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발표한 2019년 넷플릭스 필리핀 회원들이 사랑한 시리즈 순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국가별로 사랑받은 작품 리스트 중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등의 리스트 내 상위권에 한국 콘텐츠가 안착했다고 8일 밝혔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상위권에 포진한 K-콘텐츠는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사랑의 불시착 ▲호텔 델루나 등이었다.

넷플릭스는 한류 콘텐츠가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해외 반응은 한국 콘텐츠가 ‘기묘한 이야기3’,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등 전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은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현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한류 관련 콘텐츠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8% 늘어난 44억2500만달러(한화 약 5조2551억원)였다. BTS가 선봉에 선 K팝, ‘기생충’ 신드롬을 일으킨 한국 영화, 한류 현상의 시작에 있었던 전통의 강자 한류 드라마가 삼두(三頭)마차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류 콘텐츠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한 곳이지만, 2016년 7월 이후 시행된 한한령으로 얼어붙은 중국 시장을 뚫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런 상황에서 해외 넷플릭스 팬들의 한류 콘텐츠 사랑은 한국 창작자가 한국어로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를 전 세계라는 더 큰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음악과 달리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영상 콘텐츠는 현지화가 매우 중요하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사용 인구가 많은 언어로 자막이나 더빙을 제작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다른 모국어를 가진 시청자는 장벽을 느낄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한류 콘텐츠 특유의 섬세한 표현과 스토리텔링을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제공하는 것은 마치 설렁탕을 대접하면서 숟가락은 빼놓으며 알아서 즐기라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 제작사와 창작자들이 넷플릭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 중 하나가 이러한 현지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에 따라 지원 언어의 수가 다르지만, 넷플릭스는 최대 30개 언어로 자막과 더빙을 제공한다. 아울러, 넷플릭스 서비스상에서 작품을 알리는 포스터 역할을 담당하는 키아트 역시 각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한다.

넷플릭스는 배급 역시 문제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한날한시에 전 세계로 동시 스트리밍된다. 한국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작품들 역시 시차를 두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간다. 제작사가 매번 국가별로 배급망을 구축하고, 방영 채널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렸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에 연사로 참여한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CEO는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남미 등에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스크린에 더 다양한 문화가 반영되고 국가 간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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