장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은 A씨는 “FPS게임 ‘서든어택’을 직접 하는 것 같은 시가전 훈련이나 ‘버추얼 캅’ 같은 느낌의 영상모의상황조치사격 훈련에 많은 예비군들이 흥미를 보였다”며 “2014년 금곡 훈련장에서 동미참훈련을 받았는데 현역 조교들도 다 준비되지 않은 오전 8시 전부터 예비군들이 훈련장에 조별로 모여 훈련하고 싶어하면서 한 가지 훈련이 끝나면 다른 교육장으로 뛰어갈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조기 퇴소 제도가 생기면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해당 훈련을 다시 받아야 했는데, 시가전 훈련이나 영상모의상황조치사격 훈련 같은 경우 재미있다면서 일부러 불합격해서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런 훈련을 할 수 있으면 퇴소가 늦어져도 상관없다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조기 퇴소 제도도 예비군들의 의욕 향상에 큰 역할을 했지만, 훈련에 게임이 접목된 부분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통 미디어를 통해 묘사되는 예비군 훈련은 의욕이 없는 예비군들을 교관들과 조교들이 다그치기도 하고 구슬리기도 하면서 꾸역꾸역 진행되는 지루한 것으로 묘사되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국방부는 2023년까지 202개의 예비군 훈련장을 40개의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으로 통합하고 스마트 예비군 관리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하나머니GO. 사진=하나은행
하나머니GO. 사진=하나은행

◆ 게임처럼 즐기는 ‘게이미피케이션’

‘게임(Game)’과 ‘~화(化)’를 뜻하는 접미사 ‘fication’의 합성어인 게이미피케이션은 이미 미디어 콘텐츠나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태권도 대회, 예비군 훈련 외에도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게이미피케이션 사례는 닌텐도에서 개발한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링 피트 어드벤처’가 있다. 링 피트 어드벤처는 운동을 게임과 접목해 초보자가 운동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후 품귀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금융권에서도 게임 요소를 서비스에 접목했다. 하나금융그룹은 2017년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에 증강현실(AR) 서비스 ‘하나머니GO’를 탑재했다. 포켓몬을 수집하는 AR게임 ‘포켓몬GO’처럼 하나멤버스 회원이 KEB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등 관계사 영업점이나 쿠폰 제휴사 매장 근처에서 하나머니GO를 실행하면 회원의 휴대폰 화면에 다양한 쿠폰 아이콘이 자동으로 나타나고 이를 터치하면 하나머니나 제휴 쿠폰이 자동 발급되는 식이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게임사와 이종(異種)산업 결합 시너지가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넷마블과 웅진코웨이간 시너지는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상생활과 게임을 접목한 게이미피케이션 서비스로 신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해 12월 27일 1조7400억원에 웅진코웨이 인수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한동숭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지역을 살리는 게이미피케이션 정책 토론회’에서 “게임이 가진 부정적인 인식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 기능성 게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를 구분하기보다는 오히려 게임이 가진 동기부여 방법과 사람들을 실천하게 하는 방법들을 더 배워가야 한다”며 “외국은 게이미피케이션 확산 사례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많이 발굴되지 못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개발하는 이들의 실제적이고 다양한 사회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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