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연 3.6~4.5%인 햇살론 유스, 1월 출시
미취업청년·대학생에게 저금리로 1200만원까지 대출 지원
“청년들 대출로 등 떠미나” 비판 제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만 34세 이하 청년들을 위해 저금리 대출 상품인 햇살론 유스(youth)를 이달 출시했지만 일각에선 청년들에게 빚을 양산하는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7일 ‘서민금융협의회’를 열고 햇살론 유스 출시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원회는 대학생과 청년 금융지원을 위한 정부예산 150억원이 확정됨에 따라 햇살론 유스를 이달 재출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청년과 대학생을 위한 햇살론 상품은 지난해 1월 재원 고갈로 중단된 바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민금융협의회에서 “2020년 1월 정부재정으로 100% 보증하는 햇살론 유스가 출시된다”며 “저금리 자금지원으로 취업 준비 중인 청년·대학생의 자금애로 완화에 기여할 것이다”고 밝혔다.

◆ “취준생 입장에선 대출 자체가 부담”

청년들은 금융이력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쌓기가 어렵다. 특히 소득이 없고 금융이력이 없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은 1금융권에서 낮을 이자로 대출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이에 정부는 대출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신용등급이라는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정책금융상품 ‘햇살론 유스’를 선보였다.

대상자 역시 목적에 맞게 ▲만 34세 이하 대학생 ▲미취업 청년이거나 중소기업에 재직한 지 1년 이하인 사회초년생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자로 한정돼있다. 햇살론 유스를 통해 최대로 빌릴 수 있는 한도는 1200만원이며 금리는 연 3.6~4.5% 수준이다. 대학생과 미취업청년의 경우 연 4.0%, 사회초년생은 연 4.5%, 사회적 배려대상 청년층은 연 3.6%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청년들 사이에서 햇살론 유스에 대한 반응은 냉랭하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젊은이들에게 빚을 권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취업준비생 A씨(24)는 “이제 나라도 취준생 상대로 돈놀이 하는 거냐. 대출이 아니라 대출 없이도 청년들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체 어떤 취준생이 돈도 못 벌고 있는데 빚부터 지고 싶겠냐. 일정한 수익이 없는 취준생 입장에선 대출을 하는 것 자체가 무섭고 부담이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저금리라도 다달이 이자도 납부하고 나중에는 원리금까지 다 갚아야 하는데 결국 나중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취업준비생 B씨(27)도 “좋은 의도로 나온 것은 알지만 이미 대학 졸업 전에 받은 학자금 대출이 100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취업 준비 기간에 생활비가 없다고 대출까지 받으면 나중에 취업하고 나서 1~2년은 저금도 못하고 빚만 갚아야 한다”며 “그리고 취업 후에도 독립하기 위해서는 전세대출을 받게 될 텐데 20대부터 계속 대출에 발목 잡혀 살 생각을 하니깐 우울하다. 정말 정부는 우리가 대출 받으면 편한 마음으로 취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고 반문했다.

◆ 빚에 발목 잡힌 청년들

B씨의 말대로 많은 청년들은 사회에 진출하기 전, 대학생 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2018년 11월 기준 공급된 학자금대출은 1조8076억원이었으며 62만7831명이 대출을 받았다. 1인당 평균 288만원의 학자금대출을 받은 셈이다.

30세 미만의 부채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8년 30세 미만의 부채 규모는 2591만원이었으나 지난해 3197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1년 새 23.4%가 증가한 것이다. 30대 부채 규모도 2018년 8088만원에서 8915만원으로 10.2% 증가했다. 기존의 청년·대학생 햇살론도 9만956명에게 보증 한도 3100억원을 모두 지원하며 잠시 중단됐다.

연체율도 증가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취업 후 학자금 대출 의무상환 현황’에 따르면 2018년 미상환율이 9.7%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환대상금액 2129억원 중 206억원이 상환되지 않은 것이다. 체납자 수로 따져보면 상환 대상자 18만5000명 중 1만7000여명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생·청년 햇살론 역시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율이 증가하고 있다. 2015년 4.4%에 불과했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6.8%까지 증가했다. 그 밖에도 지난해 7월 말 기준, 금리가 6~7%대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연체로 인해 9491명의 청년들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린 것으로 밝혀졌다.

밑돌을 빼서 탑을 쌓는 식의 대출 정책이 청년들에게 큰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취업에 성공해도 대출은 청년들의 발목을 잡는다.

1년 차 중소기업 직장인 C씨(28)는 “월급 실수령액은 190만원 남짓 되는데 900만원 가량의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것이 부담이다”며 “월세랑 생활비를 제하고 한 달에 30만원 정도를 상환하고 있는데 그래도 30개월이 걸린다. 적금은 생각도 못하고 한 달에 2만원씩 주택청약만 붓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