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중 반도체 부문에서 시장 추정치 상회
반도체 불황 터널 벗어났다는 분석 다수
글로벌 반도체 시장도 호황, 실적 반등 여지 충분

삼성전자 딜라이트 홍보관.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이익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직전 분기인 3분기 3조500억원까지 곤두박질쳤던 것을 감안해, 4분기 역시 하향세를 기록하거나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통적으로 4분기는 비수기였던 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난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시장 추정치 평균인 3조600억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반도체 부문에서 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 이수빈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3조5500억원으로 전기 대비 17% 증가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서버 고객사의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D램 수요 증가가 이어졌고, 낸드 가격 상승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비메모리 부문 영업이익도 45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38% 증가하면서 견조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27조7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52.9% 급감해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실적이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올해는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또한 종전 7조10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으로 상향조정 됐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또한 지난해 27조7000억원 대비 약 42% 증가한 39조255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급락했던 반도체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낸드 플래시 가격의 회복세가 완연한데, 지난해 6월 3.93달러(한화 약 4554원)로 바닥까지 내려왔던 범용제품 ‘128Gb 16Gx8 MLC’ 가격은 지난달 4.42달러(한화 약 5121원)까지 급등했다.

업계에서도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최근 투자를 재개한 구글, 아마존 등 데이터센터 업체와 PC 제조사들도 메모리반도체 주문을 늘리고 있는 데다가, 본격적으로 5G 시장 확대에 따른 주문도 급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적 상승 기대감에는 시장 수요의 증가 예상에 따른 것도 있으나, 삼성전자의 선행투자로 기술력이 본 궤도에 올라왔다는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7나노에 이어 6나노 제품도 지난해 양산에 들어갔고, 5나노 공정 개발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화성사업장을 찾아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공정기술을 보고 받기도 했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이러한 내적 기술력 성장과 더불어 외부 상황도 긍정적이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美 화학사 듀폰이 한국에 대한 ‘EUV용 포토레지스트’ 투자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포토레지스트는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한 반도체 핵심 3소재 중 하나로, 듀폰은 관련 설비 구축을 위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충남 천안 생산공장에 총 2800만달러(한화 약 32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추진하는 미래 반도체 전략에 있어 일본의 수출 규제 리스크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의 의존도가 약 93%로, 사실상 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내 주요 업체들이 미국·유럽 등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 매우 의미가 크다.

긍정적인 대내외 상황에 힘입어 지난 13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2018년 5월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6만원을 돌파했다. 17일 기준으로는 11시경 6만2000원 선을 돌파했고, 현재(17일 14시경) 주가는 6만1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대만의 반도체 칩 제조업체인 TSMC는 올해 5G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16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도 마이크론, 인텔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시장 성장과 전망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관련 종목도 향후 전망이 밝은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개선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업계 3위인 글로벌파운드리가 12나노미터(nm) 공정에 머무르면서 현재 10nm 이하 선단 공정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1위인 TSMC와 2위 삼성전자뿐”이라며, “향후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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