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석 기준 전체 125개 국제선 운항 노선 중 64개 노선 보너스 마일리지 인하
49개 노선은 인상, 12개 노선은 변함 없음... 불만은 장거리 노선에서
종전 편도 6만2500 마일리지가 필요했던 ‘인천-뉴욕’ 구간, 이제는 9만 마일리지 필요해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의 전쟁과 더불어 최근에는 개편한 마일리지 제도로 인해 고객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해외 항공사 트렌드 등을 반영한 개편이라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조치를 하기 위한 인원 모집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13일 발표한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은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꾼 것이 골자다. 현금·카드 결제와 함께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복합결제가 가능해졌지만, 일반석은 마일리지가 예전보다 적게 쌓이고 중·장거리 노선을 살 때 필요한 마일리지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국내선 1개와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4개 국제선 지역별로 마일리지를 공제해왔다. 개편안이 적용되는 2021년 4월부터는 운항 거리에 비례해 세분화할 방침이다.

세분화 기준은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나뉘었다. 이에 따라 일반석 기준으로 전체 125개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 노선 중 64개 노선의 보너스 마일리지가 인하되고, 49개 노선이 인상된다. 12개 노선은 개편 전과 동일하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장거리 노선에서 불거졌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고 마일리지 주요 사용처로 꼽히는 유럽·미주 등에 대한 공제 마일리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발표한 개편 공제표.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게다가 공제표를 확인해보면 일등석과 프레스티지 등 상대적으로 고가인 항공권은 동결 혹은 적립률이 인상됐으나, 일반석은 등급에 따라 적립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반석으로 보자면 마일리지 적립률은 기존 70~100%에서 25~100%로 줄어들고, 이동 거리만큼 100%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좌석 등급도 기존 9개에서 6개로 축소됐다. 특가항공권의 경우는 사실상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번 개편으로 인해 개편 전에는 ‘인천-뉴욕’ 구간의 프레스티지석을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입하려면 편도 6만2500마일이 필요했지만, 개편 이후에는 9만마일이 필요해진다. 같은 구간을 일등석으로 구입하기 위해서는 13만5000마일이 필요하다.

성수기에는 평수기 공제 마일에서 50% 할증도 붙는다. 기존 공제표를 기준으로 보너스 항공권 구입 계획을 세워 온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우수회원 제도 변경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존에는 5만마일(모닝캄)·50만마일(모닝캄 프리미엄)·100만마일(밀리언마일러)을 채우면 평생 우수회원 자격을 얻었으나, 개편 이후에는 매년 우수회원 자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공동운항 항공기 미인정 등의 조건까지 붙었다.

항공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관련된 신용카드로 바꿨는데 바꾸자마자 대폭 공제표가 변경됐다”, “있는 사람은 더 채울 수 있지만, 일반석을 주로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비싸더라도 마일리지를 보고 대한항공을 이용했는데 실망이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제외하고서라도 허공으로 버려지는 항공사 마일리지가 어마어마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이제는 더 적게 쌓이고 더 많이 소비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소비자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화난사람들’에서 진행 중인 대한항공 공정위 고발. 사진=화난사람들 홈페이지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을 무효로 해달라”라는 공정위 고발도 이어질 예정이다. 법무법인 태림은 지난 2일부터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참여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7일 11시 기준)까지 참여 인원은 610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고객들이 가장 많이 화가 나는 점은 오랜 기간 자신의 노력으로 쌓은 경제적 이익(마일리지)을 항공사가 당사자의 어떤 동의도 없이 임의로 변경하여 이익을 취하면서, 고객에게는 일방적으로 그 손해를 전가한다는 것이다”라며, “우리는 그동안 신용카드를 개설하고 사용할 때에도 마일리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행동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은 대한항공의 일방적인 마일리지 정책 변경으로 더 이상 쓸모없는 것이 돼버렸다”라고 토로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앞서 성명을 내고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대책은 소비자들의 권리보장이 아닌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국제 기준에 맞춰 진행했고, 단거리 노선의 공제 마일리지는 내려가 더 많은 고객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재 대한항공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까지 진행 중이다. 최근 조 회장 측이 조 전 부사장의 요구사항에 대해 조만간 만나 협의하자는 제안을 해 화해 조짐이 보였으나,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요구사항이 경영 복귀 및 상속세를 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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