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주가부양 총력…“‘KB’는 소각 vs ‘우리’는 매입”
금융지주, 주가부양 총력…“‘KB’는 소각 vs ‘우리’는 매입”
  • 임정희 기자
  • 승인 2020.01.20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금융,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 자사주 ‘230만주’ 소각
“주주에게 이익 돌려주는 공정한 방법”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자사주 최多 보유…총 ‘6만8127주’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 의지 내비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호실적에도 금융지주사들이 주가부진을 면치 못하자 이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자사주를 소각한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연초부터 손태승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 순이익은 ▲신한 2조8960억원 ▲KB 2조7771억원 ▲하나 2조404억원 ▲우리 1조6657억원 등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국의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 장기화로 인한 수익성 하락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한해였지만 이를 잘 방어하며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견조한 성과에도 주가는 대체로 하향곡선을 그렸고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입이나 해외 IR 등을 펼치는 등 주가부양의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1년간 KB금융지주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 증권 페이지 캡처

◆ KB금융, 자사주 소각 효과는?

KB금융은 지난해 12월 12일 230만3617주를 소각했다. 이는 약 1000억원에 이르는 규모이며 총발행주식수의 0.55%에 해당한다. KB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2848만주 중에서는 약 8.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규모다.

KB금융의 자사주 소각이 눈에 띄는 것은 은행 지주회사 최초이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저금리와 저성장 영업환경에서 은행 성장성 한계 및 수익성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 우려가 큰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각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글로벌 금융회사보다 저평가받고 있는 요인을 해소함으로써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도 기대되고 있다.

통상 주가 관리 측면에서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한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유인할 수 있다. 또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총 발행주식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KB금융이 자사주를 소각한 효과는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9조9587억원을 돌파하며 4대 금융지주사 중 시총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에 1위를 뺏겼으나 자사주 소각 이후 해가 바뀌자 1위를 탈환한 것이다. 신한금융 시총은 지난 16일 기준 19조5844억원이다.

주가도 지난해 8월 16일 3만7750원으로 최저를 찍은 이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5만800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 8일 4만6100원까지 내려갔으나 반등하면서 지난 16일 종가 기준 4만8000원까지 올랐다. 주가 역시 4대 금융지주 중 제일 높다.

KB금융의 자사주 소각은 지난 9일 개최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포럼 측은 국내 자사주 매입은 일부 주주를 위해 악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주식이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자사주 소각은 주주에게 이익을 공정하게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진 상장폐지나 계열사 간 합병 등을 위한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KB금융지주의 자사주 소각은 이런 시장의 오해를 없애고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상장 이후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 증권 페이지 캡처

◆ 주가 ‘하락’에 고민 깊은 우리금융 “올해는 회복해야 하는데”

손 회장은 지난 2일 올해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 이미 지난해에도 5차례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손 회장은 이번 매입으로 총 6만8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약 7억2555만원으로 지난해 손 회장 연봉 8억4400만원과 맞먹는 규모다.

손 회장은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에 힘쓰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1만2000주 ▲윤종규 KB금융 회장 2만1000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5만8000주 등, 타 금융지주 회장들과 비교했을 때도, 손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 수가 가장 많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 회장은 ‘고객 신뢰와 혁신을 통한 1등 종합금융그룹 달성’을 올해 그룹 목표로 설정했다”며 “새해 첫 거래일에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이러한 목표 달성 과정에서 주주가치 역시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에도 우리금융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14일 1만600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에도 지난 10일 우리금융 주가는 1만350원까지 떨어지며 최저를 찍었다. 1년 동안 1만6000원에서 1만350원까지 35.3%가 하락한 것이다. 시총도 지난 16일 기준 7조6921억원으로 하나금융지주(10조6135억원)와도 크게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주가 상승 요인이 많이 산재해 있었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국제자산 신탁을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또 손자회사의 자회사화 추진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취득한 우리금융 주식 5.8%(4200만3377주)을 대만의 푸본금융그룹 및 글로벌 장기투자자 등에 매각하며 오버행 이슈를 불식시켰고 활발한 해외 IR 등으로 외인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성과에도 주가가 저평가된 데에는 DLF 사태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8월 DLF사태가 불거지자 우리금융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우리금융은 DLF사태로 이미지와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 금융감독원에서 경영진 차원의 제재가 논의되고 있어 손 회장의 연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펀드 환매 중지 사태 등이 금융지주사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올해는 반등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 적용이 예고돼있어 증권사 및 보험사와 같은 대형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지주체제를 공고히 하고 비은행 부문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손 회장의 활발한 자사주 매입과 같은 경영진 차원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해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4일 리서치 자료를 통해 우리금융과 KB금융을 최섡호주로 제시했다. 박해진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상장한 이래 금융지주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 이익체력도 상당히 개선된 모습을 보였는데 주가는 2019년 내내 소외됐다”고 밝혔다. 이어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중 최고의 자본비율을 보유한 회사로 주주환원과 M&A를 병행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며 “양사 모두 2020년에도 추가적 M&A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증익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