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돌고 돌아 세상은 게임으로 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돌고 돌아 세상은 게임으로 온다”
  • 변인호 기자
  • 승인 2020.01.16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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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대 한국게임학회, 게임 인식 개선 및 생태계 복구 위해 노력
위 학회장 “양극화 심한 한국 게임산업 지원방안 고민해야”
“판호 문제 해결 못 하면 문체부·외교부 공동 책임져야” 비판
“한한령 해제 때 게임 빠지면 삭발 농성도 불사”
공정위 확률형 아이템 가이드라인은 옳지 않다 지적도
한국게임학회가 16일 서울 중앙대학교에서 위정현 제10대 한국게임학회장 취임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변인호 기자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 사진=변인호 기자

“중국 한한령 해제 협상 목록에 게임이 들어가지 못하면 기약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교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게임이 빠지면 외교부에서 삭발하고 플래카드 농성이라도 하겠다.”

한국게임학회는 16일 서울 중앙대학교에서 제10대 한국게임학회장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제10대 한국게임학회장을 연임하게 된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활동을 돌아보고 2020년 게임업계가 직면한 이슈에 관해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관련 주무부처에는 날이 선 발언을 쏟아냈다.

제10대 한국게임학회는 ▲학문적 역량 강화 ▲사회적 공헌 ▲산업적 공헌 ▲정부와의 협력 및 정책 대안 제시 등의 활동을 할 방침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로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게임산업 생태계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위정현 학회장은 “지난해 질병코드에 맞서기 위해 공세적으로 전국적·조직적으로, 게임 관련된 학회나 협회뿐 아니라 공대위에서 90개가 넘는 단체가 결집했는데, 게임에 우호적인 단체들과 손잡고 규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게임업계·학회가 가진 문제 중 하나가 이슈가 터지면 모였다가 이슈가 사라지면 흩어지고, 두들겨 맞으면 모이는 등 수세적으로 대응해왔는데, 공대위 활동을 지속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 학회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게임 이슈가 빠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위 학회장은 “CES에서 4차 산업혁명 핫이슈가 많이 나왔는데, 자율주행차·전기차·폴더블 디바이스 같은 플랫폼은 결국 게임”이라며 “돌고 돌아 세상은 게임으로 오게 돼 있다. 학회 산하 게임관련학과 협의회 및 게임물관리위원회 소속 미디어경영학회, 애니메이션학회, 영화학회 등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위 학회장에 따르면 게임관련학과 협의회는 50개 이상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공대위 소속 학회 역시 전국에 걸쳐 있어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위 학회장은 게임산업의 판을 뒤집을 가능성을 가진 중소개발사가 사라진 게임산업 양극화 상황도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제2, 제3의 ‘배틀그라운드’나 ‘검은사막’이 나와야 하지만 가능성이 작아 안타깝다”며 “학회 학술대회나 연구 작업을 통해 중소개발사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위 학회장은 판호 문제에 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판호는 중국에서 개발하지 않은 게임이 중국에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허가권이다. 위 학회장에 따르면 한국게임학회는 앞서 판호 문제에 관해 한국 외교부에 공문을 4번 보냈지만, 외교부에서 반응이 없어 규탄 성명을 낸 바 있다.

위 학회장은 “다행히 외교부에서 성명 발표 후 문제를 인식한다는 답을 보내 만났고, 외교부에서 충분히 판호 문제와 저작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는 대답을 구두로 들어서 지켜보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왔을 때 한한령을 해제하는 과정에 게임이 들어가지 못하면 기약이 없다고 생각해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3, 4월에 게임이 (판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올해 비전이 없다. 중국은 내부에서 게임규제정책을 하고 있고, 정부 자체가 게임에 우호적이지 않은데,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남들이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4월을 기점으로 게임이 한한령 해제하는 데 들어가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판호는 나와야 한다.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문체부와 외교부가 판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과거 문체부는 2년간 도종환 장관 시절 판호 문제를 방치해온 원죄가 있다.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의지가 있다고 이야기했고, 강경화 장관도 인지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 방한 때 결과로 보이길 강력히 요구한다”며 “한한령 해제 때 게임이 빠지면 외교부에서 삭발하고 플래카드 농성이라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위 학회장은 3년 동안 외교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대일강경책을 이야기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게임산업에는 대일정책의 10%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위 학회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에 관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다른 이슈가 없었으면 확률형 아이템이 문제가 될 뻔했는데 외부적 요인 때문에 넘어갔다. 총선 이후 다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확률형 아이템에는 게임산업에 우호적인 분들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위 학회장에 따르면 한국게임학회는 나름대로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에 관해 학회에 질의가 많이 오고 있지만, 어느 선이 한도인가에 관해 지금은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하지 않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같은 게임들을 알고 있는데, 어느 수위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해 지난해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을 중심으로 일정 노력이 있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에 관해 민간에서 확률을 공개하고 자율규제에 맞춰 국내 게임사들이 준수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오히려 메이저 퍼블리셔와 중소개발사 간 불공정 거래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확률형 아이템 가이드라인은 뽑기 확률 공개·비공개에 관한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비공개 이슈와 확률이 높다·낮다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는 ‘확률이 너무 낮다’는 쪽으로 비판이 쏠리고 있다. 다만 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이 높고 낮은 것을 떠나 랜덤박스 속의 랜덤박스로 불리는 ‘컴플리트 가챠’는 금지해야 한다고 봤다. 컴플리트 가챠는 무작위 나오는 결과물 안에 더 좋은 결과물을 또 무작위로 얻게 하는 상품을 넣는 방식을 뜻한다. 컴플리트 가챠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사회적으로 논란이 생겼던 일본에서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등 정부와 협력해야 하는 부분에 관해서도 위 학회장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법이나 게임 관련 정책에 학회 차원에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위 학회장은 “게임법은 진흥으로 가는 것이 맞다. 미래 게임이 변하는 융합적 성격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VR·AR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걸맞은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집행과 기획 과정 둘 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국게임학회는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글로벌 연구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위 학회장은 “게임질병코드 문제에서 뼈아프게 느낀 한계가 실제로 우리가 쓸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며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적극 협력해 글로벌적인 연구를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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