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에 이어 22일에도 DLF사태 제재심 개최
제재심서 문책경고 확정시 3년간 금융권 취업 제한
“하필 연임 앞두고”…경징계로 수위 낮추려 총력
문책경고 확정돼도 징계 효력 발생 시점 따라 연임 여부 갈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DLF사태와 관련해 경영진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리금융그룹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징계 수위와 징계 효력 발생 시점에 따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지주 회장 연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에서는 DLF사태에 대한 제재심이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돼 오후 9시까지 이어졌으며 제재 대상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이 직접 참석해 차례대로 변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26일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경영진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은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되는 ‘문책경고’를 통지받았다. 징계는 제재심을 거쳐 확정되며 2차 제재심은 22일 진행된다. 1차 제재심 때 하나은행 측의 변론이 길어졌던 터라 2차 제재심은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CEO 변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이번 제재심 결과에 따라 손태승 회장의 연임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손태승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지주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조직을 안정시키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등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때문에 올해에도 지주 출범서부터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으로 우리금융을 진두지휘한 손태승 회장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손태승 후보가 성공적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검증된 경영능력과 안정적인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두루 갖춘 점을 높게 평가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시현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로 판단해 만장일치로 이사회에 추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금감원이 중징계를 예고한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손태승 회장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양측의 상반된 선택을 두고 각 금융기관의 선택을 존중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징계 수위와 효력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점쳐보고 있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에서 DLF사태와 관련해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직접 제재심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징계 수위가 문책경고 이상이 확정되면 손태승 회장의 연임은 불투명해진다.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이 있는데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부터 금융권 취업이 3~5년 금지된다.

물론, 징계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있다. 제재를 받은 금융기관 및 임직원은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제기해 불복할 수 있다. 다만 불복절차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징계 효력은 유지된다. 징계 효력을 중단하기 위해 불복절차를 밟으면서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금융사 입장에선 금감원과 직접적으로 대치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우리금융 입장에선 가급적 징계 수위를 문책경고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의신청 등 불복절차를 진행해도 징계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며 “제재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 졌을 때 효력이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문책경고가 확실시 될 경우에는 징계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 중요해진다. 향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것일 뿐 남은 임기는 정상적으로 채울 수 있다는 허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되고 두 번째 임기가 시작만 되면 문책경고를 받더라도 손태승 회장은 2023년 3월까지 무리 없이 임기를 마칠 수 있다. 우리금융으로서는 제재심이 길어지고 최종 통보 시일이 늦춰질수록 다행인 셈이다.

최근 22일 이후 30일 추가적인 제재심이 진행되는 등 징계 논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위의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 CEO에 대한 제재 여부와 그 수위 등 논의되는 사안들이 가볍지 않은 만큼 징계 결과 도출까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 20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재심 결과가 이달 중에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면 30일에 제재심을 추가로 열겠다”고 말했다. 제재심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시사한 것이다.

더불어 제재심에서 징계가 확정돼도 은행에 해당 사실이 통보돼 징계가 효력을 발생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린다. 특히 경영진뿐 아니라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기관에 대한 징계까지 결정된 이후 은행에 최종 조치가 통보되므로 징계 효력 발생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징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섣불리 판단할 수가 없을 거 같다. 22일 이후에도 30일 제재심이 추가로 진행될 수도 있는 만큼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면서도 “제재심 결과 중징계가 나오더라도 대행체제 컨틴전시 플랜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태승 회장이 DLF 사태에 대해 수차례 신속배상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우리은행은 영업점을 통해 신속한 배상절차에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함영주 부회장 역시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향후 하나금융지주 회장 도전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경징계로 수위를 낮추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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