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망 사용료에 관해 증인으로 출석한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왼쪽부터),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 오성목 KT 사장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선안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특히 콘텐츠 공급자(CP) 측은 망 이용대가 자체가 비싸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의 노력에도 유튜브 등 글로벌 CP의 ‘무임승차’는 여전히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부는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는 가운데, 이번 상호접속제도와 망 사용료 개선안이 통신사업자에게 집중된 ‘통신 권력’을 분산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인터넷망 사용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들고나왔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달 22일 발표된 과기정통부의 상호접속제도 개선방안은 통신사업자와 CP 간 의견 대립을 절충했다는 분석이 많다.

상호접속제도는 2016년 과기정통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기존에 정산하지 않던 1계위 사업자(SKT·KT·LG유플러스)의 상호접속료를 정산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후 CP 측에서는 통신사들이 상호접속료 신설을 이유로 망 사용료도 인상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개선을 요구해왔다.

최근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망 사용료로 수백억을 지출하는데,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들은 내지 않는다는 ‘역차별’ 문제다. 두 번째는 국내 기업들이 지출하고 있는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가 비싸다는 것이다. 2016년 상호접속제도 시행 이후 상호접속료 시장은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페이스북이 방통위로부터 서비스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용자 불편을 초래했다고 3억96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페이스북 손을 들어줬던 바 있다. 이를 두고 CP 측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포럼)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 당시 페이스북은 재판부에 상호접속기준이 개정되면서 KT가 과다한 접속료를 요구해 서비스 접속 경로를 임의 변경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망 사용료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다. 글로벌기업들이 국내법을 따를 의무가 없는 것이 역차별 문제의 시작점이다. 2016년 상호접속제도 고시가 개정됐을 때도, 이번 과기정통부 개선안이 도입되고 방통위 가이드라인이 시행돼도 국내법을 지켜야 하고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국내 기업들만 관련 법안 등 규제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도 마찬가지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 문제가 제기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여·야 의원들 모두에게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존 리 대표는 답을 피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역차별 문제 외에도 CP 측에서 주장하는 ‘비싼 망 비용’ 문제도 있다. CP 측에서는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 후 망 사용료가 대폭 증가했다고 하고, 통신사 측에서는 망 이용 단가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지난해 10월에는 국회 과방위 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확한 실태조사를 위해 ‘망 이용실태 공개 의무화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역차별 문제도 통신사업자에게는 부담이나 타격이 아니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망 이용료가 폭등한 것은 모든 CP에게 부담이 되지만, 통신사는 타격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국내 CP들이 전략을 바꾸기도 했다. 네이버는 2017년 국정감사 당시만 해도 “2016년에만 망 사용료를 730억원가량 지불했다”며 구글을 공격했다가 지난해에는 구글 등과 함께 정부가 비싼 망 비용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장문을 낸 바 있다.

CP가 바라본 망 이용료 문제는 이번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정책을 두고 다르게 반응한 CP 측의 입장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과기정통부의 상호접속제도 개선안에 관해 “동등계위간 상호정산을 이유로 한 통신사의 CP에 대한 부당한 접속료 인상 요구 등 문제점에 대해 과기정통부가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은 상호접속제도가 CP들의 접속료 상승 원인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그러나 동등계위간 상호정산 방식을 폐지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업계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추후 무정산 구간을 재설정해야 하는 등의 과제를 남겼다”고 밝혔다.

반면 방통위 가이드라인에 관해서는 “가이드라인은 그 형식과 내용으로 볼 때 방통위의 의도와 달리 실효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역차별을 가중할 것이며, CP와 통신사 사이의 갈등 관계를 고착화하여 인터넷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다양한 계약의 형태를 ‘비차별적’으로 체결하라며 일률적·정형적 기준으로 강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방통위는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가이드라인의 제정을 즉각 중단하고, CP가 이용자에게 더욱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개선에 힘쓰는 한편 최근 CP와 통신사와의 갈등 관계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동반성장, 공정한 성장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 통신정책관은 “이번 개선안은 통신사뿐 아니라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만든 결과물”이라면서 “앞으로도 우리의 강점인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위에서 다양한 인터넷 생태계 참여자들이 동반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최성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있어서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데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별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앞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한 우려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고 운영해 가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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