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변액(變額)보험은 정액(定額)보험과 달리 보험 가입 후 투자실적에 따라 보험사로부터 받는 보험금액이 변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즉,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뺀 금액(투자보험료)을 계약자가 선택한 펀드(주식, 채권)에 투자하고 그 실적에 따라 배당 받는 보험이며, 그래서 실적배당형 보험이라 부르기도 한다. 변액보험은 변액유니버셜보험, 변액종신보험, 변액 CI보험, 변액연금보험 등 다양한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들이 변액보험을 잘 모르고 가입해서 낭패를 보고 있다. 변액보험이 은행 적금과 같은 것이고 낸 보험료 모두가 적립되며 수익률이 높은 보험이라고 막연히 알고 가입했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을 가입할 때 제대로 묻고 따지지 않아서 “적금과 다르고 사업비를 차감한 투자보험료만 펀드에 투자되며 가입 후 조기에 해지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가입 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펀드 변경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변액보험 가입자의 가장 큰 불만은 수익률인데, 가입 당시 보험사(보험설계사)로부터 설명들은 수익률 보다 크게 낮았고 가입 후 조기에 해지하여 이자는 커녕 대부분 원금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변액보험이 저축상품이고 수익률 좋은 보험으로 오랫동안 광고되며 판매되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보험사들 광고와 달리 저금리·저성장 기조와 경기 침체로 투자상품으로의 매력을 이미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10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해서 재미를 본 가입자가 드물다. 금감원의 발표(2016.11.15)에 따르면 변액보험의 유지율은 3년 후 60%, 5년 후 44.9%, 7년 후 29.8%에 불과했다. 가입해서 5년 지나면 절반이 해지해서 손해를 보았고, 7년 지나면 70%의 가입자가 이미 손해를 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은 지금도 여전히 변액보험을 최고의 상품인 것처럼 미사여구로 포장하여 판매하고 있고, 일부 신문사도 분별 없이 “초저금리시대! 다시 뜨는 변액보험”, “저금리 시대, 노후준비 해법은 변액보험”, “수익성에 안전성을 더한 상품”이라고 제호를 달아 보험사 편향으로 호들갑스럽게 남발하며 특정 보험사 변액보험을 대 놓고 홍보하기도 한다. 이것도 모자라 일부 ‘자산관리사’를 자칭하는 자들은 SNS 등을 통해서 재무설계를 해 준다며 단기 목돈(종자돈) 마련이 필요한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에게 수익률을 앞세워 변액보험 가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것이므로 소비자 이익에 반한 것이다.

보험에 문외한인 소비자, 특히 20~30대들은 변액보험을 섣불리 가입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엊그제도 사회초년생이라고 밝힌 분이 금융소비자원에 상담을 요청해 왔는데, 보험설계사가 “변액보험은 은행 적금과 같은 것이므로 가입해서 유지하다가 필요한 때 해지하면 된다”고 해서 가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알아보니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가 계속 빠져 가입 시부터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고 장기간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계속 유지하자니 내는 보험료가 아깝고 당장 해지하자니 원금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 민원 중 보험 민원은 압도적으로 61.7%를 차지하여 거꾸로 1등인데, 그중 한 가지가 변액보험의 민원이다. 변액보험 민원이 최근에 급증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것은 변액보험이 현장에서 여전히 엉터리로 판매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 3분기까지 변액보험과 관련해서 생보사에 접수된 민원은 총 1353건으로 전년 동기(1121건) 보다 20.7% 급증했다. 반면 변액보험을 제외한 일반 상품들의 민원은 동 기간 6984건에서 6003건으로 오히려 14.0% 감소했다.

변액보험 가입자들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 부진한 증시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투자보험료를 펀드에 투자하고 그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므로 증시가 불황일수록 수익률이 낮아져 보험금이 적어진다. 그러므로 증시 불황은 변액보험 수익률에 부정적이다.

둘째, 보험사들이 실적 경쟁에 매달려 보험료가 비싼 변액보험을 “일단 팔고 보자”의 묻지마 판매가 만연되어 불완전 판매하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당초부터 원금 손실 상품이고 적합성의 원칙에 따라 제한적으로 판매해야 하는데, 단점과 유의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입자들은 상품내용을 잘 모르면서 보험사(보험설계사)가 시키는 대로 청약서에 ‘상품 내용을 잘 알고 가입한다’고 덧글을 적고 서둘러 사인한다. 결국 덧글과 사인은 보험사들이 완전판매를 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면피용 꼼수이고 가입자의 발목을 잡는 지뢰인 것이다.

셋째,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차감하므로 변액보험은 단기 저축 목적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변액연금은 통상적으로 보험료의 10%~15%, 변액종신보험은 20~30%를 사업비로 차감한다. 그러므로 낸 보험료가 모두 투자되는 것이 아니다. 변액보험은 사업비 차감으로 가입할 때부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데, 더구나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투자보험료를 선납하고 펀드를 수시 변경하더라도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 인터넷 검색창에 “변액보험 13년”을 입력하면 “변액보험 13년 지나야 원금...이유 알고 봤더니”, “변액보험 저축성 9년, 종신형 13년 지나야 원금 손실 없어”의 제목과 함께 그 속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정직하게 설명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이고, 설명하더라도 가입자가 이를 건성으로 듣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많은 가입자들이 변액보험을 적금으로 착각하는 것은 당초부터 보험사들이 사업비 차감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변액보험의 특성과 내용을 정직하게 사실대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떤 보험사도 잘못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고 당국도 뚜렷하게 나서지도 않았다.

넷째, 특히,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2022년)을 앞두고 많은 보험사들이 2~3년 전부터 저축성보험 판매를 축소하고 변액보험 판매 확대에 나섰기 때문인데, 변액보험이 보험사에게 부담이 적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즉, IFRS17이 적용되면 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므로 보험사의 재무 부담이 대폭 커지게 된다. 그러나 변액보험은 자본 부담이 크지 않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이고 투자위험을 가입자가 모두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변액보험 판매를 의도적으로 크게 확대하는 이유는 ① 수수료가 높고 보험료가 비싸 실적 경쟁에서 유리하고 ② 저금리 상황에서 소비자들 관심을 불러 일으켜 판매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③ 또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져도 보험사는 수수료(사업비)를 계속 챙길 수 있고 ➃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시 부담이 적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이런 속내를 소비자들이 알 리 없으니 많은 소비자들이 보험사를 위해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 분명한 것은 “보험사에 유리한 보험은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 금융위는 소비자를 보호를 수없이 외쳐 왔지만, 현장에서 실효성 없는 맹탕대책으로 일관해서 불완전판매가 여전히 반복되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변액보험 신계약 대비 불완전판매 건수 비율은 0.27%로 전년 동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생보업계 상품 전체 불완전판매 비율이 0.16%에서 0.10%로 낮아졌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변액보험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상화를 위해 우선, 보험사들이 변액보험을 정직하게 팔아야 하고 소비자도 올바로 알고 가입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특징과 장점만 설명하지 말고 단점과 유의사항도 반드시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변액의 뜻, 원금 손실 상품, 사업비 공제, 낸 보험료가 아닌 투자보험료만 펀드에 투자된다, 장기 유지 상품, 가입 후 수익률 변동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진다“는 내용을 하나하나 사실대로 정직하게 설명해서 판매하라는 말이다.

그 다음엔, 당국이 나서야 한다. 책상머리에서 입으로만 ‘소비자 보호’를 외치거나 ‘금융꿀팁’이나 발표하며 “나 할 일 다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현장을 나가서 불완전판매 실태를 직접 살펴 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 놔야 한다. 금감원장이 불완전판매율이 높은 보험사 CEO를 차례로 호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고, 10년 이상 장기 유지율을 공시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면 보험사가 수수료를 떼지 못하도록 상품과 규정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소비자들도 변액보험을 올바로 알고 가입해야 한다. 어부는 바다를 탓하지만 바다는 어부를 탓하지 않듯이, 보험사 탓만 하지 말고 올바로 알고 가입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변액보험은 원금 손실상품이고 장기 유지해야 원금이 회복되는 상품이므로 장기 유지할 자신이 없으면 가입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설령 가입하더라도 사업비가 적고 최저보증이율이 높은 것이 유리하다. 가입 후 수익률을 높이려면 펀드 변경도 필요하다.

보험은 나를 위해서 가입하는 것이지 보험사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단기 목돈 마련이 목적이라면 변액보험이 아니라 은행 적금을 가입하시라. 보험은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므로 보장성보험을 우선 가입하고, 보장성보험을 충분히 가입하고 나서 여유가 있을 때 저축성보험을 보조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보험을 가입할 때는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인지, 목적에 맞는 보험인지 묻고 따져야 한다. 미사여구에 현혹되어 묻지마 가입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고 다소 귀찮더라도 상품내용을 명확히 알고 가입하되 가성비가 좋은(보험료에 비해 보장금액이 크거나, 보장금액이 동일할 경우 보험료가 저렴한) 보험을 가입하자. 또한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보험료로 가입하되, 보험에 일단 가입했다면 끝까지 유지해서 보험금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래야 현명한 소비자이고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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