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창출, 고객 소통, 사내 혁신 등 다양한 신년사 발표한 각 그룹 총수들
2020년 각 기업이 어떤 경영 전략 펼칠지 주목

정부신년인사회 참석한 기업대표들, (우측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새해가 시작하면 국내 기업의 총수들의 신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곤 한다. 그 행보와 함께 하는 신년사에서는 그 해의 비전과 사업방향 등을 짐작케 하는 대목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또한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의 행보가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총수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2020년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 ‘현장 소통’ 선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역점’

정부신년인사회에서 인사 나누는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신년사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신했다. 2일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진행된 시무식에서 김기남 부회장은 2020년을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실현하는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 전했는데,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아 ‘현장 소통’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는 김기남 부회장의 신년사와도 맞물리는 것으로, 2020년의 삼성은 ‘미래’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찾았던 화성사업장은 3나노 공정기술에 주력하는 곳으로, 차세대 기술인 ‘GAA(Gate-All-Around)’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3나노 반도체는 최근 공정 개발을 완료한 5나노 제품에 비해 칩 면적을 약 35% 이상 줄일 수 있으며,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약 30%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현장 행보’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임직원과 공유, 목표 달성 의지를 다지기 위함인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1위인 대만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다소 격차가 벌어진 바 있다.

또한 ‘CES 2020’에서 삼성은 AI·5G 기반 미래 기술들을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QLED 8K TV부터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 ‘볼리’까지. 개인-홈-도시로 확장되는 최신 기술들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 ‘온라인 소통’ 선보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그룹 체질 새롭게 한다

온라인으로 신년사를 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파격적인 소통 방식을 택했다. 바로 온라인 소통을 선보인 것인데, 올해부터 시무식을 폐지하고 신년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은 만큼, 소통에서도 ‘젊은 방식’을 택하겠다는 의도다.

2일 오전에는 구광모 회장의 신년사를 담은 영상 ‘LG 2020 새해 편지(LG 2020 NEW YEAR’S LETTER)’가 LG 임직원 전체에 전달됐다. 구광모 회장은 영상을 통해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한 LG만의 생각과 행동을 다듬고 발전시켜가야 한다”며, “고객들의 말씀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올 한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러한 구광모 회장의 파격은 일찍이 조직 내부의 ‘변화’에서부터 예견됐다. 앞서 임원 인사에서 LG그룹은 다수의 여성 임원과 30·40대 임원을 선임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를 통해 보수적인 경영방식을 타파하고 과감한 투자, 인재영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그룹 체질을 새롭게 바꿔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구광모 회장은 AI, 빅데이터, 로봇, 5G 등 미래 먹거리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 개편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구광모 회장은 조직 내 변화와 함께 ‘고객 가치’를 올해 중요 포인트로 잡았다. 고객만족 경영으로 기업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광모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20차례가 넘게 언급했다.

◆ 행복과 딥체인지를 구성원 모두와 함께... ‘대담 형식’ 취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SK그룹 신년회.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담 형식’의 신년회를 진행했다. 자신이 직접 나서 신년사를 전하는 대신, 다양한 구성원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식이었다.

2일 진행된 신년회는 최태원 회장의 별도 신년사 없이 다양한 이해관계자 인터뷰, 특별 초청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을 포함한 구성원들간 대담 등으로 꾸며졌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행사에 참석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은 이날 행사에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모습이었다.

SK 측은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도입한 이유에는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를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지금까지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무게를 두며 구성원의 행복실현은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의사결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행보를 통해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별 행복전략 방향성과 추진성과 등을 점검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신년회 방식은 최태원 회장 본인의 이혼소송 사실과 함께 SK 지배구조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이슈에 초연한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무게를 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부터 ‘자율 복장’이라는 조직 문화를 도입한 현대차그룹은 기존의 명칭이었던 시무식 또한 신년회로 바꿨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추구하는 ‘자율성 경영방침’의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다.

신년회에서 던진 메시지는 도전적이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여러분은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한분한분 모두가 ‘스타트업 창업가’와 같은 마인드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명확한 사업 계획도 밝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분야에서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매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5년간 집행한다”고 말했다.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 13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종, 전기차 23종, 수소전기차 2종 등 총 44개 차종으로 전동화 차량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분야와 관련해서는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주행 분야는 앱티브사와의 미국 합작법인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혁신적인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 밝혔다.

‘CES 2020’ 전날인 6일 진행된 ‘현대차 미디어데이’에서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2028년 국내와 해외에서 상용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도심항공모빌리티는 ‘개인용 비행체(PAV· Private Air Vehicle)’를 기반으로 하늘을 새로운 이동 통로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이러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토대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구상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