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文 대통령과 수 차례 만남, 정계 인사들과의 만남 지속
글로벌 사업 행보로 재계 인사들도 끊이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이 짊어진 여러 ‘리스크’ 타파 할 수 있을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삼성은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판결부터 ‘노조 와해’ 논란으로 26명의 임직원이 유죄 판결을 받는 등 대내외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국정 농단’과 관련해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삼성의 앞날은 더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2심 판결로 줄어들었던 뇌물액과 횡령액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파기 환송심에서 형량 가중이 있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원칙적으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실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 지난해 12월 6일 진행된 3차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적정형량을 징역 10년 8개월에서 16년 5개월 사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로 인해 지난 수년간 12월에 진행했던 연말 정기 인사도 늦어지고 있다. 당초 12월 초로 예상됐던 삼성의 정기 인사는 해를 넘기고도 감감무소식이다. 여기에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인한 영업이익 추락, 국가 간 무역 갈등,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사업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러한 상황 속,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가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재계 고위 인사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인사들과도 만나면서 주도적으로 사업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여러 차례 가졌다. 신년 간담회부터 시작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 간담회, 10월 문 대통령의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 방문,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 등이다. 대부분이 문 대통령의 초청 행사로 인도 공장 만남과 평양 동행, 청와대 회동 등의 만남까지 포함하면 두 자릿수에 달한다.

이와 함께 이낙연 국무총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 부총리 등 여러 정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2일 진행된 2020년 청와대 주최 신년회에서도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삼성 아산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는 불안정한 상황 속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물론 정계 인사들과의 만남만으로 위기를 타계하기는 힘들다. 이에 앞서 여러 사업적 행보가 있었기에 이들과의 만남도 이뤄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정계 인사들과 함께 여러 사업적 파트너들과의 교류도 쉬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올해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NTT도코모·KDDI·도이치텔레콤 등 일본 통신사 경영진과도 잇따라 만나왔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방한한 발렌베리그룹의 마르쿠스 회장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발렌베리그룹이 가전, 자동차, 건설장비, 제약 등 100여개의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과의 회동에서 사업확대 방안이 논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만남은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삼성까지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하게 만들었다. 또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최우선 협력 대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까지 냈다. 즉, 여러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도 굳건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것이다.

사업 측면에서는 특히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향후 10년간 133조원 투자와 10월에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 개발·양산에 2025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2020년 새해 첫 업무로는 2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에 있는 반도체연구소를 찾았다. 여기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공정기술을 보고 받고, DS부문 사장단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계획 발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현재 삼성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시점이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 때라는 분석을 나오기도 한다. 여러 난제들 속에서 ‘이재용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존재감을 각인시킬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 대한 리스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주문한 ‘숙제’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4차 공판이 열리는 이달 17일까지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가져오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관련한 사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위원회를 시작으로 조직 개편을 포함한 대책이 후속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기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도 이와 관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3차 공판에서 재판부의 이러한 이례적인 요구는 이 부회장에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단순 법리뿐만 아니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재판 결과와는 무관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 부회장은 2일 찾은 화성사업장에서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과연 이어지는 이 부회장의 행보가 삼성의 여러 ‘리스크’들을 타파하고 위기를 극복하게끔 만들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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