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바른 금융] 오픈뱅킹에 ‘스텔스통장’ 찾는 ‘웃픈’ 사정
[All 바른 금융] 오픈뱅킹에 ‘스텔스통장’ 찾는 ‘웃픈’ 사정
  • 임정희 기자
  • 승인 2020.01.08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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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숨기는 스텔스(Stealth)계좌, 비상금 통장으로 주목
애초 목적은 ‘금융사고 방지’지만 오픈뱅킹으로 뜻밖의 관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픈뱅킹으로 하나의 은행 앱에서 모든 은행 계좌 조회가 가능해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된 가운데 뜻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바로 남몰래 비상금을 관리하던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모든 은행 계좌 잔액과 입출금 내역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오픈뱅킹에 울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픈뱅킹 괜히 해봤다가 배우자에게 비상금만 걸렸다”는 웃지 못할 사연들도 올라오고 있다.

이에 비상금을 감추기 위한 방법들이 제안되고 있는데 그중 온라인에서 존재를 숨길 수 있는 ‘스텔스통장’이 관심을 받고 있다.

◆ 오픈뱅킹이 불편한 사람들 “스텔스통장이 뭐죠?”

‘스텔스(Stealth)’ 하면 연상되는 것은 바로 레이저 탐지도 피해 가는 스텔스 전투기다. 스텔스는 레이저와 적외선 탐지기, 음향 탐지기 등 각종 탐지기능으로 존재를 은폐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개념이 접목된 스텔스통장은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금융 거래 및 거내래역 조회를 제한하도록 해 존재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계좌를 이른다.

당초 스텔스통장은 보이스피싱 등과 같은 금융사고를 방지하고자 2007년 ‘보안계좌 서비스’로 출시됐다. 금융감독원이 소개하는 ‘금융꿀팁 200선’에도 보안계좌 서비스가 소개됐는데, 금감원은 인터넷뱅킹 등을 통한 금융사고가 불안할 경우 인터넷뱅킹 등에서 거래를 제한하는 보안계좌 서비스를 신청하면 은행창구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안계좌를 등록한 경우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와 계좌이동서비스(페이인포)에서 조회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유의할 점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스텔스통장이 활용되고 있다. 바로 비상금 및 비자금 통장이다. 계좌 조회와 금융거래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비상금 통장으로써는 장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특히 본인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공인인증서를 보유하고 있어도 들킬 염려가 없다.

스텔스통장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10월 말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픈뱅킹에 계좌통합관리서비스가 접목되면서 금융거래 편의성과 투명성이 대폭 높아지는 바람에 비상금을 숨기기 어려워진 탓이다. 금융 혁신을 추구하는 측면에서는 ‘오픈’이 대세지만 배우자 몰래 비상금을 모으고 있는 소비자들은 불편하기 없는 스텔스통장을 찾는다.

배우자 중 남편들만 스텔스통장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017년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전자금융거래제한 계좌 현황’에 따르면 스텔스통장을 이용하는 여성 비율이 46%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만의 비상금 통장을 보유하려는 니즈는 남녀 모두 비슷한 셈이다.

물론 스텔스통장 외에도 오픈뱅킹을 피해 비상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제2 금융권에서 통장을 개설하거나 페이 서비스에 돈을 충전해둘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제2 금융권 역시 오픈뱅킹에 참여하는 것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페이서비스의 충전금은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 예·적금부터 펀드, 신탁까지 다 되는 스텔스통장

엄밀히 말하자면 스텔스통장은 별도의 금융상품은 아니다. 본인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은행 계좌를 보안계좌로 등록하면 스텔스통장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각 은행마다 부르는 이름과 서비스가 조금씩 다르다.

신한은행은 ‘보안계좌 서비스’, KB국민은행은 ‘전자금융거래 제한 계좌 서비스’, KEB하나은해은 ‘세이프어카운트 서비스’, 우리은행은 ‘시크릿뱅킹 서비스’, IBK기업은행은 ‘계좌 안심서비스’, NH농협은행은 ‘나만의 계좌 서비스’ 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은 계좌관리 지점 한 곳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해볼 수 있고 하나은행 같은 경우 영업점에서 본인뿐 아니라 지점장 승인까지 받아야 조회가 가능하다. 신청은 지점에 방문해서 전자거래를 제한해달라고 요청하면 등록이 가능하며 인터넷으로도 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손쉽게 스텔스통장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보통 해지는 직접 지점을 방문해야 가능하다.

스텔스통장으로 등록할 수 있는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입출금 계좌뿐 아니라 예·적금, 펀드, 신탁, 외화예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스텔스통장으로 이용해볼 수 있다. 다만 지점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므로 급한 일은 미리미리 처리해두는 것이 좋으며 스텔스통장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본인밖에 모르는 통장이기 때문에 깜빡하면 애써 모아둔 비상금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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