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 타계…자수성가형 사업가서 고초 겪은 말년까지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 타계…자수성가형 사업가서 고초 겪은 말년까지
  • 정진성 기자
  • 승인 2020.01.20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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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별세
‘껌’ 사업에서 시작해 대기업까지, 국내 재계 5위 기업으로 키워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최종현 등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 막내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롯데지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롯데지주

롯데그룹을 매출 83조원, 한국 재계 5위 기업으로 키워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9일 별세했다.

신 명예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가로 꼽힌다. 맨손으로 시작해 한국과 일본을 거치며 롯데를 제과·관광·유통·면세업 등 분야 대기업으로 키운 인물이다. 말년에는 평생 숙원이었던 국내 최고층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완공, 집무실 겸 거처로 옮겨 생활하기도 했다. 그는 1987년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일명 ‘왕자의 난’과 더불어 경영비리 혐의 등으로 순탄치만은 않았다.

◆ 껌 사업으로 재계 5위 대기업으로 성장, 지금의 롯데를 만든 신 명예회장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에서 5남 5녀의 첫째로 태어나, 일제강점기인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과 우유 배달 등으로 고학 생활을 했다. 1944년 선반용 기름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비누와 화장품, 껌 사업에 뛰어들어 1948년 롯데를 설립했다.

롯데는 껌 사업으로 시작해 재계 순위 5위로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 명예회장은 이후 1967년 한·일 수교를 기점으로 한국 투자 길을 따라 롯데제과를 처음 설립, 이후 관광과 유통, 화학 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지금의 롯데를 만들었다.

특히 신 명예회장은 ‘기업 보국’. 기업을 통해 국가에 기여한다는 가치를 따랐다. 그는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한다”며 관광산업에 대해 큰 무게를 뒀고, 이후 롯데호텔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관광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추후 신 명예회장은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관광산업 분야에서 최초로 금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에는 당시 2000만 달러의 사재를 출자하고 5억 달러의 외자를 도입하기도 했다.

1989년 7월 롯데월드 개관식. 사진=롯데그룹
1989년 7월 롯데월드 개관식. 사진=롯데지주

◆ 순탄치만은 않았던 말년, ‘왕자의 난’과 경영비리 혐의

지금의 롯데를 키워낸 신 명예회장이지만, 말년에는 그늘도 깊었다.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갈등, 이른바 ‘왕자의 난’은 신 명예회장에게 치명상으로 남았다.

‘왕자의 난’에서 신동빈 회장이 승기를 잡으면서 신 명예회장은 자신이 일군 롯데의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됐고, 결국 두 아들의 화해를 보지 못한 채 눈을 감게 됐다. 2017년 12월에는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4년 및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폐쇄적 경영에 대한 재계의 비판도 쏟아졌다. ‘유통·서비스업의 개척자’라는 평가와 동시에 보수적·폐쇄적인 ‘황제 경영’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잇따르는 것이다. 이른바 ‘손가락 경영’이라 불리는 신 명예회장의 경영 방식은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기업지배 구조와 함께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기업공개를 꺼리면서 대부분의 계열사의 비상장 상태를 유지했고, 일본 롯데 계열사는 한 곳도 상장하지 않았다. 현재 그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호텔롯데 또한 여전히 비상장 기업이다.

◆ 향년 99세로 별세… 막내리는 ‘창업 1세대’

서울 아산병원 장례시작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 명예회장 장례식. 사진=롯데지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시작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 명예회장 장례식. 사진=롯데지주

이처럼 말년에 고초를 겪은 신 명예회장은 2018년 이후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지난 18일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입원했다가,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년 9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신 명예회장의 타계로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많은 재계 거목들이 떠나갔다. 2018년 5월에는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타계했으며, 2019년 4월에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12월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잇따른 재계 거목들의 타계로 다른 1·2세대 기업인의 건강, 근황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경영을 이끌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4년 5월 이후 6년째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어, 현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활동 중이다. 또 다른 2세대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또한 83세의 고령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이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대외 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남아있는 1세대 경영인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으로 올해 82세의 고령이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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