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게임질병코드 도입에 게임업계 강력 반발

5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사진=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게임 통제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상황이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게임중독으로 판단한다. 게임이용장애에는 질병코드 ‘6C51’이 부여됐다. 우리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민간위원 14명과 정부위원 8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출범해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2년 셧다운제 도입 이후 게임산업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됐는데, 게임질병코드까지 도입되면 업계가 한 번 더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게임업계는 한국게임학회를 주축으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출범하고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 게임산업 진흥하겠다고 나선 박양우 문체부 장관

11월 13일 부산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종해 기자

2019년 게임업계는 WHO 게임질병코드 도입 논의 같은 국내 문제 외에도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발급해줘야 하지만,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한 건도 발급해주지 않는 ‘판호’ 문제 같은 국외 이슈도 있었다. 게임질병코드는 게임산업을 진흥하는 역할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 규제에 관심 있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가 대립하는 모양새고, 판호는 4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전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

박 장관은 취임 후 강한 게임산업 육성 의지를 보여왔다. 6월에는 PC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를 폐지하기도 했다. 아울러 2020년 초에는 게임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11월 부산에서 진행된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이 끝난 뒤 한국게임산업협회 행사에서 판호에 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금까지 정부 입장을 들은 것 중 가장 전망이 밝았다”고 말했다.

◆ 김정주 NXC 대표의 넥슨 매각 시도와 조직개편

넥슨 사옥. 사진=연합뉴스

1월 3일 넥슨의 창업자이자 NXC의 최대 주주인 김정주 대표가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각한다고 전해졌다. 매각 본입찰이 세 차례 연기되긴 했지만, 카카오, 넷마블, 국내외 사모펀드 등 5개 업체가 참여했다. 강력한 후보로 꼽혔던 텐센트는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았고, 디즈니도 마찬가지였다. 7월 결국 매각을 중단했다. 매각 무산 이후 넥슨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직개편에 돌입했다. 또 3500억원을 투자해 ‘던전앤파이터의 아버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외부 고민으로 영입했다.

이후 넥슨은 ‘야생의 땅: 듀랑고’ 등 서비스 중인 게임들을 종료하고, 넥슨레드의 ‘프로젝트G’ 등 개발 중인 게임 프로젝트 다수를 중단했다. 통상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게임업계 노동자들은 ‘전환배치’ 된다. 전환배치는 사내 다른 팀으로 가거나 자리가 없으면 회사를 떠나는 행태를 뜻한다. 이에 구조조정 우려가 커졌다.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는 9월 3일 업계 최초 첫 노조 단체집회를 진행했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넥슨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답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프로젝트 수를 줄였지만, 프로젝트당 인력을 늘리는 형태로 대기발령자 전원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中 게임 공습 막아낸 하반기 韓 신작 공세

리니지2M. 사진=엔씨소프트

2017년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후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 수입을 막는 ‘한한령’ 선포한 뒤 기존에 서비스 중인 게임들을 제외한 국산 게임들은 중국 진출이 요원해졌다. 반면 중국 게임이 대거 국내 게임 시장에 침투했다. 특히 모바일게임 위주였다. 중국은 한국 게임 수입을 막고 있는데, 중국 게임은 국내 게임 시장을 잠식하는 불공정 경쟁 상태였다.

중국 게임의 공습은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이 나오지 않는 틈을 탄 부분도 있었다. 여름부터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카카오게임즈의 ‘달빛조각사’ ▲넥슨 ‘V4’ ▲엔씨소프트 ‘리니지2M’ ▲라인게임즈 ‘엑소스 히어로즈’ ▲게임빌 ‘게임빌프로야구 슈퍼스타즈’ 등 신작 게임들이 몰려나오면서 국산 게임의 저력을 보였다. 리니지2M은 출시 이후 한 번도 구글 최고매출 1위를 내준 적 없는 ‘리니지M’을 제치고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 플랫폼 다변화 나선 게임사들

지스타 2019에서 진행된 펄어비스의 신작 공개 행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게임사들은 국내에서는 이미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고,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시장 진출이 판호 문제로 막히며 다른 나라들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된 게임 시장에 콘솔게임을 들고나오기도 하고, PC와 모바일 등 플랫폼을 연동시키는 멀티플랫폼 전략을 선보인 곳도 있었다.

올해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펄어비스의 행보가 가장 이목을 끌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온라인’을 PS4와 Xbox One 버전으로 출시하고, 11월에 개최된 ‘지스타’에서 PC·콘솔 등의 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신작 4종 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다른 게임사들도 다변화에 열중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1월 말 리니지2M 출시와 더불어 PC에서도 리니지2M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 ‘퍼플’을 내놨다. 넥슨은 ‘V4’ 첫 대규모 업데이트에 맞춰 PC 베타 버전을 출시했고, ‘카트라이더’를 PC·콘솔을 넘나들며 즐길 수 있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공개했다.

◆ 국내 게임사는 줄고, 보는 게임은 더 많아진 ‘지스타’

지스타 2019 개막일 부산 벡스코를 찾은 관람객들.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는 매년 위기설이 제기됐지만, 매년 역대 최고 관람객 수 기록을 경신해왔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e스포츠와 인터넷 개인방송 열풍에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지스타에 참석하면서 흥행은 예상됐지만, ‘게임전시회’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 지스타는 특히 2005년 첫 회부터 매년 개근해온 넥슨이 불참하면서 매년 대량의 신작을 들고 나왔던 넥슨의 빈자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국내 게임사의 참여가 적었던 이번 지스타는 중국계 게임사들과 ‘보는 게임’이 다수를 차지했다. 구글과 유튜브, 아프리카TV가 각종 이벤트와 e스포츠를 진행했고,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 ‘브롤스타즈 월드 파이널’이 열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지스타에 처음 참가한 펄어비스가 단일기업 최대 규모인 200부스 규모로 PC·콘솔게임 신작 4종을 들고나왔고, 넷마블·그라비티·엔젤게임즈 등이 신작 게임을 선보이며 게임쇼로서 체면은 지켰다.

◆ ‘업계 관행’이라며 자행된 착취 문제, ‘카나비 사태’

12월 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선수 권익 보호와 불공정 계약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변인호 기자

‘카나비 사태’로 불리는 미성년 프로게이머 노예계약 사건은 올 하반기 e스포츠 관련 최대 화두였다. 사건은 김대호 전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임단 그리핀 감독이 개인방송을 통해 “그리핀의 ‘카나비’ 서진혁 선수가 조규남 당시 그리핀 대표의 강압·협박에 의해 중국 징동게이밍(JDG)와 이적 계약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언론 보도 및 라이엇 게임즈와 한국e스포츠협회(KeSPA)의 사실 조사 등을 통해 ‘업계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프로게이머 선수들의 권익이 현저하게 침해당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LoL을 서비스하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와 한국e스포츠협회는 ‘제2의 카나비 사태’를 막기 위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박준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대표는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선수 권익 보호와 불공정 계약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선수 및 코치 계약서 전문 제출 의무화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의원,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이 지원한 덕분에 e스포츠의 민낯이라도 본 것이지 이마저도 없었다면 묻혔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 16년 만에 폐지된 PC 게임 성인 월 결제 한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화체육관광부는 박양우 장관 취임 두 달 만인 6월 27일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을 개정해 성인 대상 PC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를 폐지했다. 수십여년 동안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해온 게임업계의 목소리가 정부에 닿은 셈이다. 앞서 2003년 업계 자율 규제로 시작된 PC 온라인게임 월 결제 한도는 2007년 등급 규제를 통해 결제한도를 규제하는 식의 강제규제가 됐다. 다만 청소년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는 현행 7만원으로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게임업계는 게임 내 소비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결제한도 폐지를 환영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결제 한도가 폐지된 날 ▲월 2회 조정 횟수 제한 ▲회사별 최대 결제 한도 설정 등의 기능을 갖춘 ‘자가 한도 시스템’을 구축·도입한다고 밝혔다. 자가 한도 시스템은 7월부터 엔씨소프트, 넥슨,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사들이 한국게임산업협회 가이드라인에 맞춰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한도 폐지로 게임산업 진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다른 산업으로 진출하는 게임사

방준혁 넷마블 의장. 사진=연합뉴스

넷마블은 10월 14일 국내 1위 렌탈업체 웅진코웨이 지분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매각 주관사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계약이 성사되면 넷마블은 코웨이 지분 25.08%를 1조8000억원가량에 인수해 1대 주주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11월 10일 예정이었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진척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양사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전 참전은 안정적인 수익원(캐시카우)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다. 게임사가 기업의 사활을 건 총력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작 게임을 개발하려면 개발에 투자할 안정적인 수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에서 대표적인 캐시카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증권가에서도 과거에 게임사가 이종 산업에 진출했을 때 단기적으로는 재무적 부담 등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기업가치가 상승했다며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 나왔다.

◆ 또 등급분류 거부된 ‘블록체인 게임’

게임물관리위원회 건물 외경.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11월 6일 등급분류회의를 열고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 노드브릭의 방치형 액션 게임 ‘인피니티스타’에 등급 거부 판정을 내렸다. 인피니티스타는 지난해 5월 국내 게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게임에 도입했다가 게임위로부터 등급 재분류 판정을 받고 결국 서비스 종료한 플레로게임즈의 ‘유나의 옷장’ 이후 1년 만에 심의를 신청한 블록체인 게임이었다.

게임위는 인피니티스타가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게임위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위가 준비하고 있는 2020년 등급분류 개정안에도 블록체인 게임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냥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게임위는 등급 거부 결정을 하면서도 “블록체인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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