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등급분류 받아야만 한국어로 게임 서비스 가능
같은 게임이라도 플랫폼 다르면 별도 심의받아야
관련 업계 “중복 심의료 폐지되면 그나마 숨통 트일 것”
플랫폼별 신분 차등 및 장르별 심의 수수료 차등은 여전
게임위 “아직 과도기…업계 대화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게임을 국내에서 한글로 서비스하려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같은 내용의 게임이라고 해도 PC버전과 모바일버전, 콘솔버전 등 플랫폼별 심의를 따로 받아야만 한다. 특히 심의 수수료는 플랫폼별로 내는 것 외에도 장르별 차등까지 있어 일각에서 심의 수수료가 게임을 유통하는 중소기업들에게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별 게임물 중복 심의 수수료를 폐지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규정 일부개정안’이 지난 16일 관보에 게재됐고, 22일이나 23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전부터 게임위의 등급분류 심의 수수료가 비싸다며 인디개발사·스타트업들의 게임 출시를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3월에는 청소년 등이 창작한 게임물에 ‘미등급 게임 유통 관련 시정권고’ 조치를 했다가 자작 플래시게임 같은 비영리 게임도 수십만원을 심의료로 내고 등급분류를 받아야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냐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위는 지난해 9월 비영리 게임에 대한 등급 심의 면제 조치를 내놨다.

최근 수년 동안에는 한국어로 서비스하지 않으면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주목해 인디 개발사나 소규모 개발사를 중심으로 해외 플랫폼에 한글화를 제거한 버전을 게재하고 서비스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들뿐 아니라 해외에서 개발된 게임을 국내로 유통하는 유통사들 역시 심의 수수료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사들은 매달 여러 건의 게임을 출시하는 곳이 아니다. 1년에 손에 꼽는 수의 게임을 출시한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11월 출시한 ‘리니지2M’이 2년 반 만에 나온 신작이었다. 심의 수수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은 주로 한 달에 서너 개의 게임을 출시하는 콘솔게임 유통사들이다.

콘솔게임을 유통하는 회사들은 주로 해외에서 개발된 게임을 국내로 유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의를 받는 게임의 특징에 따라 수수료가 다르게 발생한다. 게임위의 심의 수수료는 ▲아케이드 게임인지 ▲어떤 플랫폼인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지 ▲어떤 장르인지 ▲한글 빌드(한글화된 테스트 버전)가 제공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게임위 홈페이지의 모의 수수료계산에 따르면 한국어 버전이 있는 콘솔 온라인 RPG는 심의 수수료로 192만원이 든다. 콘솔 온라인 RPG를 비한글화 빌드로 제공할 경우에는 288만원이다. 장르별로도 차등이 있다. 한글화된 콘솔 온라인 액션게임은 96만원이다. 추가로 등급분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경우 수수료의 75%가 가산된다.

콘솔게임을 출시하는 기업들은 월평균 3개 이상의 게임물을 출시한다. PS4 플랫폼 사업자이자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게임을 제외하면 자체등급분류를 진행할 수 있지만, 다른 유통사들은 그렇지 않다. 또 이들이 출시하는 게임은 단독 플랫폼이 아니라 대부분 PC, PS4, Xbox,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버전으로 나온다.

1월 셋째주에만 ▲용과같이7: 빛과 어둠의 행방 ▲삼국지14 ▲드래곤볼 Z 카카로트 등 볼륨이 큰 게임들이 연달아 나왔다. 용과같이7은 PS4 버전만 나왔지만 삼국지14는 PS4, PC 버전 등 2종의 플랫폼으로 출시됐고, 드래곤볼 Z 카카로트는 PC, PS4, Xbox One 등 플랫폼 3종으로 나왔다. 아직 플랫폼별 중복 심의 수수료가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 전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중복 심의료를 냈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별 중복 심의 수수료가 1월 4주차에 폐지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중복 심의료 폐지를 담은 개정안에 여전히 불합리한 점들이 많다는 비판이 많다. 먼저 최근 게임들이 장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졌는데, 액션에 중점을 둔 액션 RPG를 액션 장르가 아닌 RPG로 심의받는 경우 수수료가 2배로 늘어난다.

이뿐만 아니라 게임위의 등급분류효력이 유지되는 기준에도 신분제처럼 플랫폼별로 제한이 있다. 게임위 등급분류 규정 일부개정안 별표6 등급분류효력 유지기준에 따르면 PC용으로 심의를 받은 것은 콘솔, 모바일, 기타 게임물에 적용할 수 있다. 콘솔로 심의를 받으면 모바일, 기타 게임물에, 모바일로 받으면 기타 게임물에 적용된다.

PC>콘솔>모바일>기타 게임물 순으로 신분 차등이 있는 셈이다. 펄어비스가 지난해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에서 PC와 콘솔 우선으로 개발하겠다며 발표한 신작 4종도 콘솔 플랫폼으로 먼저 출시된다면 PC 버전을 서비스하기 전에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매달 게임당 수백만원 이상이 심의 수수료로 나가는 상황에 플랫폼별 중복 심의 수수료가 없어지면 조금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같은 게임인데 플랫폼별로 신분 차등을 나누는 것이 의미 있는지 모르겠다. 장르별 심의료도 없앤다고는 하는데 한참 뒤의 이야기일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등급분류 규정 일부개정안은 2019년 12월까지 1차 의견수렴을 한 것으로 2020년에 시범적으로 적용해보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하자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플랫폼별 등급분류 유지효력은 시장 규모나 용량, 네트워크 부분 등 복합적인 부분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과도기적인 측면이 있는데, 업계와 많은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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