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3일 윤종원 전 수석 기업은행장으로 임명
기업은행 노조, 관료출신 인사에 “함량 미달 낙하산” 비판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 투쟁에 발길 돌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3일 노조의 출근길 저지에 발길을 돌렸다. 사진=연합뉴스

IBK기업은행이 행장 선임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내부출신 인사로 지난 관치금융 논란을 끊어냈던 기업은행에 10년 만에 관료 출신 인사가 행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3일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제26대 은행장으로 취임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김도진 전 행장이 퇴임하고 임상현 수석부행장의 직무대행체제에 돌입한 지 일주일 만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등의 요직을 맡은 경제관료 출신이다. 청와대는 윤 행장이 포용적 성장과 사람중심 경제, 혁신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중소기업을 육성·지원하는 기업은행장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다만 윤 행장은 은행 관련 업무 경험은 전무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은 금융과 중소기업 분야에 풍부한 정책경험이 있고 IMF와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는 등 글로벌 감각과 네트워크까지 갖춘 뛰어난 경제·금융 전문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윤 행장의 임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3일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 반대’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 결국 윤 행장은 기업은행 본점에 출근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업무보고를 받아야 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과 청와대의 검증을 거쳐 대통령 임명으로 이뤄진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역시 대통령 임명으로 행장이 정해진다. 이에 그동안 금융노조는 윤 행장 임명 전부터 관치금융과 깜깜이·낙하산 인사 등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정부에서 행장을 임명하는 만큼 은행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에 앞서 지난 10월 행장이 바뀐 수출입은행도 방문규 행장 임명 당시 노조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수출입은행장이었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위원장으로서 금융위원회로 자리를 옮기자 정부는 수출입은행장의 임명을 서둘렀는데 이때 수출입은행 노조는 깜깜이 인사에 대해 강도 높이 비판했다. 다만 방 행장이 취임 이후 노조와 적극적으로 소통에 임하는 등 갈등이 일단락됐다.

김 전 행장 퇴임 이후 기업은행이 수장 공백기를 맞은 것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 때문이었다. 당초 유력 후보로 알려진 인물은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었으나 정부는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김 전 행장 퇴임날까지 행장을 선정하지 못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가 반 전 수석을 기업은행장으로 임명하려고 했으나 금융정책 경험이 없는 관료 출신을 임명한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윤 전 수석을 내정하고 임명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0년간 내부에서 행장이 임명되던 전례가 깨진 만큼 노조의 반대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기업은행은 수출지원과 산업지원 금융 등 특수 업무를 담당하는 수출입은행, 산업은행과 달리 일반은행의 성격이 짙은 만큼 윤 행장의 임명에 반대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다른 일반 은행처럼 중소기업은 물론 개인 고객에도 금융서비스 및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일반 은행들 사이에서 기업은행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은행업무를 잘 아는 내부출신 인사가 행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2010년 내부 출신 인물이 행장으로 오른 이후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2010년부터 조준희 전 은행장에 이어 권선주, 김도진 은행장이 임명되면서 관치금융 및 낙하산 인사 등의 논란을 끊어냈다. 김 행장 임기 시절 성과를 살펴보면 2016년 1조1646억원이었던 순이익이 2017년 1조5085억원, 지난해 1조764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3분기에도 1조3678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또한 김 행장은 디지털 역량을 높이고 인도네시아 등 해외진출을 서둘러 ‘IBK 아시아벨트’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중소기업 경영지원 플랫폼 ‘박스(BOX)’와 같은 서비스를 출시해 기업은행 본연의 목적에 맞게 중소기업 성장을 도모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로 기업은행에는 다시금 관치금융 그늘이 드리워졌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향후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가며 총파업과 총선 여당에 대한 지지철회 등을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3일 ‘2020년 범금융 신년인사회’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윤 행장이 외부 출신이지만 자격이나 전문성을 지켜보면 능력있는 분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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