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은 ‘흥행’ 중, 5명 중 1명 가입
6월 참전 예정인 저축은행 속내는 ‘복잡’
1·2금융권부터 핀테크까지 허물어지는 칸막이, 저축은행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축은행의 오픈뱅킹 참여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2금융권으로의 확대가 저축은행 업계에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제2 금융권의 오픈뱅킹 참여를 준비 중이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까지 참가 희망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오는 5월까지 참가접수를 받으며 이후 6월까지 업무규약 정비 및 전산개발을 완료해 제2 금융권 참가를 도모한다는 입장이다.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오는 6월부터 저축은행도 오픈뱅킹의 참가 기관이 된다.

지난해 10월 말 시범 서비스를 거쳐 12월 1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오픈뱅킹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가입자를 모으며 흥행 중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1197만명이 오픈뱅킹에 가입하고 2222만 계좌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인구수가 5179만명임을 감안하면 5명 중 1명은 오픈뱅킹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이 같은 흥행에도 오픈뱅킹 참여가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0년 올 한해 저축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밝지만은 않다”며 “각종 규제 도입 영향과 경기침체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오픈뱅킹 등 디지털 금융 경쟁 가속화로 저축은행의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부문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저축은행으로서는 디지털 경쟁 가속화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오픈뱅킹의 경우, 이미 참여 중인 업체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기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가 이를 위기로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8개의 제1금융권 은행들도 오픈뱅킹 시행 몇 개월 전부터 상당한 시간과 인력, 자원을 투입해 디지털 앱 개편 및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오픈뱅킹의 막이 올랐을 때에는 현금성 이벤트와 경품 제공, 고금리 상품 출시 등과 같은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고객을 유인했다. 고객에게 선택받는 앱이 되기 위해서다. 이렇듯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이 이들과 동등하게 경쟁해 고객에게 선택 받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오픈뱅킹이 저축은행 업계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으며 인지도 및 접근성을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고자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디지털화에 힘쓰는 중이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모바일 앱 사이다뱅크를 출범시키며 젊은 고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출시 5개월 만에 고객 20만명을 모은 사이다뱅크에 힘입어 SBI저축은행은 지난 16일 업계 최초로 거래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웰컴저축은행은 모바일 앱 웰컴디지털뱅크를 통해 일찍이 업계에서 디지털화를 주도했다. 또한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9월 업계의 SB톡톡플러스를 출시해 66개의 저축은행의 비대면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했다. 자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저축은행을 위해 통합 앱을 만들어낸 것이다.

당국도 연초부터 오픈뱅킹 및 비대면 거래 확대에 따라 관련 제도 등을 개선해주면서 소비자들의 편의성 및 안전성을 높였다. 이에 따라 비대면으로 2개 이상 저축은행에서 정기예금을 연달아 가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최초 정기예금 가입 후 20일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또한 각종 서류 제출을 비대면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했으며 모바일뱅킹에서 저축은행 송금 시 이체 상대방으로 표시되는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단일화하는 등 비대면 거래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렇듯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 비대면 서비스에 오픈뱅킹이 접목되면 고객 인지도 및 유입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업계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저축은행 계좌를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고 일반 은행과 타겟 고객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픈뱅킹으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히려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하는 일반 은행 앱을 통해 저축은행 업무까지 처리함으로써 저축은행의 앱이 외면받을 수도 있다.

아울러 업계 내에서 SB톡톡플러스가 오픈뱅킹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저축은행이 12개밖에 되지 않아 오픈뱅킹을 도입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중 자체적인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은행이 얼마 없는데 지금 오픈뱅킹을 도입한다 한들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또한 저축은행 업계 내에서는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고 있는 SB톡톡플러스가 오픈뱅킹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오픈뱅킹의 필요성에도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오픈뱅킹이 저축은행에 위기가 될 수도, 혹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기회일 수도 있다”면서도 “아직 내부적으로 오픈뱅킹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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