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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 3사가 모두 5G 킬러 콘텐츠 중 하나로 ‘게임’을 골라 5G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와,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하는 가운데, KT는 대만 유비투스와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라인업, 규모 면에서 다소 밀리는 KT의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전에도 꾸준히 시도됐던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2019년 5G 도입과 더불어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 준비를 마쳤다. 아직 5G 커버리지(서비스 범위)가 4G LTE보다 부족하고, 5G망과 4G망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NSA(Non-Standalone) 방식이어서 입력지연 현상이나 화면밀림 현상이 존재하지만, 고사양 게임을 위해 고가의 기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성큼 다가왔다.

이통3사는 모두 5G 킬러 콘텐츠 중 하나로 게임을 밀고 있다. KT는 일찌감치 펍지주식회사와 손을 잡고 ‘배틀그라운드(PUBG)’를 이용해 5G 마케팅을 펼쳤고, e스포츠 슈퍼스타 ‘페이커’ 이상혁을 보유한 SK텔레콤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에 VR·AR 중계를 도입하고, 5G LoL PARK를 구축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경기도의 융복합게임쇼 ‘플레이엑스포’ 및 국내 최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 부스를 내고 게이머들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스트리밍 게임은 5G 서비스의 판도를 바꿀 주요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게임은 반응 속도가 중요해 초고속, 초저지연, 대용량의 5G 네트워크와 만나 음악과 영상에 이은 ‘넥스트 스트리밍 콘텐츠’로 여겨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규모를 지난 2018년 3억8700만달러에서 2023년 25억달러 수준으로 약 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일 이통3사 중 가장 늦게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선보인 KT는 대만 유비투스와 손을 잡고 윈도우 기반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했다. 유비투스는 스트리밍 게임 솔루션 전문회사이자 콘텐츠 수급사로, 2017년 3월 닌텐도가 출시한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에 스트리밍 게임을 서비스한 바 있다.

하지만 KT는 경쟁사의 협력업체보다 인지도뿐 아니라 라인업 면에서도 밀린다는 평이 많다. 5G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위해 여러 글로벌 업체를 검토했지만 접속 환경이 어렵고 가격도 원하는 대로 설정하기 힘들어 직접 협의를 통해 유연성을 가져갈 수 있는 형태였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이동통신사 3사의 5G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왼쪽부터) LG유플러스 지포스 나우, SK텔레콤 엑스클라우드, KT 5G 스트리밍 게임. 사진=LG유플러스, SK텔레콤, KT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엔비디아와 손잡고 ‘지포스 나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년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지포스 나우는 PC 게임과 콘솔 대작 게임의 PC 버전 등 150여종의 게임을 무료 체험 기간에 제공하고 게임 라인업을 200여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포스 나우는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과 유비소프트의 ‘유플레이’에서 기존에 구입한 게임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월 요금을 내거나 U+ 5G를 이용하면 스팀과 유플레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LoL ▲토탈워: 삼국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철권7▲데빌 메이 크라이5 ▲다크소울3 ▲더 위쳐3: 와일드 헌트 ▲시드 마이어의 문명6 등 지원하는 게임 라인업도 화려하다. 다만 유료 게임은 별도 구매해야 한다.

SK텔레콤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선보이는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Xcloud)’는 현재 가장 안정적인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기기 Xbox로 출시된 모든 독점작과 타이틀을 즐길 수 있다. SK텔레콤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0월부터 4개 게임으로 국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달에는 50여종의 게임 타이틀을 추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엑스클라우드는 헤일로 시리즈, 포르자 시리즈,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등 유명 Xbox 독점 타이틀을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엑스클라우드 라인업에 국내 게임 중에서는 크래프톤의 ‘테라’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 이름을 올린 점도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힘을 주고 있는 구독 서비스 ‘Xbox Game Pass’도 엑스클라우드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KT는 ‘구독형 서비스’로 1차 차별화를 꾀했다. KT는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서비스를 경쟁사들보다 먼저 도입했다. 대표 게임 라인업은 ▲메트로 2033 리덕스(Metro 2033 Redux) ▲킹오브파이터즈 XIII ▲세인츠로우IV 등 100여종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KT의 게임 라인업이 대부분 옛날 게임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메트로 리덕스는 2014년 기존 작을 리마스터한 게임이다. 킹오브파이터즈 XIII는 2010년에 출시됐고, 세인츠로우IV는 2013년에 출시된 게임이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도 2013년 출시작이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 부사장은 “5G 서비스의 혁신은 스트리밍 게임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KT는 5G 스트리밍 게임을 통해 고객에게 압도적인 그래픽은 물론, 혁신적인 모바일 게임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방형 플랫폼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확보해 고객 만족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KT에 따르면 29일 기준 KT 5G 스트리밍 게임 무료 체험 가입자가 1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가입자 수 자체가 유의미한 수치라고는 보기 어렵다. KT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발표한 20일부터 선착순 1만명에게 서비스 체험 기회와 미니 조이스틱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프로모션의 성과로 보인다.

특히 다양한 게임을 즐겨하는 게이머들 중에는 신기술에 대한 적응도가 높은 ‘테크 얼라어답터’가 많다. 실제 엔비디아가 북미·유럽 고객 30만명을 대상으로 지난 2년 동안 진행한 지포스 나우 베타 테스트에는 참여 대기자가 100만명을 넘기도 했다. 5G 스트리밍 게임을 이용하려는 게이머 중에는 KT의 라인업에 포함된 게임 중 대부분을 이미 해본 사람이 많을 가능성도 높다. 빠르게 다양한 게임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KT가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선결과제다.

경쟁사들은 이미 게이머들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플레이엑스포, 지스타 같은 국내 게임쇼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며 게이머들에게 어필했고, SK텔레콤은 조직개편으로 클라우드 게임 전담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2020년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수장이 바뀌는 KT만 방향성이 희미했다. 차기 CEO 후보로 선정된 구현모 사장이 CEO로 취임하고 난 뒤 KT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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